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 땅에 눕다. (1~5화) - (1화) 추락인가, 비행인가?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바람에 실려, 에 눕다> 프롤로그

 "가장 높이 매달려 있던 시절, 우린 우리가 떨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한때 '하늘'이라 불리던 곳이 있었다.

정확히는 '하늘 아래 첫 동네', 빽빽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의 가장 높은 가지 위, '스카이 캐슬'이라 불리던 그곳 말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태어났다. 연초록빛 여린 떡잎으로 태어나, 여름 내내 치열하게 햇빛을 받아먹으며 몸집을 키웠다. 우리의 임무는 단 하나, '광합성'이라는 신성한 노동을 통해 '어머니 나무'를 지탱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먹여 살린다고 믿었다.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던 그 여름, 우리는 가장 푸르고 가장 왕성했다.

하지만 바람이 차가워지자, 모든 것이 변했다.

우리의 녹색 피는 서서히 식어갔다. 누군가는 샛노랗게 질렸고, 누군가는 나처럼 불타는 듯 붉게 물들었다. '어머니 나무'는 더 이상 우리에게 수분과 양분을 보내주지 않았다. 명백한 '해고 통지'였다.

"이제 그대들의 소임은 끝났다. 이제... 놓아줄 때다."

우리는 공포에 떨었다. '놓는다'는 것, 그것은 '추락'을 의미했다. 우리가 평생 발아래로 멸시하며 내려다보던 저 차갑고 더러운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아직 할 수 있어! 아직 광합성 할 수 있다고!"

몇몇은 필사적으로 가지 끝을 붙잡고 버텼지만, 소용없었다. '가을바람'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전문가는 냉정했다. 그는 매일같이 가지 사이를 훑으며 '만기 퇴직자'들을 공중으로 흩뿌렸다.

그것은 '추락'인가, 아니면 생애 마지막 '비행'인가.

이제 곧, 내 차례다. 나는 내 몸을 물들인 이 붉은색이, 청춘의 마지막 불꽃인지, 아니면 죽음을 앞둔 노인의 마지막 기침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1화) 추락인가, 비행인가? (The Descent)

"가지를 놓는 순간, 비로소 나는 세상을 보았다."



"이보게, 단풍 군! 아직도 버티고 있나?"

나를 부른 건 '바람'이었다. 이 구역에서 가장 악명 높은 '해고 전문가'이자, 동시에 가장 유쾌한 '여행 가이드'이기도 한 이중적인 녀석.

"시끄러워, 바람 씨. 난 아직 은퇴할 생각 없네. 이 나무에서 내가 제일 붉다고! '로열 레드' 모르나? 아직 한창 일할 나이야!"

나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잎자루에 마지막 힘을 주며 소리쳤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이미 바싹 말라 비틀어져, '바스락'거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하! '라떼는 말이야'~ 그거 하려고 버티는 겐가? 미안하지만 '어머니 나무'의 수액 결제 라인이 완전히 막혔다네. 자, 마지막 비행일세. 멋지게 가야지!"

바람 씨가 내 등을 훅, 하고 밀었다.



'툭.'

아.

모든 것이 정지하는 듯했다. 평생 나를 붙들고 있던 '가지'라는 굴레, 혹은 '안식처'가 멀어졌다. 나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내던져졌다. 끝없는 추락의 공포가 나를 덮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 이게... 뭐지?"

나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날고' 있었다.

바람 씨는 나를 거칠게 내동댕이치지 않았다. 그는 왈츠라도 추듯, 나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빙글, 빙글, 돌려주었다.

"자, 보시게! 단풍군이 평생 매달려 있던 세상의 '진짜' 모습이야!"

나는 보았다. 내가 매달려 있던 가지 바로 위, 더 높은 하늘에는 거대한 흰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평생 나뭇잎 동료들의 등만 보고 사느라, 진짜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저 아래, 내가 평생 '더러운 바닥'이라고 무시했던 아스팔트 위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동료들이 모여 '그들만의 리그'를 이루고 있었다. 샛노란 '은행잎' 무리, 갈색 '참나무잎' 패거리. 그들은 더 이상 '어머니 나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뒹굴고 있었다.

한 인간 꼬마가 나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가, 엄마에게 "지지! 만지지 마!"라는 소리를 듣고 손을 거두는 것도 보였다. (뭐, 저 '지지'라는 건 좀 기분 나쁘지만.)

그리고... '쿵' 하는 가벼운 충격과 함께, 나의 비행은 끝났다.

"쓰읍... 아야."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이었다. 축축한 물기와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로열 레드'의 체면도 잊고 바닥에 큰 대(大) 자로 뻗어버렸다.

그때, 옆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신참이군. 비행은 어땠나? 멀미는 안 했고?"

고개를 돌리자, 바싹 마른 샛노란 은행잎 하나가 나를 삐딱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은행잎'이란다.

"이제부터가 진짜야, 친구. '땅바닥'에 온 걸 환영하네. 여긴 '스카이'처럼 광합성으로 연명하는 고상한 곳이 아니라고. 여긴 말이야..."

'은행잎'이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밟히거나, 쓸려가거나. 둘 중 하나야."


나의 생각!

우리는 누구나 '가지'에서 내려오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것이 퇴직이든, 이별이든, 혹은 익숙했던 자리에서의 이동이든 말이죠.그 '추락'의 순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적 있으신가요?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왔을 때, 비로소 새로운 이웃과 진짜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여러분의 '착륙'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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