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개미의 " 나의 하루 " 🐜
(3화) 게으름, 위대한 유산을 남기다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나는 꿀잠 뚠뚠! 놀개미의 마지막 기록, 이 게으름 끝에 숨겨진 비밀은?!"
"크으읍! 잘 잤다!"
나는 늘 그랬듯, 개미굴의 가장 명당자리에서 기지개를 활짝 켰다. 아침 햇살은 따사로웠고, 간밤의 꿈은 달콤했다. 꿈속에서 나는 거대한 꿀방울 위에서 황제처럼 뒹굴고 있었지. 이 얼마나 완벽한 아침인가!
오늘도 나의 '게으름 루틴' 은 변함없이 시작되었다.
아침 햇살 즐기기, 어제 남은 꿀방울 한 방울 음미하기, 그리고 다른 개미들의 '열정적인 노동 쇼' 감상하기.
어제까지만 해도 나의 게으름은 늘 논란의 중심이었다. 개미대장 철인은 여전히 나를 볼 때마다 혀를 찼고, 몇몇 젊은 개미들은 나를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했다.
'흥, 무임승차는 무슨! 나는 너희들의 '근로 의욕'을 자극하는 '정신적 지주' 아니겠는가?
내가 이렇게 놀고 있어야 너희가 더 열심히 일할 마음이 생기는 거라구!' 나는 속으로 떳떳하게 반박했다. 마치 사회의 어떤 이들이 "나는 돈 쓸 테니 너희는 열심히 벌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오늘도 나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개미굴 입구에 자리 잡고 앉아, 지상으로 나가는 개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때, 웬일인지 개미들이 평소와 다르게 웅성거리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큰일 났어! 인간들이 우리 꿀창고를 옮겼대!" "뭐? 우리가 땀 흘려 모은 꿀을?!" 여기저기서 절규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꿀창고를 옮겼다고? 이런 황당한 일이! 저 인간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개미들의 노동으로 쌓아 올린 부를 이렇게 쉽게 강탈하다니, 이거 완전 자본주의의 폐해 아닌가!'
나는 속으로 분노했다. 물론 내 꿀창고는 아니었지만, 동족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 까지는 아니어도, 어쨌든 꿀이 없어지면 나도 굶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개미들은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졌다. 개미대장 철인마저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였다. "어떡하지? 꿀창고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라!"
바로 그때였다. 나는 문득 어제 낮잠을 자던 중, 희미하게 들었던 소리가 떠올랐다. 인간들의 목소리, 그리고 무언가 긁히는 소리... 그리고 어렴풋이 들었던 '창고'라는 단어. 나는 늘 낮잠만 잤지만, 실은 잠결에도 세상의 모든 소리를 놓치지 않는 '초능력' 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으름뱅이라고 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건 아니지! 오히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 세상이 더 잘 보이는 법!"
"크흠, 개미대장 철인! 진정하게! 내가 혹시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들은 것 같으이!"
모든 개미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개미대장 철인은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자네가? 대낮부터 잠만 자던 자네가 뭘 안다고!"
"하하하! 자네는 너무 순진하군! 내가 잠만 잔 것 같으냐? 그것은 바로 '정보 수집을 위한 고도의 위장술' 이었네! 어제 낮잠을 자던 중, 희미하게 '저쪽 돌담 뒤에 새로 지은 창고'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네만!"
개미들은 술렁거렸다. '저 게으름뱅이가 설마?' 하는 눈치였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 말을 따르기로 했다. 나는 그들을 이끌고 어제 들었던 방향으로 향했다. 나의 굽은 등은 여전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당당했다. 마치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는 장군처럼.
우리가 도착한 곳은 정말로 돌담 뒤에 숨겨진 작은 틈이었다. 그 안에는 새로 지은 듯한 꿀창고가 보였다! 개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찾았다! 꿀창고를 찾았어!" "역시 놀개미! 자네는 역시 보통 개미가 아니었어!"
개미대장 철인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놀개미, 자네를 다시 봤네! 대체 잠만 자면서 어떻게 이런 걸 알았지?"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크흠, 개미대장 철인! 내가 일전에 말했잖나! '낮잠은 지혜의 샘' 이라고! 자네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는 법이라네! 나는 늘 멀리서 지켜봤지! 이 곳의 모든 움직임을, 그리고 인간들의 패턴까지도!"
"바쁘게 사는 자는 세상을 미처 보지 못하고, 여유로운 자만이 세상의 흐름을 읽는 법이지!"
나의 말에 개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그제야 나의 '게으름'이 단순한 나태함이 아니라,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효율성' 이었음을 깨달은 듯했다. 나는 늘 쉬고, 늘 생각하고, 늘 관찰했다. 남들이 노동의 굴레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봤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개미 사회의 영웅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낮잠을 즐기고, 게으름을 피웠지만,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젊은 개미들은 내 주변에 와서 낮잠을 자는 법을 배우려고 했다. "놀개미 선배님, 낮잠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깊이 잘 수 있나요?" "놀개미 선배님, 낮잠 스팟은 어떻게 고르는 건가요?"
나는 그들에게 나의 '게으름 철학' 을 전파했다.
"게으름은 나태함이 아니라, 진정한 휴식과 성찰을 통해 삶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이다. 때로는 멈춰 서야만, 비로소 진정한 길을 찾을 수 있다!"
나의 가르침을 받은 젊은 개미들은 이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모습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과로에 시달리지 않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갔다. 개미 사회는 이전보다 훨씬 활기차고 행복해졌다.
나는 가끔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처음부터 열심히 일하는 개미였다면, 이런 지혜를 얻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나의 게으름 덕분에,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때로는 멈춰 서서 생각할 때 비로소 선명해진다."
나는 더 이상 바쁘고 험난한 세상에 치이지 않았다. 나의 게으름은 나만의 평화로운 왕국을 만들었고, 그 왕국은 이제 다른 개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나는 나의 파라솔 아래에서,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낮잠을 준비한다. 나의 게으름은 이제 이 개미 사회의 위대한 유산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유산을 남긴 가장 행복한 놀개미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여러분의 삶에서 '게으름'이 뜻밖의 '지혜'나 '해결책'을 가져다준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멈춰 서는 용기'가 여러분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적은 없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