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은 호수 "나의 하루"(1~5화) - (1화) 나의 이름은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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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호수 "나의 하루" (1~5화)

(1화) 나의 이름은 호수


"호수에게 하루는 어떤 의미일까? 새벽의 첫 안개 속에서 세상과 마주한 나의 이야기"



나의 이름은 호수. 사람들은 나를 ‘세상을 담은 거울’이라 부른다. 매일 아침, 새벽 안개가 이불처럼 나를 감쌀 때면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고, 나는 온전히 나만의 고요를 누린다.

이른 새벽의 나는 그 어떤 모습도 담지 않은, 순수한 물결 그 자체다. 하지만 곧, 동쪽 산등성이에서 금빛 화살이 날아와 나에게 첫 키스를 건넨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깨어난다.

햇살이 수면 위를 간지럽히면, 산과 나무, 하늘과 구름이 차례로 내 안에 자리를 잡는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품는 존재. 어떤 것은 왜곡 없이 그대로 비추고, 어떤 것은 흐릿하게 흐트러뜨린다. 하지만 그것이 나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푸른 옷을 입고 내 안에 들어왔고, 솜털 같은 구름은 하얀 돛단배처럼 떠다녔다. 나는 이 풍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오늘 하루도 참 멋지겠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 일찍 찾아오는 작은 새들의 방문이다. 그들은 물가에 앉아 나의 맑은 물을 마시며, 지저귐으로 아침 인사를 건넨다. 한 마리는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갸웃거렸고, 또 한 마리는 내가 비춘 푸른 하늘을 보고는 날개를 펼쳤다. 나는 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여워 작은 파동을 일으켜 답했다.

"안녕, 친구들. 오늘 하루도 좋은 일만 가득하렴."

새들이 떠난 자리에는 어부가 찾아왔다. 그는 낡은 배를 띄우고 그물을 던졌다. 나는 그의 굳은 손과 주름진 얼굴을 비추며, 그의 하루가 얼마나 고단한지 알고 있었다. 그의 그물이 텅 비어 올라올 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때마다 나는 작은 물고기들을 그의 그물 쪽으로 살짝 몰아주곤 했다. 물론 티 나지 않게, 아주 은밀하게. 어부가 미소 지으며 물고기가 든 그물을 올릴 때, 나도 모르게 물결을 흔들며 기뻐했다.

"저 사람의 미소가 내 하루를 채우는구나."

어부가 떠난 후, 아이들이 물가에 나타났다. 그들은 종이배를 띄우며 깔깔거렸다. 나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좋아 물결을 흔들어 종이배가 잘 떠내려가도록 도와주었다. 아이들은 내가 흔든 물결을 보며 더 크게 웃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나에게 활기 넘치는 음악과 같았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세상의 모습이 달라졌다. 갑자기 몰려온 회색 구름은 하늘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고, 거친 바람이 불어와 나의 몸을 마구 흔들었다. 나는 더 이상 고요한 거울이 아니었다. 거칠게 일렁이는 파도처럼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내 안에 비친 세상의 모습도 함께 일렁이게 만들었다. 푸른 산은 찌그러지고, 하얀 구름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내가 담은 세상이 두렵다며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갔다.

"왜 갑자기 나를 두려워하는 거지?"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세상은 늘 고요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슬픈 모습도 함께 담아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세상의 진정한 모습이니까. 나는 파도를 멈추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내 몸을 맡기고,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나의 몸에 수많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나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빗방울을 통해 세상의 슬픔과 아픔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듯, 조용히 빗방울을 흡수했다.

어둠이 찾아오고, 세상은 다시 고요해졌다. 달이 내 안에 비치고, 별들이 총총히 박힌 하늘이 나의 이불이 되었다. 나는 낮 동안 담아왔던 모든 풍경과 감정을 서서히 흘려보냈다. 오늘 하루, 나는 참 많은 것을 보았고, 참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나는 그저 거울이 아니었구나. 나는 세상을 담는 그릇이면서, 때로는 세상을 위로하는 친구였구나."



나의 생각!

우리는 종종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세상의 기준에 비추어 보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신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추함, 기쁨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거칠게 요동치더라도 스스로의 모습을 잃지 않는 데서 발견된다. 타인의 시선에만 신경 쓰다 보면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여러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거울은 단지 자신을 비출 뿐이지만, 우리는 세상을 담고, 세상을 위로할 수 있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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