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서 먼지를 먹으며 지내는 신세라니. 한때는 세상 모든 빛을 담아내던 내가 말이다.
내 친구들은 다들 낡고 지쳐 있었다. 고집쟁이 "올림푸스" 영감님, 덩치만 큰 "니콘" 아저씨 우리 모두는 한숨만 쉬며 바깥세상을 동경했다.
서랍 틈새로 보이는 세상은 충격적이었다. 스마트폰의 작은 눈을 통해 보이는 모든 것이 '보정'이라는 마법에 걸려 있었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가짜 세상에 사람들은 푹 빠져버렸다. 그들은 뽀샤시한 사진을 보며 환하게 웃었고, 나는 그럴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다 낡은 사진첩이 서랍 위로 떨어졌다. 나는 사진첩을 보았다.
사진 속에는 맑은 내 눈으로 담아낸 과거의 모습이 있었다.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의 미소, 흔들리는 손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한때 나를 '우리 캐눈'이라 불렀던 사람의 맨 얼굴까지. 나는 그 사진을 보며 코끝이 찡해졌다. 주름은 삶의 깊이였고, 흔들림은 순간의 진실이었다. 하지만 사진 속 사람들은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그들은 진짜 아름다움을 잊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서랍 속에서 더 이상 한숨만 쉬지 않았다. 그들에게 진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내 눈은 아직 살아있으니까! 올림푸스 영감님과 니콘 아저씨, 코다기와 후지 모두 함께하기로 했다.
'캐눈'의 동공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이번에는 동공지진이 아닌, 투지가 담긴 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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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러분은 인생에 있어서 살아가는 힘이 된 순간의 장면이 존재하나요? 어떠한 이유로였던지, 잊지 못할 한 장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