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날지 못하는 새 "닭"의 비상( 옥상의 민들레꽃) 민들레 홀씨되어~
“젠장, 이 날개는 왜 달아놓은 거야? 계란이나 낳고, 땅이나 파먹으라고 있는 건가?” 꼬꼬댁은 푸드덕거리며 허공을 갈랐지만,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옆에서 부지런히 모이를 쪼던 ‘다른닥’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꼬꼬댁, 우리 같은 닭에게 날개는 그저 균형을 잡기 위한 도구일 뿐이에요. 날아봤자 닭장 밖에도 못 나간다고요.” 다른닥은 현실주의자였다. 아니, 어쩌면 현실에 순응하는 자에 가까웠다.
그때, 저 멀리 옥상 위에서 홀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민들레는 마치 자신을 비웃는 듯 자유로워 보였다. 꼬꼬댁은 분통을 터뜨렸다. “저 보잘것없는 풀꽃도 씨앗을 날려 보내는데, 우리는 저 크고 아름다운 날개로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건 불공평해!” 그녀의 외침은 닭장 안에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몇몇 젊은 닭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늙은 닭들은 혀를 쯧쯧 차며 젊었을 적 자신들의 무모한 꿈을 떠올렸다.
인간도 닭과 다를 바 없다. 저마다 타고난 한계 속에서 발버둥 치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하는 모습. 그러나 동시에 민들레꽃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비록 옥상이라는 제한된 공간이지만, 그곳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씨앗을 날려 보낸다. 닭들에게 옥상 위 민들레는 단순한 풀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날지 못하는 닭들에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환상, 혹은 삶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어느 날 새벽, 마침내 마담 꼬꼬댁과 몇몇 용감한 닭들이 닭장 탈출에 성공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옥상이었다. 옥상에 발을 디딘 순간, 닭들은 숨을 헙 들이켰다. 발아래 펼쳐진 세상은 그들이 매일 보던 닭장과는 너무나 달랐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들은 닭장보다 더 거대한 감옥처럼 보였고, 자동차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개미떼 같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옥상 의 민들레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들을 맞이했다.
꼬꼬댁은 민들레꽃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는 어떻게 저 높이에서 홀로 피어날 수 있었니? 너는 날지 못하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자유로워 보이니?”
민들레꽃은 아무 말 없이 바람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그 순간, 꼬꼬댁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깨달음이 스쳤다. 민들레는 날지 못하지만, 바람에 씨앗을 실어 보내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즉, 날개로 날지 못해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닭들에게 날개는 비록 날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을지라도, 그들에게는 닭장 밖 세상을 볼 수 있는 두 발과 지혜라는 또 다른 날개가 있었던 것이다.
옥상에서의 경험은 닭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꼬꼬댁은 더 이상 하늘을 향해 푸념하지 않았다. 대신, 꼬꼬댁은 다른 닭들과 함께 닭장 개혁에 나섰다. 그들은 닭장 안에 흙을 갈아엎고, 민들레 씨앗을 심었다. 물론, 닭들이 씨앗을 날려 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민들레의 생명력을 본받아, 닭장 안에서도 자신들만의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닭장 문이 열리고 주인이 들어왔다. 그는 닭장 안에 피어난 민들레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닭들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서로 협력하며, 심지어 작은 텃밭까지 일구는 모습에 감동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도대체 닭들이 왜 이렇게 달라졌나요?” 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옥상의 민들레꽃 덕분인가 봅니다.”
닭들은 여전히 날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비상했다. 닭장 안에서 씨앗을 틔우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며,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좌절과 한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날개의 유무가 아니라, 그 날개를 어떻게 활용하여 삶의 의미를 찾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가에 있다는 것을. 닭들의 이야기는 오늘도 옥상 위 민들레꽃처럼, 작지만 강렬한 희망을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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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제게 알려준 인싸이트( 박완서 작 "옥상의 민들레꽃")가 생각나 날지 못하는 새 " 닭"을 쓰다 부록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분께 그리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