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한낮의 집착자들
"그들은 거울 속 자신과 사랑에 빠졌지만, 나(체중계)에게는 확인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났죠. 참 피곤한 사랑입니다."
아침의 광풍이 휩쓸고 간 오전 10시. 탈의실은 잠시 평화를 되찾는다. 하지만 이 평화는 길지 않다. 곧이어 '한낮의 집착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거나, 혹은 자신의 몸을 예술 작품처럼 조각하는 데 여념이 없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나는 '체중계'가 아니라 '체지방 측정기'의 보조 도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단순 무게 측정만 한다. 인바디(InBody)처럼 친절하게 근육량과 체지방률을 알려주지 못한다.
"아, 젠장. 근육이 300g 늘었는데, 체중이 500g 늘었네? 이거 지방 낀 거 아냐?"
한 남자가 거의 울상이 되어 중얼거린다. 그는 방금 저쪽 구석의 인바디에서 '근육량 증가'라는 달콤한 속삭임을 듣고 왔지만, 내 위에 올라서서 '총중량 증가'라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참이다.
그는 나를 노려본다. 마치 내가 그의 지방과 공모라도 한 것처럼.
이 시간대의 또 다른 주역은 '퍼스널 트레이너(PT)'들이다. 그들은 회원들을 데리고 와서 나를 '심판의 도구'로 활용한다.
"회원님. 어제 회식하셨죠? 제가 다 압니다. 숫자가 말해주잖아요."
트레이너가 클립보드를 탁탁 치며 말한다. 회원은 고개를 숙인 죄인이 된다. 나는 졸지에 '밀고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말하고 싶다. '이봐, 트레이너 양반. 이 분은 어제 회식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웠다고! 그 무게는 삶의 애환이야!'
하지만 나의 침묵은 그들에게 더 큰 권위를 부여한다. 숫자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된다.
"자, 오늘 하체 2세트 추가입니다."
나는 그들의 거래를 묵묵히 지켜본다. 인간들은 참 재미있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몸을 숫자로만 평가하려 든다. 거울 앞에서는 그렇게나 자신의 근육에 감탄하고 스스로를 대견해하다가도, 내 위에 올라서면 단 1kg의 변동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그들에게 '몸'이란 사랑의 대상인가, 아니면 관리의 대상인가.
나는 가끔 헷갈린다. 한낮의 집착자들은 나에게서 숫자가 아닌 '안도감'을 사고 싶어 한다.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C-700. 위로 대신, 오늘도 팩트(Fact)를 선사할 뿐이다.
나의 생각!
우리는 종종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숫자)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거울 속에서 본 어제보다 나아진 미세한 근육의 선, 더 건강해진 안색이야말로 진정한 '결과'입니다. 저울 위의 숫자는 여러분의 노력을 담아내기엔 너무나도 평면적인 도구일 뿐입니다. 여러분의 '변화'를 믿으십시오, '숫자'가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