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서 지갑은 늘 허세를 부린다"
토요일 저녁 7시.
나는 김대리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그의 심장박동을 느꼈다. 빨랐다. 이유는 하나. 오늘은 그가 세 달째 만나고 있는 수진씨와의 데이트날이다.
"괜찮을 거야. 10만원 정도면 충분하지." 김대리가 중얼거렸다.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충분하다고?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강남 파스타 맛집의 코스 요리는 1인당 45,000원이고, 그 후 갈 와인바는 잔당 최소 15,000원이다.
레스토랑 입구. 김대리가 나를 꺼내들며 체크카드를 만지작거렸다.
"형님, 오늘은 제가 쉴게요. 신용이 형한테 맡기세요." 체크카드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나는 조용히 신용카드를 앞쪽 슬롯으로 밀어냈다.
"어서오세요. 예약하신 김대리님 맞으시죠?"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리는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수진씨가 이미 와 있었다.
"오빠, 여기 분위기 진짜 좋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김대리의 손이 나를 더 꽉 쥐었다. 땀이 느껴졌다.
메뉴판이 펼쳐졌다. 와인 리스트를 보던 수진씨가 말했다.
"오빠, 이거 마셔도 돼?"
그녀가 가리킨 건 12만원짜리 샤르도네였다. 김대리가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지. 좋은 날인데." 나는 신용카드에게 속삭였다. "준비됐나?" 신용카드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김대리의 양복 안에서 그의 진심을 느꼈다. 그는 진짜 행복했다. 수진씨와의 대화, 그녀의 웃음소리, 촛불 아래서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 이 순간만큼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계산서가 나왔을 때, 현실이 찾아왔다. "총 236,000원입니다." 김대리가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꺼내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띠링-" 승인됐다.
신용카드의 한도는 이제 494,000원이 남았다.
레스토랑을 나오며 수진씨가 말했다.
"오빠, 미안해. 내가 너무 비싼 거 시켰나봐." 김대리가 손을 저었다. "아니야, 전혀. 다음에 더 좋은 데 가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은 언제쯤 올까. 카드 대금 결제일까지 15일. 그 전에 월급이 들어온다. 간신히.
와인바로 이동했다. 수진씨가 "오빠, 부담되면 그냥 집 갈까?"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김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특별한 날. 그들이 처음 만난 지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와인 두 잔. 안주 하나. 72,000원. 나는 다시 한 번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신용카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저 이제..." "알아. 조금만 더 힘내." 나는 그를 다독였다.
택시를 타고 수진씨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김대리는 혼자 지하철을 탔다. 막차였다. 나는 그의 주머니에서 그의 한숨을 들었다. 깊고, 무거웠다.
집에 도착해 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김대리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행복했어."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그 미소는 308,000원짜리였지만, 그에게는 백만 불의 가치가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참 비싼 감정이다. 하지만 그 값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확실한 건, 김대리의 신용카드 한도는 이제 422,000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ㅠㅠ
나의 생각!
"진짜 사랑은 지갑을 열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열게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쓸 때,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그 마음의 진정성입니다. 하지만 그 진정성이 당신의 미래를 담보로 하고 있다면,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