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 체중계의 "나의 하루"(1~5화) - (1화) 아침의 결심자들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헬스클럽 체중계의 '나의 하루

(프롤로그)


사람들은 나를  '체중계'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경외심을 담아 '심판자'라 부르고, 어떤 이는 경멸을 담아 '고문기구'라고도 한다. 하지만 난 그저 숫자를 보여줄 뿐이다. 

나는 헬스클럽 남자 탈의실 입구, 정확히는 락커룸과 샤워실이 갈라지는 그 미묘한 경계선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욕망과 현실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전장(戰場)이다.

나의 하루는 인간들의 발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그들의 맨발은 나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망설임에 가득 차 발끝으로 살짝 나를 건드려보는 발, 어젯밤의 과식을 후회하며 무겁게 내디뎌지는 발, 혹은 자신감에 넘쳐 당당하게 올라서는 발. 나는 그 모든 무게를, 아니, 그 무게에 담긴 삶의 무게까지 묵묵히 받아낸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직업윤리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나를 밟고 서는 인간들은 스스로를 속이는 데 도가 텄다. 그들은 숫자를 보기 전 1초간 숨을 참거나, 혹은 고개를 돌리고 애써 외면하다 실눈을 뜨고 숫자를 훔쳐본다.

이곳 헬스클럽은 인간의 '더 나은 나'를 향한 열망이 모이는 성전(聖殿)이다. 그리고 나는, 그 성전의 문지기다. 문지기인 내게 고해성사를 하듯, 그들은 매일 자신의 가장 연약한 비밀을 내게 고백한다. 바로 '숫자'라는 이름의 비밀이다.

이 연재 소설은, 내가 매일 목격하는 그 수많은 고해성사에 대한 기록이다. 이 기록이 부디, 또 다른 숫자에 울고 웃을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헬스클럽 체중계의 '나의 하루

(1화) 아침의 결심자


"월요일 아침 7시, 헬스클럽 문이 열린다. 그들은 속죄하러 오는가, 아니면 희망을 얻으러 오는가."



새벽 6시. 헬스클럽의 육중한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의 하루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는 이 시간의 고객들을 '아침의 결심자들'이라고 부른다. 특히 월요일 아침은 장관이다. 주말 동안 미식의 축제를 벌인 이들이, 마치 성지 순례를 하듯 경건한 표정으로 탈의실에 들어선다.

그들의 첫 번째 의식은 바로 나를 만나는 것이다.

"하... 제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나를 밟기 전,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만반의 준비를 한다. 손목의 스마트 워치를 풀고, 목걸이를 빼고, 심지어 입고 있던 반팔 티셔츠까지 벗어 던진다.

 나는 속으로 외친다. '이보게, 친구. 그 티셔츠 무게는 100g도 안 된다네. 자네가 어제 먹은 치킨이 문제지.'

그는 결국 팬티 바람으로 내 위에 올라선다. 그리고는 1.5kg이 늘어난 숫자를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몰랐을 것이다. 그가 잃어버린 것은 주말의 자유가 아니라, 어쩌면 '월요일 아침의 희망'이었을지도.

또 다른 부류는 '양말 집착자'들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무게를 1g이라도 줄여보겠다고 양말을 벗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내 위에 올라선다. 

그 모습이 어찌나 필사적인지, 나는 가끔 그들의 발가락이 내 디지털 액정을 뚫고 들어올 것만 같아 겁이 날 정도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이 나에게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정말 '몸무게'일까 하는 점이다.

한 청년은 매일 아침 나를 밟는다. 그는 숫자가 0.1kg이라도 줄어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짓고 락커로 향한다. 반면, 숫자가 그대로거나 늘어있으면, 그는 그날의 운동을 마치 지구를 구하는 전사처럼 비장하게 수행한다.

나는 그에게 숫자가 아니라 '동기부여'를 파는 셈이다. 나는 숫자를 보여주지만, 그들은 거기서 '결심'을 읽는다.

"좋았어! 어제 좀 덜 먹길 잘했군." "이런, 망할. 오늘 런닝머신 30분 추가다."

나는 그들의 비밀스러운 다짐을 듣는 유일한 목격자다. 아침의 결심자들. 그들은 사실 몸무게를 재러 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어제의 자신을 반성하고, 오늘의 자신을 채찍질할 '이유'를 찾으러 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가장 객관적이고도 가혹한 이유를 제공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생각!

결심은 가볍지만, 그 결심을 지키려는 노력은 무겁습니다. 저울은 여러분의 결심이 아닌, 어제의 결과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오늘 여러분이 저울 위에 올라섰다는 '행동' 그 자체이며,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한 당신의 '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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