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고장 난 시계와 멈춰버린 시간 - 째깍!!, 멈춰버린 세상
시간의 심장이 멎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늘 흐를 거라 믿었던 시간이 갑자기 멈춰버린다면? 고요한 서재 속 째깍이의 심장이 멎은 순간, 시간의 정령 찰나는 홀로 남겨진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절망과 마주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던 '지금'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가장 먼저 잃게 될까요? 그 차갑고도 아름다운 고요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밤은 서재의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쌌지만, 그 고요는 결코 침묵이 아니었다. 괘종시계 '째깍이'의 황금빛 추가 흔들리는 규칙적인 리듬은 마치 우주의 심장 박동처럼, '째깍, 째깍' 소리로 어둠 속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었다. 째깍이는 이곳 서재의 왕이자 시간의 수호자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세상의 질서였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의 조각들을 오롯이 담아내는 존재, 바로 시간의 정령 '찰나'였다. 찰나는 손톱만 한 작은 몸집으로 째깍이의 거대한 눈금판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흘러가는 시간의 온갖 풍경을 구경하곤 했다.
아침 햇살이 서재를 비추는 순간의 눈부심, 오후의 나른한 하품, 그리고 깊은 밤, 모두가 잠든 고요 속에서 홀로 깨어 빛나는 째깍이의 푸른 야광 바늘. 그 모든 것이 째깍이와 찰나가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었다. 째깍이는 찰나에게 푸근한 보호자이자 동반자였고, 찰나는 째깍이에게 영원한 호기심 가득한 분신 같은 존재였다. 째깍이의 규칙적인 태엽 소리는 찰나에게 가장 아름답고 다감한 요람이었다.
"째깍아, 오늘은 이 책갈피에 끼인 먼지들이 왜 이렇게 많아 보여?" 찰나가 째깍이의 시침 끝에 매달려 장난스레 물었다. "찰나야, 먼지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네가 그 찰나의 순간을 더욱 자세히 보려 하는 것뿐이란다. 모든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만, 우리가 느끼는 순간은 각자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지." 째깍이는 언제나처럼 자애롭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찰나는 그런 째깍이가 들려주는 시간의 정의를 사랑했다. 째깍이가 있기에 세상은 흐르고, 찰나 자신도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날 밤,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째깍이의 황금빛 추가 평소보다 조금 더 힘겹게 흔들리는 듯했다.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째깍' 소리 뒤에 아주 짧은 '삐걱'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찰나는 잠결에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피곤해서겠지.' 밤이 깊어지자, 째깍이의 야광 바늘이 희미하게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숨을 고르듯, 불안정하게 깜빡이다가 다시 제 빛을 찾는 듯했다. 찰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째깍이는 여전히 굳건해 보였다. 멀리서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뚝."
갑자기, 서재를 가득 채우던 째깍이의 심장 소리가 멎었다.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가 삐걱이며 멈춰 선 듯한, 둔탁하고 섬뜩한 소리였다. 찰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일으켰다. 째깍이의 추가, 움직임을 멈춘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시침과 분침은 자정을 가리킨 채 얼어붙었고, 초침은 더 이상 째깍거리지 않았다. 푸른 야광 바늘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째깍아? 째깍이!" 찰나는 비명을 지르며 째깍이의 태엽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째깍이의 거대한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아무리 작은 손으로 흔들고 애원해도, 째깍이는 미동도 없었다. 세상은 째깍이의 멈춤과 함께 정지한 듯했다. 멀리서 들려오던 닭의 울음소리도, 서재 창밖을 스쳐 지나던 바람 소리도, 나뭇잎 스치는 소리마저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 세상의 재생 버튼을 누르다 말고 갑자기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모든 색채는 빛을 잃고 칙칙한 회색으로 변해갔다. 심지어 찰나 자신의 심장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찰나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째깍이가 멈췄다. 완벽하고 영원할 것 같던 째깍이의 심장이 멎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째깍이가 멈추자, 찰나 자신도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듯한 먹먹한 공포가 밀려왔다. 시간은, 찰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모든 것이 째깍이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째깍이가 사라진 세상에서 찰나는 홀로 남겨진 외로운 그림자일 뿐이었다.
고요가 서재를 집어삼켰다. 그 고요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모든 움직임과 모든 존재가 멈춰버린 듯한, 섬뜩하고 차가운 침묵이었다.
째깍이의 심장이 멎어버린 세상, 찰나는 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시간이 멈춰버린 세상을 경험한 적 있나요? 모든 것이 멈춰진 "차가운 침묵" 어떠셨나요?
아니면 !~ 세상의 시간이 멈춰 어떤 순간, 상황이 영원하길 바라신 적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