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삼겹살 기름 비와 구멍 난 양말의 공개 처형 (19:00 ~ 22:00)
"삼겹살 기름 폭탄과 소주 우박이 내리는 전쟁터! 그리고 만천하에 공개 처형당한 우리 주인의 '구멍 난 양말'."
오후 7시. 잔혹한 시간이다.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하고도 폭력적인 냄새. 그렇다. 오늘은 '삼겹살 회식'이다. 인간들에게는 축제일지 몰라도, 우리 가죽 구두들에게는 재앙의 날, '더 퍼지(The Purge)'의 시작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선 순간, 나는 절망했다.
"어서 오세요! 신발 벗고 올라오세요!" 좌식(坐式) 식당이다. 아, 안 돼! 차라리 나를 밟고 지나가라!
김 과장이 현관 앞에서 멈칫한다. 그의 발가락이 내 안에서 불안하게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진다. 나는 안다. 그가 왜 망설이는지. 오늘 아침, 급하게 신으면서 언뜻 보았던 그의 왼쪽 엄지발가락 양말에 난 '그것' 때문이다.
"김 과장, 뭐 해? 빨리 안 들어오고!" 최 부장의 재촉에 김 과장이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나를 벗는다.
‘스윽-’
나의 몸이 벗겨지고, 시원한 공기와 함께 주인의 치부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나는 보았다. 회색 양말 위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그의 엄지발가락 살색을. 오십 원짜리 동전만 한 구멍. 그것은 대한민국 40대 가장의 고단함을 상징하는 슬픈 훈장이었다.
김 과장은 황급히 다른 발로 그 구멍을 가리며 오리걸음으로 식당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현관 구석에 아무렇게나 처박혔다. 내 옆에는 아까 공원에서 만났던 신입의 명품 구두 ‘루이 14세’도 널부러져 있다. 녀석, 주인 잘못 만나 벌써 흙투성이가 됐군.
자,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식당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치이익- 타탁!’ 불판 위에서 삼겹살 비계가 녹으며 기름 폭탄이 사방으로 튄다. 현관까지 날아온 뜨거운 기름 방울 하나가 내 오른쪽 볼에 명중했다.
"앗, 뜨거!" 가죽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이 기름 얼룩은 클리너로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을 텐데. 내 중후한 갈색 피부에 영구적인 오점이 남는 순간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부장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아이고, 흘렸네!" 누군가가 쏟은 소주가 바닥을 타고 흘러내려 내 밑창을 적신다.
끈적하고 알싸한 알코올 냄새. 아, 나는 술 한 방울 안 마셨는데 벌써 취하는 기분이다. 내일 아침이면 숙취에 시달리는 주인처럼 나도 가죽이 쪼그라드는 숙취를 겪겠지.
식당 안에서는 "위하여!", "김 과장, 요즘 실적이 왜 그 모양이야!" 하는 고함과 웃음소리가 뒤섞인다. 나는 저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홀로 외로이 싸우고 있는 김 과장의 구멍 난 양말을 생각한다. 지금쯤 테이블 밑에서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밤 10시. 드디어 전쟁이 끝났다. 벌겋게 취한 김 과장이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나온다. 수많은 신발 무덤 속에서 나를 찾는 그의 눈빛이 흐릿하다.
"어디... 내 신발이... 어딨더라..."
그가 허둥지둥 나를 찾아 발을 쑤셔 넣는다. 구둣주걱은 사치다. 내 뒤꿈치가 또다시 무참히 꺾이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는다.
지금 그에게는 당장 이 지긋지긋한 회식 자리를 벗어나게 해 줄 나의 존재가 절실하니까. 기름 범벅이 되고 소주에 젖었지만, 나는 기꺼이 그의 비틀거리는 두 발을 받아들인다.
가자, 주인님. 집으로.
나의 생각!
누구나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구멍 난 양말' 같은 치부 하나쯤은 품고 살아갑니다. 오늘 혹시 당신의 약점이 드러나 얼굴이 화끈거렸나요?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 구멍은 당신이 그만큼 치열하게 세상을 뛰어다녔다는 증거입니다. 냄새나고 기름진 하루 끝에, 당신의 지친 발을 말없이 감싸주는 낡은 구두처럼 당신을 위로해 줄 무언가가 분명 곁에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