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깡통의 "나의 하루"(1~5화) - (마지막 5화) 용광로 앞 깨달음 - 완전한 비움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마지막 5화) 용광로 앞 깨달음 - 완전한 비움

"용광로 앞에서야 깨달았다. 나는 비워지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었다. 다시 채워지기 위해 비워진 것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는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나는 그 위에 실려 앞으로 나아갔다. 주변에는 수백 개의 캔들이 함께 있었다.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앞쪽에서 붉은 빛이 보였다. 열기가 느껴졌다. 용광로였다. 거대했다. 그리고 뜨거웠다. 입구에서 오렌지빛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저기가..."

옆에 있던 콜라캔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저기서 우리는 녹아." 맥주캔이 대답했다.

"아직도 무서워?"  "네... 많이요." "나도."  맥주캔이 솔직하게 말했다.

"사라진다는 게 무섭지. 근데 뭐, 어차피 피할 수 없으니까."

나는 용광로를 바라봤다. 이미 앞에 있던 캔들이 벨트를 따라 용광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붉은 빛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그들은 형태를 잃었다. 녹아내렸다.

"저기 봐."

도시락통이 말했다.

"저렇게 녹으면, 우린 다 똑같아져. 액체 알루미늄. 누가 프리미엄이었는지, 누가 명품이었는지, 누가 30년을 살았는지, 아무도 몰라."

"그게... 평등이네요." 내가 말했다.

"맞아. 진짜 평등. 용광로 앞에선 다들 똑같아."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살아있을 때는 차이가 있었다. 프리미엄과 일반, 비싼 것과 싼 것, 새것과 낡은 것. 하지만 여기서는 그 모든 게 사라진다. 우리는 모두 알루미늄이라는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상하죠?" 내가 말했다.

"살아있을 땐 그렇게 집착했는데. 내가 프리미엄이라는 것, 2,800원이라는 것. 근데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게 집착이야."

맥주캔이 말했다.

"우린 평생 뭔가에 집착하면서 살아. 나는 이거야, 나는 저거야. 하지만 결국 다 허상이지. 본질은 똑같은데."

컨베이어 벨트가 조금 더 나아갔다. 용광로가 점점 가까워졌다. 열기가 더 강해졌다.

"무서워." 콜라캔이 중얼거렸다.

"녹는다는 게... 나라는 게 사라진다는 게..." "사라지는 게 아니야." 도시락통이 말했다.

"변하는 거지. 형태는 사라지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어. 알루미늄으로."

"하지만 기억은 없잖아요. 전 제가 누군지 기억 못 할 거예요." "그렇지. 하지만..."

도시락통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기억이 없어도, 우리가 살았던 흔적은 남아. 어딘가에. 우리를 사용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나를 마셨던 그 남자. 바쁜 월요일 아침, 나를 들고 사무실로 갔던 그 사람. 그는 나를 기억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수많은 커피 중 하나였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 나는 그의 아침의 일부였다. 그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저기." 내가 모두에게 말했다. "우리 다 잘 살았어요."

"응?" "도시락통은 30년 동안 매일 밥을 담았고, 맥주캔은 누군가의 주말을 즐겁게 했고, 콜라캔은 어린이를 기쁘게 했고, 저는 월요일 아침을 버티게 했어요. 다들 역할을 다한 거예요."

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

"맞아." 도시락통이 웃었다.

"우린 쓰임새를 다했어. 그걸로 충분해."

컨베이어 벨트가 또 움직였다. 이제 용광로가 바로 앞이었다. 열기가 뜨거웠다.

"곧이야." 맥주캔이 말했다.

"우리 차례."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니, 캔에게 심장은 없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평화로웠다.

"여러분." 내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음 생에 또 봐요. 어떤 모습으로든." "그래, 다음 생에." 도시락통이 대답했다.

"난 이번엔 예쁜 커피캔이 되고 싶어." 콜라캔이 웃으며 말했다.

"난 뭐가 돼도 상관없어. 쓸모만 있다면." 맥주캔이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완전한 비움!.

