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아스팔트 위의 '우리들'
(The Asphalt Society)
"여기가 끝인 줄 알았지? 천만에.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야."
"밟히거나, 쓸려가거나. 둘 중 하나야."
'은행잎'의 차가운 목소리가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내 잎사귀를 스쳤다.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말이지, 내가 상상하던 '바닥'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내가 매달려 있던 '어머니 나무'는 멀리, 아득하게 느껴졌다. 저 높은 가지 위에서 내려다보던 세상은 그저 푸른색과 녹색의 흐릿한 점들로 가득했는데, 이곳은 너무나 선명하고, 또 너무나 복잡했다.
"자네가 '스카이 캐슬' 출신 '로열 레드'인가? 요즘은 뭐... 그런 건방진 놈들이 많이 떨어지지."
'은행잎'은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그의 잎맥은 잔뜩 구겨져 있었고, 마치 삶의 온갖 풍파를 다 겪은 듯한 낡은 표정이었다.
"너무 상심하진 말게나, 단풍 군. 우리 모두 한때는 잘나갔지. 이 '은행잎' 나리도 한때는 최고의 은행나무 가지에서 가장 고고한 빛깔을 뽐냈더랬어! 하지만 여기선 다 똑같은 '낙엽' 신세라고."
그때였다. 내 옆으로 쿵, 하고 무언가 떨어졌다. 갈색의 거칠고 투박한 잎사귀였다. 덩치도 나보다 훨씬 컸다.
"크어어억... 젠장, 또 떨어졌군.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놈의 나무는 매년 나를 가장 먼저 내팽개친다니까!"
투덜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 '갈색 잎'은 주변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이봐 '은행잎' 군! 여긴 또 왜 이리 시끄러워? '새내기'가 온 건가? 쯧쯧...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는구먼."
그는 '갈잎'이라고 불리는 참나무잎이었다. 거칠고 투박한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불 같아 보였다.
"이봐, 단풍 군. 잘 들어둬. 이 바닥에도 '계급'이란 게 있어." '은행잎'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우리처럼 우아하게 바람에 실려온 잎사귀들이 있는가 하면, 저 '갈잎' 같은 놈들처럼 무턱대고 떨어지는 '무게빨' 잎사귀들도 있지."
나는 눈을 깜빡였다. 낙엽 세계에도 계급이라니.
"보게나. 저쪽은 '보도블록파'야." '은행잎'이 턱짓으로 한 무리의 낙엽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대체로 크고 튼튼해 보였고, 보도블록 틈새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자칭 '터줏대감'이지. 사람들의 발길에 가장 먼저 밟히는 위험한 자리지만, 그만큼 '자리싸움'도 치열하고 '구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해."
"그럼 저쪽은?" 내가 물었다. 보도블록 건너편, 작은 화단 안에는 조금 더 촉촉하고 깨끗해 보이는 잎사귀들이 모여 있었다.
"아, 저기는 '화단파'지. 곱게 떨어져 흙 위에 안착하는 걸 선호하는 '온실 속 화초' 같은 놈들." '은행잎'은 경멸하듯 말했다. "사람 발에 밟힐 일도 적고, 물도 적당히 얻어 마실 수 있으니 '낙엽계의 금수저'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너무 안락한 탓에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데?" 내가 물었다.
"글쎄... 자네는 지금 '어정쩡한 중간 지대'에 떨어졌군." '은행잎'이 픽 웃었다. "여기서 '갈잎'처럼 무작정 굴러다니다가 차도에라도 나뒹굴면... 그건 끝이야. 한 번 깔리면 재기 불능이지."
나는 오싹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행'이라는 낭만을 노래했는데, 이곳은 완전히 정글이었다.
"이봐, 쫄지 마. 인생은 원래 그래." '갈'이 퉁명스럽게 끼어들었다. "가장 높은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는, 자기만 잘난 줄 알지. '광합성'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하지만 여기 내려와 보면, 광합성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살아남는 게 장땡이야."
그때였다. 웅장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를 덮쳤다. "크아아앙~"
"젠장, '스틸 몬스터'다!" '은'행잎이 소리쳤다.
'스틸 몬스터'는 바로 자동차였다. 시속 60km로 우리 위를 맹렬히 질주하는 거대한 쇠붙이 덩어리.
"빨리 몸을 웅크려! 꽉 붙잡아!" '갈'이 소리쳤다.
나는 당황하여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거대한 바퀴가 내 위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끝인가? 나의 짧고도 길었던 '낙엽'으로서의 생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건가?
"흐읍!"
콰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엄청난 바람이 내 몸을 강타했다. 나는 나뒹굴고, 날아가고, 또다시 바닥에 처박혔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나는 아까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다행히 몸은 멀쩡했다. 하지만 심장이 쿵쾅거렸다.
'은행잎'과 '갈잎'도 근처에 나뒹굴고 있었다.
"휴우... 간신히 살았군." '은'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젠장, 저놈의 '스틸 몬스터'는 매번 사람을 놀래킨다니까." '갈잎'이 투덜거렸다. "어때, 단 풍군. '환영식'은 마음에 드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차가운 아스팔트의 냄새를 맡을 뿐이었다.
이곳은 내가 알던 '하늘 아래 첫 동네'가 아니었다. 이곳은... 전쟁터였다.
나의 생각!
익숙했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뎠을 때, 우리는 종종 그곳에도 '보이지 않는 규칙'과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당신은 어떤 '파벌'에 속하게 될까요?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신은 어떤 '생존 전략'을 택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새로운 '아스팔트'는 어떤 모습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