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화) 의자일대기 " 나의 하루"
“수능 전날 밤, 마지막 속삭임 – 의자의 은퇴 선언”
안녕. 좌식 3000이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희는 아마 상상도 못 하겠지.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지금 시각, 밤 11시 47분.
조명은 희미하게 켜져 있고, 책상 위엔 검은색 컴싸, 뚜껑이 열린 졸음유도용 커피캔,
그리고 이 녀석, 고3 수험생이 나한테 앉은 채로 무념무상 상태에 빠져 있어.
1. 오늘은 뭔가 다르다
365일 중 오늘만큼은 공기가 다르다.
아까 낮까지만 해도 “아 몰라~ 망했어~”를 외치던 그 녀석,
지금은 갑자기 조용해. 침묵은 공포보다 무섭다더니… 난 진지하게 내 나사를 조이고 있어.
혹시나 이 긴장감에 진짜 부러질까 봐.
그 녀석은 말이야, 오늘만큼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천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댔거든.
“이제 진짜 끝이네. 진짜로, 끝이야.”
2. 의자의 회상 타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스프링이 삐걱 울었어.
'끝'이란 단어가 이렇게 가슴을 울릴 줄은 몰랐지.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나.
박스에서 갓 꺼낸 나를 보며, “이제 이 의자랑 전쟁이다”라고 했던 그 말.
맞아. 우린 전우였어. 전쟁터가 책상이었고, 총 대신 펜을 들었고, 방패는… 나였지.
3. 갑자기 찾아온 대화
그 녀석이 갑자기 나한테 말했어. 진짜로.
"야, 의자야. 고마웠어."
...?
야, 무섭게 왜 이래. 너, 수능 전에 작별인사하는 거 아니지?
"너 진짜 많이 삐걱거린다. 수능 끝나면 너도 은퇴시켜줄게."
…뭐야, 감동인 줄 알았는데 퇴직 통보야? 나 이대로 폐기당하는 거야?
하지만 바로 그 다음 말이 결정적이었지.
"근데 네 덕분에 진짜 여기까지 왔다. 내 엉덩이, 네가 제일 잘 알아."
…응. 그건 좀 묘하게 기분 나쁘지만, 감동도 같이 왔어.
4. 수능 전날 밤의 해프닝
그런데 갑자기 뭔가 떨어졌어.
시험장용 컴싸를 깜빡하고 깔고 앉은 거야.
“으악!” 하고 일어난 그 녀석이 허리를 감싸며 휘청했지.
나? 그 순간 일부러 살짝 미끄러지듯 흔들려줬지.
“야야야야야 미안! 너도 긴장했구나?”
그래. 나도 긴장했어. 너만 시험 보는 거 아니야. 나도 내구성 테스트야.
5. 새벽 1시, 마지막 대화
마지막으로 그가 나를 쳐다봤어. 그리고 말했어.
“내일 잘 다녀올게.”
그 말 듣고 난 내 최대한의 쿠션력을 쥐어짜서 그의 등을 마지막으로 감싸줬어.
그건 마치… "그래, 넌 잘할 수 있어"라는 내 방식의 격려였지.
[에필로그]
다음 날 아침.
그 녀석은 수험표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고, 나는… 드디어 혼자가 됐어.
햇살이 따뜻했어. 정말 따뜻했어.
그동안 앉혀둔 엉덩이 자국이 아직도 선명했지만… 이상하게, 그게 싫지 않았어.
며칠 뒤, 그 녀석은 대학 합격 통지서를 들고 들어왔지.
그리고 날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어.
“야, 버리긴 아깝다. 자취방에도 데려갈까?”
…그래. 나의 전역은 또 미뤄졌다.
근데 왠지, 그게 싫지 않아.
《엉덩이 아래의 세계》 – 완결
좌식 3000, 끝까지 충성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