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일광욕과 빛 좋은 개살구: 명품의 비애 (12:30)
"저기요, 신입 사원님 발뒤꿈치에서 피 나는데요?" 빛 좋은 개살구, 이태리산 명품 구두의 눈물겨운 신고식.
오후 12시 30분. 직장인에게 허락된 유일한 합법적 탈출 시간, 점심시간이다. 김 과장은 쫓기듯 밥을 마시고(덕분에 내 위로 뜨거운 김치찌개 국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아 따가워!), 회사 근처 작은 공원으로 향한다.
아, 이 찬란한 햇살! 사무실 책상 밑 그 음침한 어둠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시다.
나는 모처럼 '광합성'을 즐긴다. 자외선이 낡은 가죽의 색을 바래게 한다고? 천만에. 이건 '에이징(Aging)'이다.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갈색. 김 과장의 발등을 타고 흐르는 따스한 열기가 내 가죽 깊숙이 스며든다. 딱딱한 아스팔트가 아닌, 흙과 자잘한 자갈이 섞인 공원 산책로의 감촉이 밑창을 간지럽힌다. 툭, 툭. 작은 돌멩이들이 채이는 느낌이 경쾌하다.
"과장님, 식사하셨습니까?"
저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네는 건 신입사원 박 군이다. 그리고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발밑으로 향한다.
'헉.'
눈이 멀어버릴 것 같다. 저것은 구두인가, 거울인가. 티끌 하나 없는 매끈한 검은색 가죽, 날렵하게 빠진 라인, 그리고 발등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저 유명한 명품 로고 장식.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는 그 귀하신 몸, '루이 14세'(내가 방금 지어준 별명이다)가 내 앞에 서 있다.
루이 14세가 나를 힐끔 내려다본다. 그의 시선이 내 코에 난 긁힌 자국과, 주인의 발볼에 맞춰 펑퍼짐하게 늘어난 옆태에 머문다.
(루이 14세): "어머, 아저씨. 가죽 관리 좀 받으셔야겠어요. 주름이 자글자글하시네. 저는 송아지 가죽 중에서도 최고급만 썼거든요. 태생부터가 다르죠."
(나): "허허, 젊은 친구. 주름이 아니라 연륜이라네. 자네는 아직 주인의 발맛을 모르는군."
나는 녀석의 허세가 가소롭다. 왜냐고? 박 신입의 걸음걸이가 아까부터 이상했거든. 그는 미세하게 절뚝거리고 있다. 나는 초음파 탐지기처럼 예민한 감각으로 루이 14세의 내부 상황을 스캔한다.
상황은 심각했다. 녀석의 최고급 가죽은 아직 너무 뻣뻣해서 주인의 발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었다. 박 신입의 발뒤꿈치는 이미 빨갛게 부어올랐고, 새끼발가락은 좁은 앞코에 갇혀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나): "어이, 명품 양반. 주인 발뒤꿈치 다 까지고 있잖아. 좀 부드럽게 감싸주지 그래? 그러다 밴드 신세 지겠어." (루이 14세): "크흑...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제 완벽한 라인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요! 주인이 참아야죠! 감히 날 신으려면!"
쯧쯧. 어리석은 녀석. 신발의 본분은 주인을 빛나게 하는 것 이전에, 주인을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것이다.
김 과장이 자판기 커피를 뽑으려다 발을 헛디뎌 비틀거린다. 나는 순간적으로 바닥을 넓게 지지하며 충격을 흡수한다. 3년간 맞춰온 완벽한 호흡이다. 김 과장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커피를 마신다. 봤나, 애송이? 이게 바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거다.
박 신입이 결국 벤치에 앉아 몰래 신발 뒤꿈치를 꺾어 신는다. 루이 14세의 비명이 공원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명품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순간이다. 나는 김 과장의 발을 더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생각한다. 그래, 화려하진 않아도 난 네 발을 가장 잘 아는 유일한 구두야.
나의 생각!
새것의 화려함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낡은 것의 편안함은 마음을 놓게 합니다. 지금 당장 빛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의 주름과 상처는 당신이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니까요. 남들의 번쩍이는 '새 구두'를 부러워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꼭 맞는 그 편안함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