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카드 대금 고지서가 날아온 날
"D-3일, 계좌에는 바람만 분다"
수요일 오전 10시 32분.
나는 김대리의 책상 서랍에서 진동을 느꼈다. 그의 스마트폰이었다.
"[3☆카드] 이번 달 결제 금액 1,847,000원, 10월 25일 출금 예정입니다."
김대리의 손이 멈췄다. 키보드 위에서. 나는 그의 주머니를 통해 전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1,847,000원. 그의 월급은 세후 235만원. 집세 50만원, 통신비와 보험료 20만원을 빼면 남는 돈은 183만원. 계산이 안 맞았다.
점심시간, 김대리는 동료들의 식사 제안을 거절했다. "미리 싸온 게 있어서." 거짓말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가방 안에는 편의점에서 산 3,900원짜리 삼각김밥 두 개가 들어있다는 것을.
오후 2시, 김대리는 화장실 칸막이에 앉아 나를 꺼냈다. 신용카드를 한 장 한 장 꺼내보며 중얼거렸다. "이 카드는 지난달에 치킨 시켜먹고... 이건 수진이랑 영화 보고... 이건 뭐였더라?"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카드는 새벽 2시, 술 취해서 택시 대신 대리운전을 불렀을 때 쓴 것이었다. 45,000원. 그냥 택시를 탔으면 15,000원이면 됐을 것을.
신용카드들이 수군거렸다. "이번엔 진짜 큰일났다." "형님, 우리 잘못 아니잖아요.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최소 결제 금액만 내면 되지 않아요?"
나는 그들을 꾸짖었다. "닥쳐. 최소 결제 금액 184,700원을 내면,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되면서 이자가 18.6%씩 붙는다고.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너희는 몰라."
저녁 7시, 퇴근 후 김대리는 은행 앱을 열었다. 현재 잔액: 327,400원. 월급날까지 3일. 그 3일을 이 돈으로 버텨야 한다. 그리고 월급이 들어오면 카드 대금을 내고, 집세를 내고, 또다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다.
김대리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잠깐 돈 좀..." 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끊어버렸다.
나는 그의 자존심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어머니에게 손을 벌린다는 것.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그는 중고거래 앱을 열었다. 침대 밑에서 한 번도 신지 않은 운동화를 꺼냈다. 2년 전, 세일한다길래 충동구매했던 23만원짜리 신발.
"12만원에 판매합니다. 새 제품 급."
밤 11시, 운동화는 팔렸다. 구매자가 내일 가져간다고 했다. 12만원. 이걸로 3일을 더 버틸 수 있다. 아니, 버텨야만 한다.
나는 김대리의 침대 옆 서랍에 누워 생각했다. 카드라는 건 참 무서운 물건이다. 당장의 행복을 쉽게 살 수 있게 해주지만, 그 대가는 미래가 치러야 한다.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다.
김대리가 핸드폰으로 가계부 앱을 열었다. 작년에 설치했다가 3일 만에 삭제했던 그 앱. 다시 설치하고, 이번엔 진심으로 다짐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해보자."
나는 속으로 응원했다. '그래, 넌 할 수 있어. 우리 함께 해보자.'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 이게 그의 열두 번째 다짐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전의 열한 번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나의 생각!
"미래의 돈을 당겨 쓰는 것은 미래의 나를 노예로 만드는 일입니다. 카드는 도구일 뿐, 주인은 여러분이어야 합니다. 카드가 여러분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순간, 여러분은 자유를 잃습니다. 진짜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적게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