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품은 지갑의 "나의 하루"(1~5화) - (1화) 월요병과 함께 출근하다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을 품은 지갑의 "나의 하루"

( 프롤로그 ) 태어나다

나는 이탈리아산 소가죽으로 태어났다. 정확히는 피렌체 외곽의 가죽 공방에서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빚어진, 꽤나 고급스러운 장지갑이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알았다. 나의 운명은 '담는 것'이라는 걸. 하지만 무엇을 담을지는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

백화점 진열대에서 반짝이던 그 날, 한 30대 직장인이 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 괜찮네. 명함도 많이 들어가고." 그렇게 나는 김대리의 지갑이 되었다. 그날부터 나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지갑은 그 사람의 인생을 담는다고. 맞는 말이다. 나는 김대리의 꿈과 좌절, 허영과 절약, 사랑과 이별을 모두 품어왔다. 이제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지갑의 눈으로 본 인간의 세계. 그것은 생각보다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슬프고, 가끔은 아름답다.


제1화: 월요병과 함께 출근하다

 

"월급날 D-25일, 오늘도 카드는 비명을 지른다"


아침 7시 30분, 나는 김대리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깨어났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주머니를 더듬는 습관적인 손길에 잠에서 깼다. "지갑... 있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이 의식. 그는 나를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정작 나를 제대로 챙기지는 않는다.

지하철역 개찰구. 체크카드가 떨며 말했다. "형님, 오늘은 제발... 잔액 부족 안 뜨게 해주세요."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5만원. 통장 잔액이 딱 5만원이다. 월급날까지 아직 25일이나 남았는데.

"띠링-" 다행히 통과했다. 체크카드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편의점 앞을 지나칠 때, 나는 긴장했다. 김대리는 항상 여기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는데, 그게 매번 4,500원이다. 한 달이면 135,000원. 이 친구의 재정 파탄은 이런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이것만은 양보 못 해." 김대리가 중얼거리며 신용카드를 꺼냈다. 신용카드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또 나의 시간이 왔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 친구들, 언제쯤 화해할까.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신경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회사에 도착하자 김대리는 나를 책상 서랍에 던져넣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가벼울까.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꿈이 없어서다. 예전에 김대리는 나에게 "여행 가는 돈 모으기"라는 포스트잇을 붙여두었었다. 하지만 6개월 전에 떨어진 그 종이조각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졌다.

점심시간. 동료들이 "뭐 먹을까?" 고민할 때, 김대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편의점 도시락이요"라고 답했다. 나는 알고 있다. 그가 정말 먹고 싶은 건 12,000원짜리 돈까스 정식이라는 걸. 하지만 나 안에 든 카드들의 한도를 생각하면, 그는 차마 그 메뉴를 말할 수가 없다.

오후 3시, 회사 후배가 커피 타러 간다며 돈을 걷었다. 김대리가 나를 꺼내 천원짜리 두 장을 내밀었다. 후배가 카드 단말기를 내밀며 "형, 카드 되세요?"라고 했지만, 김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현금이 편해."

거짓말이다. 그냥 카드 사용 알림이 뜨는 게 무서운 것뿐이다. '잔액 부족', '한도 초과', 그런 메시지들이 그의 자존심을 짓밟는다는 걸 나는 안다.

퇴근길, 김대리는 서점 앞을 지나다 멈췄다. '부자 되는 습관'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있었다. 그는 5분간 그 책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사지 않았다. 16,800원. 그 돈으로 내일 점심을 더 풍성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집에 돌아온 김대리는 나를 침대 위에 던졌다. 나는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겼구나. 체크카드 잔액 45,500원. 신용카드 사용 가능 한도 73만원. 그리고 지갑 안 낡은 천원짜리 지폐 세 장.

이게 30대 직장인의 현실이다. 꿈은 비싸고, 현실은 싸다.



나의 생각!

"우리는 지갑을 채우기 위해 산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지갑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지갑을 열 때 우리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느냐입니다. 가난은 지갑이 비었을 때가 아니라, 마음이 비었을 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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