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 잠자리의 " 나의 하루 "(1~5화) - (마지막5화) 나의 비행은 계속된다.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큰 눈 잠자리의 " 나의 하루 "(1~5화)

(마지막5화) 해질녘, 나의 비행은 계속된다.

"가장 빛나는 비행은 속도가 아니라 '나다움'이었다. 왕눈이의 마지막 날갯짓, 그 의미는?"


해 질 녘, 연못은 낮 동안의 소란을 뒤로하고 황금빛 평화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하루의 피로가 온몸을 감쌌지만, 나의 겹눈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세상을 보고 있었다. 찢어졌던 날개는 햇살을 받아 더욱 견고해 보였고, 몸통은 하루 동안 겪었던 수많은 경험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나는 연못 위를 천천히 비행했다. 

과거의 나라면, 해가 지기 전 한 마리라도 더 사냥하기 위해 발버둥 쳤을 테다. 더 빨리, 더 높이 날아올라 최고의 스펙을 증명하려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어떤 것도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비행 자체를 즐길 뿐이었다.

내 겹눈에는 지난 하루의 장면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크리스탈에게 진심을 전했던 아침. 맹목적인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위험에 처한 실잠자리를 구했던 순간. 윙윙거리는 가짜 소문 속에서 '어둠의 늪'으로 직접 날아가 진실을 확인했던 용기. 그리고 왕사마귀의 위선 앞에서 굴하지 않고 독개구리에게 맞섰던 대담함까지.

이 모든 경험들이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더 이상 남들의 시선에 갇히지 않았다. '가장 빠른 잠자리', '가장 화려한 잠자리'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나 자신'이 어떤 잠자리로 살아가고 싶은가 하는 것이었다.

연못 가장자리의 갈대밭에서, 나는 지난밤 황소개구리에게 공격받았던 치어들을 보았다. 그들은 아직 어린 날개로 연못 위를 불안하게 맴돌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해가 지고 있어. 오늘은 이만 쉬는 게 좋겠다. 내일 아침, 더 밝은 해가 뜨면 너희들의 날개는 더 강해져 있을 거야."

나의 말에 어린 치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작은 눈망울 속에서 나는 따뜻한 신뢰를 보았다. 과거의 나라면 경쟁에서 뒤처진 치어들에게 무관심했겠지만, 이제는 그들의 작은 날갯짓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때, 저 멀리 찢어진 날개로 홀로 비행하는 제트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어딘가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는 듯한 그의 비행은 안쓰러웠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멈춰 서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임을 나의 겹눈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을은 점점 더 짙어져 연못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 나의 3만 개 겹눈은 이 아름다운 광경을 낱낱이 담아냈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또다시 수많은 유혹과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나는 나만의 비행을 할 줄 알았고, 나만의 속도를 지킬 줄 알았으며, 무엇보다 '진정으로 봐야 할 것'을 꿰뚫어 볼 줄 알게 되었으니까.

어둠이 내리고, 연못은 완전히 고요해졌다. 

나는 연꽃잎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내일 아침,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비행은 계속될 것이다. 속도에 쫓기지 않고, 소문에 흔들리지 않으며, 오직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나만의 아름다운 비행이.


에필로그: 해질녘, 그의 날갯짓이 우리에게 남긴 것

어느덧 연못에 황금빛 노을이 길게 드리워졌습니다. 치열했던 낮의 소란은 잦아들고, 세상은 고요한 성찰의 시간으로 접어듭니다. 저기,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유유히 비행하는 잠자리 한 마리가 보입니다. '왕눈이'입니다.

그의 비행은 아침의 그 어떤 잠자리보다 빠르지 않습니다. 날개는 하루 동안의 여정 속에서 조금 찢어졌고, 황금빛 몸통은 더 이상 화려하게 빛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날갯짓에는 그 어떤 잠자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품위와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남들의 속도에 조바심 내지 않고,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으며, 시끄러운 소문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왕눈이는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3만 개의 눈으로 봐야 할 것은 상대방의 화려한 날개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작은 떨림이라는 것을. 중요한 것은 비행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때로는 멈춰 서서 누군가의 날개를 닦아주는 연대라는 것을 말입니다. 시끄럽게 윙윙거리는 소음 속에서 진실의 목소리를 가려내는 지혜와, 강자의 위선 앞에서 기죽지 않고 약자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용기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제 그는 자신만의 항로를 따라 비행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연못은 소란해지겠지만, 그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을 겁니다. 3만 개의 낱눈이 모여 하나의 세상을 보듯, 수많은 경험의 조각들이 모여 '왕눈이'라는 단단한 자아를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왕눈이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그의 하루는 어쩌면 우리의 길고 긴 일생과 닮아있을지 모릅니다. 우리 역시 수많은 시선 속에서 길을 잃고, 무한 경쟁에 지쳐가며, 거짓된 소문에 상처받기도 하니까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창밖의 작은 생명들에게 한번 눈길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들의 작은 세상 속에 우리 삶의 해답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당신만의 속도와 당신만의 방향으로, 가장 당신다운 멋진 비행을 시작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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