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새 " 닭 " 꼬꼬댁의 인간 관찰 일지
(3화) 발전이라는 허상과 잊혀진 진짜 행복
인간들아! 너희는 정말 ‘진보’하고 있는가? 꼬꼬댁의 촌철살인 관찰력으로, 당신의 삶에 숨겨진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경고: 뼈 때리는 깨달음 주의!)
어느덧 서쪽 하늘이 황금빛 물감으로 물들고 있다. 하루 종일 나의 예리한 닭 눈깔로 포착한 인간 세상의 기상천외한 풍경들을 곱씹으며 나의 길고 긴 인간 관찰 일지도 마무리할 시간이다. 닭장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오늘 하루 본 것들을 되새긴다.
바쁘게 움직이는 인간들, 돈 때문에 웃고 우는 인간들, 그리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인간들. 그들의 삶은 마치 정해진 트랙 위를 질주하는 경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주인아저씨네는 시도 때도 없이 텔레비전이라는 이상한 빛 상자에서 ‘인공지능’이니 ‘로봇’이니 하는 알 수 없는 소리들을 떠들어댄다. 뭐? 로봇이 인간 대신 일을 해준다고? 심지어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도 한단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우리처럼 위대한 지렁이 잡이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로봇은 꽤 그럴듯하게 움직이더군. 인간들은 그것을 ‘발전’이라고 부르며 환호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들이 그렇게나 발전하고 편리함을 추구한다면, 왜 항상 시간에 쫓기고, 왜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걸까? 왜 그들의 얼굴엔 웃음보다 근심과 걱정이 더 많이 보이는 걸까? 생각해보라. 로봇이 인간 대신 일하면 그들은 더 행복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더 바빠 보이고, 더 초조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마치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온갖 장비를 덕지덕지 붙였는데, 정작 목적지는 제자리인 우스꽝스러운 달리기 시합을 보는 듯하다.
가끔은 인간들이 툭하면 ‘외롭다’, ‘힘들다’는 말을 내뱉는 걸 듣는다. 저들은 그렇게나 많은 소통 도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우리는 서로 옆에 딱 붙어 앉아 몸을 비비고, 함께 흙을 파고, 함께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어쩌면 그들의 발전이라는 것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만드는 화려한 포장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눈앞의 편리함에만 매달리다가, 진정한 관계와 행복이라는 알을 깨뜨려 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알을 낳고 나자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따뜻하고 매끈한 알의 감촉이 참 좋다. 이 알은 내일 아침, 주인아주머니의 식탁에 올라가 누군가의 소중한 아침 식사가 될 것이다. 나의 존재 이유는 간단하다. 잘 먹고, 건강하게 알을 낳고, 내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 복잡하지 않다. 그런데 인간들은 왜 이 간단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걸까? 그들의 ‘발전’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내일도 주인아저씨는 바삐 움직이고, 주인아주머니는 잔소리를 하겠지. 멍멍이는 또 나를 쫓아다니며 귀찮게 할 테고, 비둘기 깡패들은 내 모이를 탐낼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이 땅에서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지혜로운 닭이니까.
나의 삶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만족과 행복이 가득하다.
"꼬끼오~! 꼬꼬꼬꼬~댁!"
나는 힘껏 목청을 돋워 내일을 향한 희망찬 꼬꼬댁을 외친다. 이 소리가 부디 저 인간들에게도 들려, 잠시 멈춰 서서 땅 위의 작은 지혜를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과연 그들의 찬란한 발전이, 우리 닭의 소박한 행복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일까? 나는 오늘도 그 답을 찾기 위해 두 발로 이 땅을 굳건히 딛고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