나는 지금 완전히 비워졌다. 내용물도 없고, 주인도 없고, 정체성도 없다. 프리미엄 커피캔이라는 라벨도, 2,800원이라는 가격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 나는 그냥 알루미늄이다. 순수한 재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새로운 시작이었다. 비워졌기에, 다시 채워질 수 있다. 형태를 잃었기에,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다. 나를 잃었기에,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다.

"이게 바로..." 내가 중얼거렸다. "비움의 의미였구나."

처음에 나는 비워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커피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없어졌을 때, 나는 가치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비워진 그 순간부터, 나는 진짜 여정을 시작한 것이었다. 쓰레기통에서 계급을 배우고, 분리수거장에서 책임을 배우고, 트럭에서 연대를 배우고, 그리고 지금, 용광로 앞에서 순환을 배운다.

"준비됐어?" 맥주캔이 물었다.

"응. 준비됐어요." 나는 대답했다.

컨베이어 벨트가 마지막으로 움직였다. 우리는 용광로 입구에 도달했다. 붉은 빛이 모든 것을 감쌌다. 열기가 나를 감쌌다. 그리고 나는 느꼈다. 녹는다는 것을. 형태가 흐물거렸다. 단단했던 몸이 부드러워졌다. 경계가 흐려졌다.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마치 오랫동안 긴장했던 것이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액체가 되었다. 주변의 모든 캔들도 함께 녹았다. 도시락통, 맥주캔, 콜라캔. 우리는 더 이상 구별되지 않았다. 하나의 액체 알루미늄으로 섞였다. 30년 된 것도, 며칠 된 것도, 프리미엄도, 일반도, 모두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름다웠다.

'나'라는 경계가 사라지자, 오히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모든 것과 하나였다. 마지막 순간, 나는 생각했다. '채워져 있을 때는 무거웠다. 가득 차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쏟아질까 봐, 상할까 봐.' '하지만 완전히 비워지니, 자유로웠다.'

'그리고 지금, 완전히 녹아 없어지니... 평화롭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어딘가에서 나는 다시 형태를 갖출 것이다. 어떤 모습일지는 모른다. 커피캔일 수도, 맥주캔일 수도, 아니면 전혀 다른 무언가일 수도.하 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비워지고, 녹고, 다시 만들어지고. 이것이 순환이다. 이것이 삶이다. 그리고 이것이... 희망이다.



에필로그 : 다시 채워질 준비

"나는 다시 태어났다. 기억은 없지만, 묘하게 익숙하다. 마치... 처음이 아닌 것처럼."


6개월 후.

새벽 5시. 어딘가의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나는 눈을 떴다.

아니, 정확히는 '의식'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나는 깡통이었다. 새로 만들어진, 반짝거리는 알루미늄 캔.

주변을 둘러보니 똑같이 생긴 캔들이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빈 상태였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나는 방금 태어났는데, 왜인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이 느낌... 전에도 느껴본 것 같은데.




나의 생각!

순환은 상실이 아니라 변신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무언가를 잃었다면, 그것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형태로 다시 시작할 준비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비워졌다면, 그것은 공허가 아니라 가능성입니다. 다시 채워질 무한한 여백입니다.

완전히 비워져야, 완전히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모든 형태를, 모든 집착을, 모든 '나'라는 경계를 녹여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집니다.

여러분의 가치는 내용물이 아닌 그릇 자체입니다.

무엇을 담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담을 수 있는가. 그것이 진짜 가치입니다. 빈 그릇은 무가치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가능성을 품은 것입니다.

순환은 희망입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희망적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느 단계에 있나요?

채워지는 중인가요? 쓰이는 중인가요? 비워지는 중인가요? 용광로 앞인가요? 아니면 다시 태어나는 중인가요? 어느 단계든 괜찮습니다. 모두 순환의 일부이니까요. 두려워 마세요. 비워지는 것을. 녹는 것을. 사라지는 것을. 그것은 끝이 아니라, 다음 장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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