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은 호수 "나의 하루"(1~5화) - (2화) '세상을 담은 거울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세상을 담은 호수 "나의 하루" (1~5화)

(2화) '세상을 담은 거울'


고요했던 새벽이 지나고, 해가 머리 위로 솟아오르면 나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사람들은 나를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와, 그들의 활기찬 하루를 펼쳐 보인다. 아침 일찍 조깅을 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는 할아버지, 그리고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는 연인들. 나는 이 모든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 그들의 웃음소리, 작은 다툼, 그리고 귓속말까지. 마치 거대한 스크린이 된 것처럼.

오늘은 낯선 철학자가 찾아왔다. 그는 조용히 내 앞에 앉아 노트를 펴더니, 내 물결을 한참 들여다봤다.

“호수여, 넌 왜 늘 세상을 비추느냐?”
나는 대답했다. “나는 그냥 존재일 뿐이다. 세상은 스스로를 확인하기 위해 나를 필요로 하는 것.”

철학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적더니, 내게 돌멩이를 던졌다.
“그럼 이것도 세상의 일부인가?”
나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고요히 파문을 일으켰다.
“그렇다. 아름다움과 추함, 모두 담아야 나는 온전한 호수가 된다.”

철학자는 탄성을 내뱉고 떠났다. 나는 그의 노트 속에 어떤 문장이 남을지 궁금했다. 아마 ‘호수는 세계의 침묵 속에서 말한다’ 같은 허세 가득한 글귀겠지.
그래도 좋다. 나의 하루가 누군가의 사유를 자극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나는 이 모든 것을 담는 호수.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나는 이 모든 감정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그들의 모습이 내 안에 머무는 동안, 그들에게 작은 안식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와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모든 감정을 담아, 내 안에서 소화시킨다.

한낮의 소란이 잦아들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금 고요함을 되찾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오늘 하루도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들의 감정을 담았다. 나는 그저 물일 뿐이지만, 이 모든 것들을 통해 나는 성장하고, 더욱 깊고 넓은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나의 생각!

세상은 다양한 소리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한낮의 호수처럼, 우리는 삶의 활기찬 순간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불안과 슬픔, 실패의 그림자까지 모두 받아들이고 포용해야 한다. 진정한 관계와 성장은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까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담아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와 사랑이다. 타인의 행복에 기뻐하고,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한낮의 호수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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