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일대기 "나의하루" (1~3화)
(2화) 엉덩이 요정의 수난기 – 고3 수험생 의자의 고백
안녕, 나는 의자야!. "좌식-3000". 대단한 이름이지? ㅋㅋ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체공학적 설계’와 ‘최고급 메모리폼’이라는 말로 팔려갔지만, 지금은 한 고3 수험생의 휴일날 엉덩이 아래서 하루 14시간씩 노동 중이야.(디지것 어 ㅠㅠ)
원래 내 꿈은 IT 스타트업 사무실에서 맥북을 다루는 힙한 남자의 엉덩이를 받치는 거였지 ㅎㅎ. 그런데 현실은... 책상엔 영어 단어장, 수학 문제집, 그리고 가끔 눈물 한 방울 ㅠㅠ.
1. 첫 만남은 전설처럼
그 녀석, 처음 날 만났을 때 말했어.
"이제 진짜 공부 시작이야. 이 의자에 뼈를 묻겠다."
그 순간 난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지. 뼈를 묻는다고? (허걱) 난 장의사가 아니라고!
2. 하루의 일과
아침 7시. 첫 착석.
"으으… 또 시작이네…" 그 녀석은 신음소리를 내며 앉았고, 난 그걸 고스란히 받아냈지.
정오. 점심 후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 그는 나를 침대 삼아 기울어진 자세로 졸기 시작했고, 나는 오른쪽 다리만 불균형하게 눌렸지(아이고 나 죽네 ㅠㅠ).
밤 11시. 오늘의 마지막 착석. 그의 눈은 충혈됐고 엉덩이는 푸석푸석했어. 나도 쿠션감이 바닥났지.
3. 내 인생의 적, 안마방석
한 달 전, 경쟁자가 들어왔어. 이름은 ‘마사지 기능 겸용 방석’.
그 녀석, 처음 앉자마자 "헐… 신세계!"라며 나를 잠시 배신했지.
하지만 고작 3일 만에 진동이 고장 나서 다시 내게 돌아왔어 ㅋㅋㅋ , 의자계의 승자는 결국 나라고!
4. 의자의 회상
요즘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나. 그 녀석도 알아. “이젠 너도 힘들구나…”라고 중얼대.
가끔 내가 부러지면 공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하지만 나도 의자 자존심이 있지. 끝까지 버틸 거야.
왜냐고?
그 녀석이 시험 끝나고 맨 처음 말했던 거 기억하니까.
“수능 끝나면, 너랑은 평생 안 볼 거야.”
그래. 나도 알아. 이건 잠깐의 동행이야.
하지만 언젠가, 그가 대학 도서관에서 날 떠올리며
‘아, 그 의자 덕분에 버텼지…’라고 해주면, 그걸로 충분해(훔~).
오늘도 나는 충실히 그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어.
의자에겐 말할 권리도, 휴식도 없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도, 함께 버텨보자.
의자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