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갈대의 사색(思索), 사각거리는 독백 (1~5화)
(3화) 폭우, 부러지지 않는 비결
세상이 나를 눕히려 할 때, 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끌어안는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바람은 미친놈처럼 울부짖으며 내 등짝을 후려쳤다. 세상의 모든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이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꺾였다.
내 머리끝은 흙탕물에 잠겼고, 눈앞은 온통 흐릿한 물보라뿐이었다.
옆에서 "으드득"하는 비명이 들렸다. 평소 뻣뻣하기로 유명했던 동료 하나가 결국 허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는 늘 바람에 맞서 꼿꼿하게 버티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주장했었다. 그의 부러진 몸뚱이가 흙탕물에 힘없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진정한 힘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기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눕히려 할 때, 나는 기꺼이 눕는다. 가장 낮은 곳으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으로. 그곳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짓누르던 세상의 무게를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다. 폭우는 더 이상 나를 때리는 채찍이 아니라, 나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된다.
나는 물속에서 조용히 숨을 쉬었다.
나의 텅 빈 속은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 나는 물이 되었고, 바람이 되었다. 폭풍과 하나가 된 나를, 폭풍은 더 이상 해칠 수 없었다. 인간들은 위기가 닥치면 이빨을 드러내고 맞서 싸우려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장 부드러운 자세로 이겨낼 수 있는 법.
얼마나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비바람이 멎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리를 폈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몰골은 엉망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살아남았다. 내 주변의 수많은 동료들도 젖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사각거렸다. "또 한 번, 살아남았구나." 그들의 몸은 휘었지만, 뿌리는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나의 생각!
인생의 폭풍우가 몰아칠 때, 굳건히 서서 맞서 싸우려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몸을 낮추고 유연하게 흔들리십시오. 가장 거센 바람은 가장 낮은 곳을 스쳐 지나갑니다. 여러분의 유연함이 여러분을 부러지지 않게 지켜줄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