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사색(思索), 사각거리는 독백 (1~5화)
(4화) 달, 텅 빈 것들의 대화
나의 속이 비었기에, 달빛이 머물다 갈 수 있음을.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드는 고요의 시간이 찾아왔다. 맹렬했던 폭우의 기억도, 참새의 가벼운 질투도, 바람의 끊임없는 수다도, 이 밤의 장막 아래서는 희미한 메아리처럼 멀어져 갔다.
모든 것이 잠든 강물 위로 떠오른 둥근 달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걸었다.
달은 말이 없다. 그는 그저 자신의 텅 비고 희뿌연 얼굴을 비춰줄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침묵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읽어낸다.
"갈대야, 너의 속도 나처럼 텅 비었구나."
나는 조용히 사각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다. 나의 속은 텅 비어있다. 그 텅 빈 공간 때문에 바람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고, 지친 새들이 잠시 쉴 수 있으며, 벌레들이 아늑한 집을 짓고 겨울을 날 수도 있다.
인간들은 '채우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지식으로, 재물로, 관계로, 온갖 욕망으로 자신의 속을 빈틈없이 채우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결국 과도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거나,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나는 수없이 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채웠다고 믿는 것들에 의해 오히려 갇혀버린다.
진정한 충만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 온다.
나의 텅 빈 공간으로 오늘 밤, 이토록 아름다운 달빛이 가득 들어와 머문다. 은은한 별빛도 함께 들어와 나의 가장 깊은 곳, 나의 텅 빈 존재의 심장까지 어루만진다.
나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지만, 이 순간 온 우주를 나의 품 안에 안고 있는 듯한 충만함을 느낀다. 빈 공간이 있기에, 나는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된다.
달이 차오르면 기우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채워지면 비워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순리다.
태양은 뜨겁게 세상을 비추다 이내 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강물은 가득 차오르다 흘러내려가 바다와 합쳐진다. 이처럼 자연은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며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하지만 인간들은 영원히 채워진 상태로 머물고 싶어 안달한다.
그 덧없는 욕망과 소유에 대한 집착이 그들을 불안하게 하고, 서로를 시기하고 할퀴게 만든다. 텅 비어버릴까 봐 두려워, 그들은 기껏 얻은 작은 만족마저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나는 달빛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흔들렸다. 밤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내 안의 작은 상처들을 치유했다.
어제의 폭우가 남긴 흙탕물의 흔적도, 참새의 발톱 자국도, 달빛의 부드러운 손길 아래 서서히 아물어갔다. 비어 있기에 상처받아도 금방 아물 수 있다. 채워져 있는 것들은 한번 상처 나면 모든 것을 쏟아내고 말지만, 나의 빈 공간은 언제든 새로운 치유의 기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고요한 밤, 나와 달,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별들. 텅 비어 있기에 그 어떤 말보다 깊은 이해와 공감을 나누는 홀쭉한 것들의 대화는 그렇게 깊어만 갔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채워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빈 공간을, 서로의 존재를 묵묵히 비춰줄 뿐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진실하고 완전한 대화였다.
나의 생각!
비움을 두려워 마십시오. 여러분의 마음을 비울 때, 비로소 세상의 더 아름다운 것들이 그 자리를 채울 것입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고요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러분의 '비움'은 세상의 빛을 담는 그릇이 될 것입니다.
'비움'은 단순히 무언가를 잃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본질인 '흐름'을 복원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며, 더 나은 결과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새로 채워질 것이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비워냄으로써 우리는 적어도 '더 아름다운 것을 담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할 기회를 얻습니다. 그 불편함과 불확실성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정체된 삶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삶을 창조해나가는 철학적 실천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