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품은 지갑의 "나의 하루"(1~5화) - (4화) 할머니의 오만원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4화) 할머니의 오만원


 "가장 가벼운 돈이 가장 무거운 이유"




일요일 오후. 

나는 김대리의 가방 안에서 덜컹거렸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그의 고향으로 가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할머니를 뵈러 가는 날이었다.

"대리야, 밥은 먹었니?" 할머니의 첫 마디는 언제나 같았다. "네, 할머니. 잘 먹고 다녀요." 김대리의 대답도 언제나 같았다. 거짓말이었지만.

할머니 집 방 한쪽에는 작은 제단이 있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진이 놓여있었고, 그 앞에는 할머니가 매일 아침 올리는 물 한 잔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지켜주신다더라. 너도, 나도."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점심을 먹고, 할머니는 부엌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낡은 봉투였다. "이거 가져가거라." 김대리가 손을 저었다.

"할머니, 전 괜찮아요. 돈 많이 벌어요." 또 거짓말이었다.

"아이고, 내가 뭘 모를 것 같니. 네가 편의점 도시락 먹고 다니는 거 엄마한테 다 들었다." 할머니의 눈이 촉촉해졌다. 

"할머니가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구나."

봉투 안에는 오만 원권 한 장이 들어있었다. 낡고 구겨진, 아마도 오래전부터 준비해두신 듯한 그 지폐. 김대리가 끝까지 거절했지만, 할머니는 강제로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대리는 나를 꺼내 그 오만 원권을 넣었다. 신용카드들 옆에. 체크카드 옆에. 그리고 영수증 더미들 사이에. 하지만 그 오만 원은 달랐다. 무게가 느껴졌다.

"이건 쓰면 안 돼." 김대리가 중얼거렸다. 나는 물었다. 

"왜?" "이건 그냥... 돈이 아니니까."

그날 밤, 김대리는 또 배가 고팠다. 냉장고는 비었고, 편의점은 도보 5분 거리에 있었다. 손이 나를 향했다. 그리고 그 오만 원권을 만졌다. 하지만 꺼내지 않았다.

"라면이나 끓여먹자." 찬장 구석에서 찾은 라면 한 봉지. 유통기한이 한 달 지났지만, 먹을 만했다. 김대리는 그걸로 저녁을 해결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계속 김대리의 주머니에 있었고, 그 오만 원권도 계속 내 안에 있었다. 편의점을 지나칠 때, 후배들과 술을 마실 때, 새벽에 배달앱을 열었을 때. 그는 그 돈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쓰지 않았다.

"형님, 그 돈 왜 안 쓰세요?" 신용카드가 물었다.

"우리보다 훨씬 쓰기 편한데. 이자도 없고, 결제일도 없잖아요."

나는 대답했다. "그건 말이야, 단순한 오만 원이 아니거든. 그건 할머니의 십 년치 걱정이고, 이십 년치 사랑이고, 평생의 기도야. 그런 돈은 쉽게 쓸 수 없는 거야."

한 달이 지났다. 그 오만 원은 여전히 내 안에 있었다. 이제는 가장 깨끗하게 펴져서, 가장 안쪽 슬롯에 보관되어 있었다. 김대리는 가끔 그것을 꺼내 보기만 했다. 쓰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할머니, 잘 가지고 있어요." 김대리가 전화로 말했다. 

"이번 달 용돈 조금 생겼어요. 다음에 가면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그날 밤, 나는 그 오만 원에게 물었다. 

"너는 쓰이고 싶지 않니?" 오만 원권이 대답했다. "아니. 난 이미 쓰였어. 매일, 이 사람의 마음속에서. 그걸로 충분해."



나의 생각!

"가장 값진 돈은 액면가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누가, 왜, 어떻게 그 돈을 건넸는지가 돈의 진짜 가치를 결정합니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돈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돈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엔 진정한 사랑은 얼마 정도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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