별, 별 이야기 "나의 하루"(1~5화)
(2화) 사라지는 것들의 속삭임
시리우스 부장님께 된통 깨지고 난 후, 나는 창고로 서류를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곳은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게 된 별들의 기록이나 수명이 다한 장비들을 모아두는, 회사의 가장 어둡고 후미진 곳이었다. 모두가 기피하는 장소였지만, 혼자 있고 싶었던 나에게는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먼지 쌓인 서류들을 옮기다 보니, 한쪽 구석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출근길에 나를 구박했던 베텔게우스 아저씨였다. 그는 낡은 앨범을 펼쳐놓고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선배님… 여기서 뭐 하세요?"
그는 화들짝 놀라며 앨범을 덮었지만, 나는 이미 보고 말았다. 앨범 속에는 젊은 시절, 누구보다 밝고 뜨겁게 타오르던 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수많은 행성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던, 은하계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시절의 기록이었다.
"…신입은 이런 데 오는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라떼는 말이야,"
그가 툭, 하고 말문을 열었다.
"나도 너처럼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지. 내 빛 한번 보려고 온 우주가 들썩였어. 지구인들은 내 이름을 따서 신전을 짓고, 노래를 만들었지. 영원할 줄 알았어, 이 빛이."
그의 목소리는 씁쓸했다.
"하지만 별의 숙명이란 게 그렇더군. 평생을 불태워 빛을 내고 나면, 결국엔 쪼그라들어 사라지는 거야. 요즘 애들은 나보고 ‘꼰대 별’이니, ‘곧 터질 시한폭탄’이니 수군대지. 내가 한때 얼마나 찬란했는지는 아무도 기억 못 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희미해진 빛을 바라볼 뿐이었다.
매일같이 나를 괴롭히던 ‘꼰대 상사’의 모습 뒤에, 이토록 깊은 외로움과 상실감이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더 이상 빛을 내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빛이 사라져가는 법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신입. 너무 애쓰지 마. 너무 밝게 빛나려고 하면, 그만큼 빨리 타버리는 법이야.
그냥…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색깔로 빛나면 돼. 그걸 알아주는 단 한 사람, 아니 단 하나의 생명체만 있어도… 별의 인생은 그걸로 충분한 거야."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창고를 나갔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늘, 나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따뜻한 빛을 보았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남기는 마지막 속삭임은, 어쩌면 새로 태어나는 것들을 위한 가장 진솔한 응원일지도 모른다.
나의 생각!
우리는 모두 언젠가 사라질 존재들입니다. 영원한 것은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의 빛이 더욱 소중한 것이겠지요. 누군가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화양연화(花樣年華) 시절만을 기억하기보다, 그 빛이 사그라드는 과정까지도 따뜻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진정한 공감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