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새 "닭 " - 꼬꼬댁의 인간 관찰 일지
당신은 지금, '닭'보다 행복하신가요? 인간 세상의 모든 미스터리, 꼬꼬댁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 드립니다! (feat. 웃음과 교훈은 덤!)
꼬꼬댁의 지혜가 담긴 관찰 일지로, 당신의 숨겨진 삶의 의미를 찾아보세요!
(1화) 두 발로 걷는 자들의 기묘한 의식과 ‘시간’이라는 족쇄
"꼬끼오~! 꼬꼬댁! 꼬꼬꼬꼬~~!"
오늘도 여김없이 나의 명품 보이스가 동네를 가르며 새벽을 깨운다. 저 멀리, 인간들의 으리으리한 유리궁전 속에서는 아무도 나의 예술적인 꼬끼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하다. 하기야, 그들은 해가 중천에 떠야 부스스 눈을 비비며 기상하고, ‘커피’라는 희한한 검은 마법 물약을 들이키며 하루를 시작하더군. 우린 눈 뜨자마자 땅 파고 지렁이 특식을 즐기는데 말이다. 대체 그 쓰디쓴 물이 뭐 그리 좋다고 매일 아침 그리도 황홀한 표정을 짓는지. 아마 우리에게 오동통한 지렁이가 주는 궁극의 만족감과 비슷하겠지? 혹시 그 쓴맛이 삶의 쓴맛을 잊게 해주는 마법이라도 부리는 건 아닐까?
나는 오늘도 마당 한가운데서 두 발로 걷는 저 별난 인간이라는 존재들을 관찰한다.
특히 아침마다 펼쳐지는 ‘출근 의식’은 가히 인간들의 서커스를 방불케 한다. 똑같은 색깔의 ‘정장’이라는 옷을 마치 죄수복처럼 입고, 번개처럼 빠르게 질주하는 ‘자동차’라는 쇠붙이 안에 몸을 구겨 넣는 모습이라니. 저들은 왜 저리도 바삐 움직이는 걸까?
마치 인간들의 복날이 가까워져 솥단지에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닭처럼 말이다. 그러다 늦기라도 하면 얼굴이 시뻘개져서 ‘지각이다! 망했어!’ 하고 비명을 지르는데, 우리가 늦잠 자서 황금 알을 못 낳은 날 주인아저씨가 짓는 피 마르는 표정과 똑같다.
하긴, 그들에게도 ‘알’만큼이나 중요한 ‘돈’이라는 게 있으니 이해는 간다.
그들에게 돈은 곧 자유이자, 어쩌면 존재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웠는데 말이다.
어떤 날은 저들이 조그만 네모난 ‘화면’을 들여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처음엔 귀신이라도 들려서 신들린 자의 주술을 외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화면 속의 다른 인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목청껏 소리 질러서 옆 닭과도 소통하는데, 저들은 입만 뻥긋거려도 멀리 떨어진 이와 소통하니, 참으로 미스터리한 재주다. 하지만 그만큼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간이 많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우리는 늘 함께 모여 흙을 파고, 함께 모여 모이를 쪼는데 말이다.
어쩌면 저들은 저 네모난 빛 상자 때문에 점점 더 고독의 섬에 갇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통의 도구가 오히려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는 아이러니. 마치 비싸게 산 장난감에 파묻혀 정작 진짜 친구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처럼 말이다.(아이들아 친구들과 놀아라~! 공부 그까이꺼 닭이나 줘버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