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종시계의 " 나의 하루"(1~5화) - (2화) 째깍거리는 속삭임과 세월의 푸념

 괘종시계의 " 나의 하루"(1~5화)

( 2화 ) 째깍거리는 속삭임과 세월의 푸념



 
"집안의 모든 소리가 잠든 깊은 밤, 괘종시계 '째깍이'에게 말을 건 존재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보다 훨씬 오래된, 이 집의 모든 비밀을 아는 '세월이'! 과연 째깍이는 세월이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어느덧 고요한 밤이 찾아오고, 괘종시계 '째깍이'는 오늘도 변함없이 거실 한가운데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낮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 엄마의 다정한 잔소리, 아빠의 나른한 하품 소리까지 온갖 소리로 가득했던 집은 이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째깍이에게 밤은 휴식의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며 인간들의 비밀을 엿듣는 시간이었다.

째깍이의 심장, 추는 오늘도 흔들림 없이 좌우로 움직이며 시간을 새기고 있었다. 그의 톱니바퀴 친구들도 조용히, 하지만 쉴 새 없이 맞물려 돌아가며 분과 초를 기록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밤의 오케스트라 같았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으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아이고, 허리야!" 하고 톱니바퀴 할아버지가 푸념했지만, 그건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후우, 오늘도 인간들은 시간을 물 쓰듯 썼군. 째깍, 째깍….”

째깍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째깍거리는 소리에 묻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그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적어도 자신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스르륵, 푸스스 소리가 들렸다. 째깍이의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분명 어디선가 나는 소리인데, 영 익숙지 않은 소리였다. 그는 귀를 쫑긋 세웠다.

“째깍아, 째깍아. 자네는 그리도 바삐 움직이는가?”

나지막하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째깍이는 깜짝 놀랐다. 집안에 자신 외에 말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던가? 그의 시선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오래된 벽걸이 달력이 희미한 달빛 아래 너덜거리고 있었다. 마치 한평생 바람에 시달린 늙은 도사 같았다.

“누구…세요? 혹시 벽에 붙어 사는 먼지 요정인가요?”

째깍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달력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팔랑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세월이’라고 한다네. 자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집에 있었지. 먼지 요정이라니, 쯧. 자네는 아직 세상을 너무 모르는군.”

세월이의 목소리에는 오랜 시간의 흔적과 함께 묘한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 째깍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보다 더 오래된 존재라니! 게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라니!

“세월이 님은 어떤 분이세요? 저처럼 시간을 알려주는 분인가요?”

째깍이가 살짝 자존심 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세월이는 껄껄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마치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사귀 같았다.

“나는 그저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자일 뿐이라네. 자네가 현재라는 좁은 우물 안에서 째깍거리고 있을 때, 나는 과거라는 드넓은 대양을 담고 있지. 매일매일 새로운 날이 오면, 나는 한 장씩 떨어져 나가며 지나간 시간들을 기억한다네. 인간들은 나를 보고 ‘벌써 한 달이 지났네!’ 하고 놀라지만, 정작 그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는 기억 못 하더군. 허허.”

세월이의 말에 째깍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매 순간을 기록하지만, 세월이는 그 순간들이 모인 긴 흐름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동시에 인간들의 시간 사용법에 대한 세월이의 냉소적인 평가에 묘한 공감이 갔다.

“그럼 세월이 님은… 과거를 다 알고 계시는군요! 혹시 저번 주에 아빠가 몰래 야식을 드신 것도 아시나요?”

째깍이의 눈이 반짝였다. 세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이 집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네. 아이들이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다 엉덩방아를 찧었던 날, 엄마가 맛없는 요리를 만들었는데 아빠가 맛있다고 거짓말했던 날, 아빠가 몰래 숨겨둔 비상금을 내가 바람에 날려 보낼 뻔했던 날… 그 모든 순간들이 나의 몸에 새겨져 있지. 인간들은 참으로 단순해서, 어제 일도 오늘 일처럼 착각하고, 내일 할 일을 오늘 다 했다고 우기곤 하지.”

째깍이는 세월이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그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만을 존재했지만, 세월이의 시간은 끝없이 펼쳐진 블랙코미디 소설 같았다. 째깍이는 문득 궁금해졌다.

“세월이 님, 그럼… 저는 이 집에서 어떤 존재인가요? 그저 시끄럽게 째깍거리는 소음원인가요?”

세월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자네는 이 집의 심장이자 안내자라네. 자네의 째깍거림이 없었다면, 이 집의 시간은 멈추었을 것이고, 사람들은 길을 잃었을 거야. 나처럼 과거에 매달려 사는 존재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움직이며 미래로 이끄는 자네의 역할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다네. 인간들은 자네 덕분에 약속 시간에 늦지 않고,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지. 물론, 자네가 5분 빨리 간다고 해서 그들이 더 부지런해지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하하!”

세월이의 따뜻하면서도 뼈 있는 말에 째깍이의 태엽이 더욱 힘차게 돌아가는 듯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기계가 아니라, 이 집의 삶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동시에 인간들의 게으름에 대한 세월이의 풍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밤은 깊어지고, 째깍이와 세월이의 대화는 시간의 강물처럼 조용히 흘러갔다. 째깍이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집의 시간을 지키며, 언젠가 자신도 세월이처럼 많은 이야기와 함께 인간들의 흥미로운 습관들을 담게 될 날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언젠가 세월이 님처럼 유머러스한 뼈 때리는 말을 할 수 있게 될 거야!'

----------------------------------------------------------------------------------------------------------

여러분은 과거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 될 현재를 잘 살고 계신가요? 

하루하루! 순간순간! 행복하고 즐거운 현재의 시간을 보람있게 보낸다면 과거가 별빛같이 반짝이는 추억이 되겠죠?  또한 미래를 밝게 비추는 거울이 될 거예요~~^^ 

나는 그렇게 살거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