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낙엽, 가장 낮은 곳으로의 '위대한 하강'
"바닥에 떨어졌다고 끝인가요? 아니요, 가장 넓고 따뜻한 품에 안긴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입니다.""당신의 '내려놓음'을 응원합니다. 추락이 아닌,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안착(安着)'을 위하여."
화려했던 단풍 파티가 끝났습니다. 붉고 노랗게 타오르던 열정도 이제 차분하게 식어갈 시간입니다. 이제 나의 임무는 마지막 단계, 바로 '하강(Descent)'으로 접어듭니다.
사람들은 나뭇잎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를 보며 "아, 가을이 다 갔네. 쓸쓸하다. 허무하다."라고 쉽게 말합니다.
떨어짐을 곧 '추락'이나 '소멸', 혹은 '버려짐'과 동의어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언컨대, 그것은 거대한 오해입니다. 나의 시선으로 보는 낙엽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안착(安着)'하는 것입니다.
나뭇잎들은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언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지를요.
한겨울 매서운 바람이 불 때까지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미라처럼 말라 비틀어지는 것은 그들의 미학이 아닙니다. 가장 아름답게 물들었을 때, 박수 칠 때 떠나는 노련한 배우처럼 그들은 미련 없이 허공으로 몸을 던집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아닙니다. 모든 생명의 고향이자 근원인 '흙'의 품입니다.
그들은 가장 높은 곳에서 햇볕을 독점하던 특권을 내려놓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나무의 발등을 덮어줍니다. 다가올 겨울의 혹독한 추위로부터 뿌리가 얼지 않도록 기꺼이 자신의 몸으로 '이불'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썩어 문드러지는 길을 택합니다. 이것은 패배가 아닙니다. 내년 봄에 딱딱한 땅을 뚫고 올라올 여린 새순, 즉 자신의 후손들에게 내어줄 가장 기름진 '거름'이 되겠다는 숭고한 자기희생이자 위대한 순환의 약속입니다.
나는 이 과정이 눈물겹게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나는 바람에게 명령해 그들의 마지막 하강을 돕습니다. 툭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왈츠를 추듯, 나비가 날갯짓하듯 우아하게 빙글빙글 돌며 내려오도록 나의 숨결로 받쳐줍니다.
가을 산책길,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아보셨나요?
발밑에서 들리는 "바스락, 바스락"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건 비명이 아닙니다. "아, 한세상 뜨겁게 잘 살았다!", "후회 없이 다 태웠다!"라고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외치는 그들의 유쾌한 건배사입니다. 밟혀도 부서져도 그들은 향긋합니다. 비에 젖은 흙냄새와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는 그 냄새는, 삶의 모든 과정을 마친 자만이 풍길 수 있는 '완성의 향기'입니다.
사랑하는 당신, 당신에게도 언젠가 내려와야 할 순간이 옵니다. 성취의 정점에서, 젊음의 정점에서, 혹은 뜨거웠던 사랑의 정점에서 내려와야 할 때가 반드시 옵니다.
그때, 두려워하지 마세요. 악착같이 버티며 추해지지 마세요. 내가 나뭇잎들에게 그랬듯, 당신이 곱게 물든 채로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내려놓는 연습을 하세요. 양손에 꽉 쥐고 있던 욕심을,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자존심을, 그리고 가슴을 짓누르던 미움을 내려놓으세요.
사람들은 '바닥을 친다'는 말을 무서워하지만, 내가 깔아놓은 낙엽의 바닥을 보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곳이 아닙니다. 푹신하고 따뜻하며 비옥한 곳입니다. 바닥에 닿았다는 것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는 뜻이며, 이제 다시 박차고 튀어 오를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기반을 만났다는 뜻입니다.
나는 이제 정말 떠날 채비를 합니다. 나의 색깔들은 모두 땅으로 돌아갔고, 하늘은 다시 텅 비었으며, 바람은 날카로워졌습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어, 다가올 긴 겨울 동안 뜨겁게 발효되며 겨울잠을 잘 테니까요. 당신의 찬란한 봄을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러니 당신도 나처럼, 가장 화려한 순간에 가볍게 버리고, 가장 깊고 낮은 곳으로 스며드시길. 나의 마지막 모습이 당신의 하강에 우아한 교본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의 생각!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등산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습니다. 잘 내려온 자만이 다시 건강하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낙엽은 나무의 끝이 아니라 숲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당신이 겪는 은퇴, 이별, 실패, 혹은 상실은 끝이 아닙니다. 더 깊고 넓은 당신의 본질(뿌리)로 돌아가는 '귀향(歸鄕)'입니다. 안심하고 내려놓으세요. 당신의 가을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에필로그] 당신은 이미 가을에 젖어 있습니다
어느새 겨울의 입김이 문 앞에 와 있네요. 나는 이제 짐을 쌉니다. 하지만 슬퍼 마세요. 나는 떠나는 게 아니라, 당신의 마음 깊은 곳으로 완전히 '염색'된 거니까요.
거울을 한번 보세요. 지난봄과 여름보다 눈빛이 조금 더 깊어지지 않았나요? 사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요?
그게 바로 내가 당신에게 다녀간 흔적, '나이 듦'이 아닌 '깊어짐'의 증거입니다.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는 물 한 방울 떨어뜨려 온 종이를 은은하게 적시는 일을 했군요. 당신이라는 종이는 참 물이 잘 드는, 좋은 재질이었어요.
부디, 내가 남기고 간 이 차분한 색감으로 다가올 차가운 겨울도 따뜻하게 견뎌내시길. 나는 내년에, 당신이 또 한 번 깊어져야 할 때, 그때 다시 조용히 스며들겠습니다.
나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인 당신.
전하고 싶은 말!
지금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잔을 손에 쥐어보세요. 그리고 그 온기가 손끝에서 온몸으로 '물들어가는' 느낌을 1분만 느껴보시겠어요? 그게 바로 오늘 제가 전하고 싶은 가을의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