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개미의 "나의 하루" (1~3화) - (1화) 태양은 나를 위해 떠오른다.

 

🐜 놀개미의 "나의 하루" 🐜

(1화) 태양은 나를 위해 떠오른다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일을 하네... 라고 누가 그래? ㅋㅋㅋ 여기, 게으름으로 역사를 쓰는 개미가 있다!"


"크으읍, 잠이 보약이지, 암!"

따스한 햇살이 개미굴 입구를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 나는 기지개를 활짝 켰다. 이름하여  개미 사회에서 가장 게으른 개미, 놀개미였다. 다른 개미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우르르 몰려나가 먹이를 찾고, 집을 짓고, 애벌레를 돌본다고 난리법석이지만, 나는 그 모든 소음이 자장가처럼 들릴 뿐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들의 열정적인 움직임은 내게 '노동요' 쯤 되는 것이랄까. 노동요는 일할 때 듣는 게 아니라, 내가 쉴 때 남들이 일하는 걸 들으면서 감상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개미 유치원 시절, 친구들이 흙을 나르고 개미 집 모형을 만들 때, 나는 유일하게 낮잠 베개를 베고 코를 골았다. 선생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모님께 나를 '발달이 느린 개미'로 보고했지만, 나는 그저 '빠르게 쉬고 싶은 개미' 였을 뿐이다. 여왕님이 "너는 대체 뭘 하고 싶니?" 하고 물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여왕님!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때 여왕님의 표정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잠시 정지했다가 이내 껄껄 웃으시더니, "그럼 너는 우리 개미 사회의 균형추가 되어라! 너무 열심히만 살면 병나지 않겠니?" 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그건 공식적인 발언이었고, 비공식적으로는 '저 게으름뱅이는 뭘 시켜도 사고만 칠 테니 그냥 놔두자. 없는 셈 치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긍정의 힘을 믿는 개미이므로, 여왕님의 말씀을 '나의 존재를 인정해 준 특별 지시' 로 해석했다더니?" 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그건 공식적인 발언이었고, 비공식적으로는 '저 게으름뱅이는 뭘 시켜도 사고만 칠 테니 그냥 놔두자. 없는 셈 치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긍정의 힘을 믿는 개미이므로, 여왕님의 말씀을 '나의 존재를 인정해 준 특별 지시' 로 해석했다.


오늘도 여전히 분주한 개미들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이야, 오늘도 날씨 좋~다! 일하기 딱 좋은 날씨네!" 저 멀리 수개미 씨가 외치는 소리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일하기 좋은 날씨? 흥, 놀기 좋은 날씨겠지!

날씨는 놀라고 있는 거지, 일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나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개미굴 입구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명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지상으로 나가는 개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서려 있었다. 마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같았다. "힘내라, 친구들! 내 게으름이 너희의 노고를 빛내줄 거야! 덕분에 내가 편하게 쉬고 있음을 잊지 마!" 나는 속으로 응원하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때, 저 멀리서 부지런함의 아이콘, 일개미 대장 '개미대장 철인'이 씩씩하게 걸어왔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표정은 언제나처럼 진지했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노동은 나의 힘!' 을 외치는 듯했다. 그는 나를 힐끗 보더니 쯧 혀를 찼다.

"어이, 놀개미! 오늘도 그렇게 한량처럼 있을 텐가? 네 몫까지 우리가 두 배로 일하는 건 아나 모르겠다! 이럴 거면 차라리 배부른 개미가 되는 게 낫지 않겠나? 놀기만 하면서 뭘 그리 당당해?"

나는 그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는 늘 그렇게 나의 게으름을 질책했지만, 나는 그의 질책을 나의 존재 이유로 받아들였다. 생각해보라. 모두가 부지런하다면 그 사회는 얼마나 삭막하고 경쟁만 가득할까? 마치 공장처럼. 때로는 나처럼 게으른 존재가 있어야 다른 이들의 부지런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나는 우리 개미 사회의 '느림의 미학' 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크흠, 개미대장 철인! 자네는 너무 일만 하는군. 그러다 훅 간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데, 자네는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사는군. 내가 자네를 위해 특별히 휴식의 미덕을 설파해주지. 자, 이쪽으로 와서 나와 함께 햇살을 즐겨보게. 저 햇살이 자네를 위해 떠오른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걸세.

햇살은 만인을 비추지만, 진정으로 햇살을 즐기는 자에게만 그 가치를 허락하는 법이지."

나는 손짓으로 내 옆자리를 권했다. 물론 그는 미친 소리를 듣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지만, 이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쯧쯧, 불쌍한 워커홀릭. 저렇게 일만 하다가는 나중에 은퇴하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할 텐데.' 나는 혀를 찼다. 개미대장 철인이 지나간 자리에 그의 땀 냄새가 희미하게 남았다. 나는 코를 킁킁거리며 생각했다. '저 땀 냄새는 노동의 향기인가, 아니면 스트레스의 흔적인가.'

오늘 나의 오전 계획은 명확했다. 우선, 최고의 일광욕 스팟을 찾아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때 중요한 건, 단순히 햇볕을 쬐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에너지를 온전히 흡수한다' 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미처 다 먹지 못한 꿀방울 하나를 꺼내 천천히 맛보는 것. 꿀방울 하나에도 우주의 진리가 담겨 있다고 믿으며, 한 방울 한 방울을 음미하는 것이 진정한 미식가의 자세다.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개미들의 '열정적인' 노동을 관람하며 팝콘을 먹는 심정으로 감상하는 것. 이 얼마나 완벽하고 여유로운 하루인가! 

"바쁜 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지만, 한가한 개미는 행복할 시간이 넘쳐난다!"

이게 바로 나의 좌우명이다.

나는 가장 햇살이 잘 드는 돌멩이 위에 몸을 뉘었다.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아,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지. 

행복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 나는 눈을 감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미들의 분주한 움직임 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평화로운 배경 음악이었다. 마치 자연이 나만을 위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주는 것 같았다.

오늘도 태양은 나, 놀개미를 위해 뜨겁게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 태양 아래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낮잠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분의 하루 중 '나를 위해 태양이 떠오른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혹시 놀개미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외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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