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까마득한 밤하늘 어딘가에서 매일같이 고군분투하는 아주 작은 별, ‘반짝이’의 하루를 통해 우리네 인생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때로는 찌릿하게 풀어내 보려 합니다. 웃음 한 스푼, 풍자 두 스푼에 위로 한 국자 듬뿍 넣어 차려낸 이야기입니다. 자, 그럼 반짝이의 하루를 함께 따라가 볼까요?
프롤로그: 어느 보통 별의 특별한 하루 예고
"매일 밤 당신을 비추던 그 별, 사실은 극한직업?!"
나는 별이다. 이름은 ‘반짝이’. 이름만 들으면 세상 근심 걱정 없이 밤하늘을 수놓는 낭만적인 존재 같겠지만, 실상은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우리 별들의 세계도 인간 세상 못지않게 치열하고, 고단하며, 때로는 눈물겹다. 지구인들이 아침 해를 보고 하루를 시작하듯, 우리는 저 멀리 ‘빅뱅 주식회사’의 출근 신호인 초신성 폭발 알람 소리에 잠을 깬다.
나의 직장은 ‘은하수 제7광역 관리 본부’. 주 업무는 지구라는 행성의 밤하늘을 적당한 밝기와 감성적인 깜빡임으로 유지하는 것이다.ㅎㅎㅎ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밝기는 너무 튀지 않게, 깜빡임은 보는 이의 심박수와 동기화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조절해야 하는, 고도의 감정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실적 압박도 상당하다.
매달 ‘이달의 가장 로맨틱한 별빛 상’, ‘가장 많은 소원을 이끌어낸 별 상’ 같은 걸 시상하는데, 여기서 밀리면 변두리 성운으로 발령 나기 십상이다.
그곳은… , 빛 공해가 심해 우리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별들의 무덤 같은 곳이다.
내일은 내게 아주 중요한 날이다. 매년 돌아오는 ‘지구 관측 실적 보고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위로가 되었으며, 길잡이가 되어주었는지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요즘 지구인들은 밤하늘을 잘 쳐다보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채 손안의 작은 빛(스마트폰)에만 열중할 뿐. 실적이 좋을 리가 없다. 보고회에서 까칠하기로 소문난 시리우스 부장님께 된통 깨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빛이 흐려지는 기분이다.
과연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내년에도 저 밤하늘 한구석에서 반짝일 수 있을까?
보잘것없는 작은 별인 나도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빛이 될 수 있을까? 지금부터 아주 평범해서 더 특별한, 별 볼 일 있는 나의 하루를 들려주고자 한다. 아마 당신의 하루와 놀랍도록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별, 별 이야기 "나의 하루"(1~5화)
(1화) 별빛 인턴의 우울한 출근길
"별들의 만원 우주선, '지옥철'보다 빡세다? K-직장인 별의 애환"
"삐빅- 삐비빅-! 제7항성계, 제7항성계입니다. 내리실 분은 미리 블랙홀 쪽으로…"
요란한 알람 소리보다 더 정신을 쏙 빼놓는 목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아니, ‘광원’을 켰다는 표현이 맞겠다.
여기는 ‘오리온 급행열차’. 은하수 외곽에 사는 나 같은 ‘흙수저 별’들의 유일한 출근 수단이다. 이름만 급행이지, 소행성 정류장마다 다 서는 완행이나 다름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열차는 터져나갈 듯한 별들로 가득했다. 나보다 몇 억 배는 더 밝고 뜨거운 항성들 틈바구니에 낀 나는 그야말로 ‘쭈구리’ 신세다. 그들이 내뿜는 엄청난 열기와 중력에 찌부러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만으로도 아침(?) 에너지를 절반은 쓰는 것 같다.
"어이, 신입! 좀 비켜봐, 빛 가리잖아!"
옆에 있던 ‘베텔게우스’ 아저씨가 잔뜩 인상을 쓰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인다. 곧 초신성 폭발을 앞둔, 우리 회사에선 명예퇴직 대상자다. 말년이라 그런지 부쩍 예민하고 까칠하다. 나는 최대한 몸을 움츠리며 "죄송합니다, 선배님"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서러움에 빛이 살짝 떨렸지만, 꾹 참았다. 여기서 울컥했다간 ‘감정 기복이 심한 불안정한 별’로 낙인찍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별들의 세계도 결국은 ‘존버’가 미덕인 곳이다. 크큭!
겨우 회사, ‘은하수 제7광역 관리 본부’에 도착하니 이미 기진맥진이다. 서둘러 내 자리에 앉아 ‘오늘의 할 일’을 확인했다. ‘지구 관측 보고서 최종 검토’, ‘소행성 충돌 위험 지역 순찰’, 그리고…,‘시리우스 부장님 커피 타기(가장 밝은 원두로, 블랙홀처럼 진하게)’. 마지막 항목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부장님은 스스로를 ‘밤하늘의 제왕’이라 칭하는, 우리 구역의 절대 권력자다.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곧 나의 소멸을 의미했다.
"반짝이 씨, 보고서 다 됐나?"
등 뒤에서 칼날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리우스 부장님이었다. 나는 빛의 속도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네, 부장님! 최종 검토 중입니다!" "요즘 지구인들, 밤하늘 안 본다고 아주 나태해졌어. 당신들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 것 같아?
다 그들의 ‘감성’과 ‘소원’에서 나오는 거라고! 정신 똑바로 차려, 안 그러면 당신 자리, 저기 혜성 인턴으로 대체되는 거 순식간이야!"
혜성은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별인 나에게는 가장 무서운 협박이었다. 나는 더 깊이 허리를 숙였다. 내 작은 몸에서 나오던 희미한 빛이 더욱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영원히 저 밤하늘에서 빛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나는 정말 먼지보다 작은 존재일 뿐일까.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아니 ‘유성우’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나의 생각!
거대한 조직 속에서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가 있나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아무리 작은 별이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빛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러분의 그 작은 빛을 보며 길을 찾고, 위로를 얻고, 꿈을 꿉니다. 여러분은 결코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무심코 지나치는 모든 존재들에게는 저마다의 치열한 하루가 있습니다.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해 가장 어두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지 모를 그들에게, 오늘 밤 따뜻한 눈길 한번 보내주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여러분의 그 시선 하나가 어느 작은 별의 내일을 밝히는 가장 큰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뭐라고 쓰셨다 지웠을까요? 궁금!(갸우뚱^^)
3시, 잠들지 못하는 자, 잠에서 깨어 있어야 명분을 주신 주옥 같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안한 쉼을 쉬는 그 순간 조차,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과 소원을 담아 세상을 비추는
그 별, 반짝이를 찾아 오늘 밤엔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될 것 같아요^^
늦게 주무시나 보네요? 아님 야간근무하시나? 종합병원 간호사님? 아님 창작활동 하시나요?
반짝이는 아마도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하게 보일거예요~ 마음속에 빛나고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