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사색(思索), 사각거리는 독백 (1~5화) - (2화) 새, 가벼움에 대한 질투.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갈대의 사색(思索), 사각거리는 독백 (1~5화)

(2화) , 가벼움에 대한 질투

내게 잠시 머물다 가는 것들에게, 나는 기꺼이 어깨를 내어준다.


오후의 나른함을 깨우며 작은 손님이 찾아왔다. 

먼 곳에서 여행 왔다는 참새였다. 

그는 내 머리 꼭대기에 살포시 내려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녀석의 가벼운 무게에도 내 가는 허리는 제법 묵직하게 휘었다. 나는 그의 작은 두 발이 내 줄기를 꽉 움켜쥐는 감각을 느끼며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어이, 갈대 양반. 늘 그렇게 한자리에만 서 있으니 답답하지 않소? 나처럼 훨훨 날아다니며 세상을 구경해야 인생의 참맛을 알지!"

참새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쭉 폈다. 그의 눈에는 한곳에 뿌리박힌 내가 어리석고 미련해 보일 것이다. 나는 녀석의 무게를 지탱하며 나지막이 사각거렸다.

"자네의 자유가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자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네." "대체 뭘 본다는 거요? 고작해야 발밑의 진흙과 흐르는 강물뿐이지 않소?"

"나는 땅의 숨결을 듣고, 물의 노래를 듣는다네. 계절이 내 몸을 스치며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수많은 뿌리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네. 자네는 수많은 풍경을 '보지만', 나는 하나의 풍경을 '살아내지'."

참새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는 세상의 표면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데 익숙하다. 깊이 뿌리내린 자만이 알 수 있는 세상의 속살을 그는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기 위해 끊임없이 떠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발밑,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은 들여다볼 줄 모른다.

잠시 쉬어간 참새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훌쩍 날아갔다. 

그가 떠나자 묵직했던 허리가 다시 펴지며 가벼운 해방감이 느껴졌다. 나는 잠시 그가 앉았던 자리를 어루만지는 바람의 손길을 느끼며 생각했다. 

그래, 나는 누군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는 것으로 족하다. 

내게 머물렀던 모든 것들의 무게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나는 그들의 가벼움에 질투하기보다, 나의 묵묵한 존재감에 감사했다.



나의 생각!

화려한 편력(遍歷)보다 중요한 것은 깊이 있는 경험입니다. 여러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때, 비로소 세상의 더 깊은 의미들이 여러분을 찾아올 것입니다.  여러분의 뿌리를 믿으세요. 때로는 멈춰 서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며, 한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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