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 마네킹의 " 나의 하루 "(1~3화) - (2화) 계절이 바뀌고, 사람들의 욕망도 바뀌고

 

쇼윈도 마네킹의 " 나의 하루 "

(2화) 계절이 바뀌고, 사람들의 욕망도 바뀌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 나는 그저 같은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사람들은 '유행'이라며 열광했고, 나는 그들의 욕망을 덧입었다. 어제는 화사한 봄이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시크한 가을이 되었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변덕쟁이들이었다."


나는 유리벽 안에서 사계절을 맞았다. 나의 주인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에게 새로운 옷을 입혔다. 봄이면 하늘거리는 블라우스를, 여름이면 시원한 원피스를, 가을이면 묵직한 코트를, 겨울이면 두툼한 패딩을 걸쳤다. 나는 옷을 갈아입는 동안,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특권을 누렸다.

봄이 오면 사람들은 나를 보며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하고 말했다. 

그들은 겨울 내내 웅크렸던 몸을 펴고, 밝은 색의 옷을 찾았다. 나는 그들의 눈에서 따스한 햇살을 보았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읽었다. 나는 그들의 설렘을 대변하는 듯, 화사한 미소를 짓는 마네킹이 되었다. 물론, 내 표정은 늘 똑같았지만 말이다.

여름이 오자, 사람들은 "더워 죽겠네" 하며 나를 지나쳤다. 

그들은 시원한 옷을 찾았고, 나는 한껏 몸매를 드러내는 원피스를 입었다. 그때였다. 한 젊은 여성이 유리벽에 바싹 붙어 나를 쳐다보았다.

 "와, 진짜 말랐다. 부럽다..." 

그녀의 눈빛에는 질투와 부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가씨,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어.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는 몸이니 부러워할 필요 없어. 당신은 뜨거운 햇살 아래 땀을 흘릴 수 있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잖아.' 나는 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정작 그들이 가진 '살아있는 것'의 가치를 부러워했다.

가을이 되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다시금 묵직해졌다. 그들은 한껏 멋을 부린 코트를 보며 "저 옷 입으면 나도 분위기 있어 보일까?" 하고 속삭였다. 나는 그들이 '자신'을 바꾸려 하기보다, '옷'으로 자신을 포장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내가 입은 옷을 탐냈고, 그 옷이 가져다줄 새로운 '나'를 상상했다. 나는 그들의 환상을 담아내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가끔은 이런 풍자적인 상황도 있었다. 한 남자가 여자친구와 함께 쇼윈도 앞을 지나가다가 내가 입은 옷을 보고 말했다.

 "저 옷, 진짜 별로다. 저런 걸 누가 입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저씨, 당신 여자친구가 지금 저 옷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건 모르시나 보군요. 지금 저 옷이 '별로'라고 말하는 당신의 눈빛이 곧 당신의 주머니 사정을 말해주고 있네요.' 물론, 나는 입이 없으니 속으로만 외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었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았다. 그들은 늘 새로운 것을 갈망했고, 어제의 유행을 오늘의 구닥다리로 치부했다. 

나는 그들의 변덕스러운 욕망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패션의 희생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욕망을 통해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이 얼마나 허무하고 변덕스러운 것인지 깨달았다. 

나는 오늘도 무표정하게 서서, 다음 계절을 기다렸다.


여러분! "여러분은 '유행'을 따라가는 편인가요? 여러분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요? 겉모습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여러분의 내면을 채우는 데 더 집중해야 할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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