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카메라 " 캐눈 " 의 "나의 하루 " (1~5화)
(1화) 내 이름은 " 캐눈 "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낡은 카메라 '캐눈'이 세상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가 찍는 건 사진이 아니야. 살아있는 '진짜'라고!"
----------------------------------------------------------------------------------------------------------
내 이름은 "캐눈". 세상의 모든 것을 눈으로 담는 카메라다.
처음 태어났을 때, 나는 세상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토록 빛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내 눈은 맑고 커다랗다. 강아지의 까만 코에 맺힌 물방울,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나뭇잎, 아이의 엉뚱한 표정까지. 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내가 담아낸 세상이 바로 진짜 아름다움이라는 믿음, 그게 바로 나의 존재 이유였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서랍 속에 갇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옆에는 작고 납작한 기계가 있었다. 그놈의 이름은 '스마트폰'. 나는 그놈의 눈을 슬쩍 훔쳐보았다. 나처럼 크고 맑은 눈이 아니라, 작고 뻔뻔하게 생긴 눈이었다. 그놈을 통해 보는 세상은 왠지 모르게 이상했다. 사람들의 통통했던 볼살이 갸름하게 깎여 있었고 점, 주근깨, 기미로 가득 찬 얼굴은 뽀얀 백옥의 피부였다.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저건 가짜야! 저런 모습은 존재하지 않아!"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가짜 세상에 모두가 푹 빠져 있었다. '뽀샤시'라는 마법에 걸린 사진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고, 나는 그런 세상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내 가슴 속 코다기와 후지는 텅 빈 것처럼 공허해졌다. 결국 나는 낡은 서랍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서랍 안은 온통 깜깜하고 답답했다. 내 옆에는 흑백만 찍는 고집쟁이 '올림푸스' 영감님과, 덩치만 큰 '니콘' 아저씨가 있었다. 우리는 함께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다.
"요즘 애들은 눈에 필터부터 끼고 세상을 본다지."
올림푸스 영감님의 씁쓸한 한마디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눈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세상은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 눈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름때가 섞인 까만 눈물이었다.
----------------------------------------------------------------------------------------------------------
(나의 의도)
우리 모두는 세상을 '캐눈'의 눈으로 바라보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마트폰의 작은 눈을 통해 보정된 세상만을 쫓고 있지는 않나요?
'좋아요'와 '팔로워'라는 이름의 허영심이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진짜 나 자신과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잊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이 이야기는 단순히 낡은 카메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신의 눈이 세상의 어떤 모습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진짜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거울 속 당신의 주름과 작은 뾰루지, 흔들리는 일상이야말로 그 어떤 보정보다 더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
다음 화에서는 '캐눈'이 갇혀버린 서랍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가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캐눈'의 대반란이 시작됩니다. 과연 캐눈이는 맑은 눈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