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프롤로그 (균열의 시작)
나는 안경이다. 세상의 모든 빛을 모아 한 사람의 눈으로 정직하게 전달하는 임무를 띤 존재. 나의 주인은 '김작가'라 불리는, 책과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의 콧등에 앉아 수천 권의 책을 함께 읽었고, 동틀 녘까지 원고를 쓰는 그의 퀭한 눈을 지켜봤다. 나의 렌즈는 그의 세상이었고, 나의 다리는 그의 귀 뒤에서 세상을 단단히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나는 내 삶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았다. 주인이 깜빡 잠이 들어 소파에서 굴러 떨어지기 전까지는. 육중한 그의 몸이 나를 덮쳤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순간, "짜악-" 하는 비명과 함께 오른쪽 다리 경첩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균형이 무너졌다. 나의 세상, 아니 주인의 세상이 한순간에 기울어지는 순간이었다. 나의 완벽했던 삶에, 첫 번째 균열이 시작되었다.
(1화) 비뚤어진 세상, 절뚝이는 시선
"세상이 기울어 보이기 시작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안경의 처절한 생존기!
"하..." 주인의 깊은 한숨이 내 렌즈에 뿌옇게 김을 서리게 했다.
그는 부러진 내 오른쪽 다리를 한참 동안 만지작거리더니, 서랍에서 스카치테이프를 꺼내 칭칭 감기 시작했다. 이건... 굴욕이다! 정밀공학의 산물인 내 몸에 이런 투박하고 끈적이는 붕대라니! 마치 명품 슈트에 고무신을 신은 격이었다.
나는 나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이었던 매끈한 균형미가 무너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주인은 나를 다시 콧등에 얹었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세상이 온통 왼쪽으로 기울어져 보였다. 수평으로 곧게 뻗어 있던 책장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피사의 사탑이 되었고, 동그란 컵은 기울어진 타원형으로 일그러졌다. 주인이 바라보는 모니터 속 글자들은 비탈길을 따라 위태롭게 흘러내리는 듯했다.
"아, 영 불편하네."
주인이 고개를 몇 번이고 갸웃 거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의 콧등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뻔한 것을 겨우 왼쪽 다리 하나로 버텨내야 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의 귀에 매달렸다.
'주인님, 제가 비록 한쪽 다리는 잃었지만, 아직 세상을 보여줄 수는 있습니다! 이 정도 기울기는 애교로 봐주십시오!'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그는 내 마음을 알 리 없었다. 그는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스마트폰으로 '새 안경 맞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차가운 깨달음이 렌즈를 관통했다.
나의 유일한 가치였던 '선명하고 똑바른 세상'을 더 이상 완벽하게 제공할 수 없게 된 순간, 나는 그에게 더 이상 최고의 파트너가 아니었다. 그저 '불편한 물건'일 뿐이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나는 속으로 항변했다.
좀 불편하다고 해서 내가 더 이상 안경이 아니게 되는 걸까?
비록 절뚝거리지만 나는 여전히 빛을 모아 그의 눈에 세상을 전하고 있다.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또한, 좀 삐뚤어진 상태로 세상을 본다고 해서 세상을 잘못 판단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어쩌면 모두가 반듯하다고 믿는 세상의 숨겨진 기울기를, 미세한 불균형을 나만이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것이 완벽한 수평과 수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가장 큰 착각이 아닐까?
그래, 이것은 고장이 아니라 '차이'일 뿐이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단지 좀 불편할 뿐이다.
그러나 주인은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했다. 스카치테이프의 끈적함보다 더 불쾌한 것은, 나의 존재 가치가 나 스스로의 본질이 아닌 타인의 '편리함'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었다. 절 뚝 이는 다리로 겨우 지탱하고 선 나의 렌즈 너머로,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비뚤어져 보였다. 그것이 내가 새로이 발견한, 세상의 또 다른 진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