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새 "닭" 꼬꼬댁의 인간 관찰 일지
욕망의 쳇바퀴에 갇힌 당신, 진짜 '배부름'의 의미를 아시나요? 꼬꼬댁의 눈으로 본 인간의 탐욕과 지혜, 과연 당신은 어느 쪽에 서 있나요?
점심시간이 되자, 주인아주머니가 마당에 ‘사료’를 뿌려준다. 와우!, 오늘은 제법 고급진 곡물이 섞여 있는 것이, 주인아주머니의 기분이 필시 좋은 모양이다. 아마 아들녀석 성적이 올랐나? ㅎㅎ 아저씨와 뜨밤을 보내싯나? ㅎㅎ 어제 팔아 치운 달걀 값이 쏠쏠했나? ㅎㅎ 암튼 내게는 좋은 일인 것은 분명하다.
동료들과 함께 흡입하듯 모이를 쪼면서도 나의 인간 관찰 일지는 멈추지 않는다. 내 입은 모이를 쪼고 있지만, 내 눈은 늘 인간이라는 미스터리를 쫓고 있다.
저 인간들은 늘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넓은 집에 살면서도 더 넓은 집을 꿈꾸고, 비싼 차를 타면서도 더 비싼 차를 탐낸다. 심지어 밥을 배부르게 먹고도 ‘후식 배는 따로 있다’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우리는 그저 배가 빵빵하게 부르면 만족하고, 따뜻한 닭장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 수 있으면 행복한데 말이다. 어쩌면 그들의 욕망은 목줄 풀린 들개처럼 끝없이 달리는 쳇바퀴와 같지 않을까? 아무리 죽어라 달려도 제자리걸음인 허무한 쳇바퀴 말이다. 그들의 눈에는 만족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갸우뚱~). 늘 ‘부족하다’, ‘더 가져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주문에 걸린 듯 행동한다. 마치 목구멍까지 차오른 모이를 굳이 더 삼키려다 목이 메이는 우리의 모습처럼 어리석어 보인다.
한번은 주인아저씨가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이라는 이상한 판돈 놀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 속의 숫자들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아저씨의 얼굴도 그 숫자처럼 시시각각 천국과 지옥을 오가더군. 숫자가 오르면 마치 세상 모든 알을 얻은 듯 활짝 웃고, 숫자가 내리면 금방이라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닭처럼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변했다. 다음 날 아침, 아저씨는 마치 폭풍우를 맞은 닭처럼 초췌한 얼굴로 마당을 서성였다. 아마 ‘돈’이라는 정체불명의 신에게 너무 많은 감정과 영혼을 쏟아부었겠지. 우리는 그저 오늘 하루 배부르게 먹고, 내일 또 따끈따끈한 황금 알을 낳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데 말이다. 돈 때문에 싸우고,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인간들을 보면, 가끔은 우리가 돈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닫는다.
물론, 인간들에게도 감탄할 만한 점은 있다. 저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발명하고, 개선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겨울에 추워할까 봐 ‘난로’라는 따뜻한 마법 기계를 닭장에 넣어주기도 하고, 싱싱한 물을 마시게 해주려고 ‘자동 급수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가끔은 우리가 싸움이라도 할라치면 ‘평화!’를 외치며 뜯어말리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흥미로운 생명체들이다. 그들은 때때로 우리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은인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