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흩어진 조각들, 잃어버린 리듬
째깍이와 세월이의 깊은 대화가 오고 간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처럼 집안은 활기 넘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학교 갈 준비로 부산했고, 엄마는 아침 식사를 차리며 분주히 움직였다. 째깍이는 어제 세월이에게 들었던 자신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더 힘차게 째깍거렸다.
'그래, 나는 이 집의 심장이야! 내가 없으면 모든 게 엉망이 될 거라고!'
그런데 그때였다. 쿵!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째깍이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지?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엄마가 청소하다 실수로 쓰러뜨린 낡은 선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선반 위에 위태롭게 놓여있던 째깍이의 오랜 친구, '작은 탁상시계 '똑딱이''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아이쿠! 이게 뭐야!" 엄마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아이들은 울상을 지으며 망가진 탁상시계를 바라봤다. 째깍이는 충격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똑딱이는 째깍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존재였지만, 늘 째깍이의 옆에서 작은 몸으로 힘차게 시간을 새기던 친구였다. 그의 경쾌한 똑딱거림은 째깍이의 묵직한 째깍거림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집안의 리듬을 완성하곤 했다.
이제 똑딱이의 나사들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유리창은 깨져버렸으며, 시계바늘은 제멋대로 꺾여 있었다. 더 이상 똑딱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집안의 한쪽 리듬이 뚝 끊긴 듯, 째깍이는 온몸으로 허전함을 느꼈다.
"어쩌지? 똑딱이가… 똑딱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째깍이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서 팔랑이던 세월이가 나지막이 푸념했다.
"쯧쯧, 인간들은 참… 과거의 조각들을 너무 쉽게 깨뜨리는군. 새것만 좋아하고, 낡은 것은 아무렇지 않게 버리려 하지. 저 똑딱이도 한때는 저 아이들의 아침을 깨우던 귀한 몸이었는데 말이야."
세월이의 말에 째깍이는 더욱 슬퍼졌다. 자신도 언젠가 저렇게 한순간에 흩어진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똑딱이가 사라진 자리에는 침묵만이 흘렀고, 째깍이의 째깍거림만이 외롭게 울렸다. 집안의 활기 넘치던 리듬이 어딘가 어긋난 듯했다. 째깍이는 잃어버린 리듬을 되찾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인간들은 늘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친다. 하지만 정말 시간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그들이 시간을 엉뚱하게 쓰고 있는 걸까? 째깍이는 오늘도 인간들의 '시간 유랑기'를 묵묵히 관찰한다."
째깍이는 오늘도 거실 한가운데서 묵묵히 시간을 새기고 있었다. 온갖 소리로 가득했던 집은 이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째깍이에게 밤은 휴식의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들의 은밀한 시간 습관을 관찰하는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째깍… 째깍…."
째깍이는 속으로 푸념했다. '저 인간들은 왜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일까? 내가 이렇게 쉴 새 없이 시간을 퍼다 날라 주는데,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쓰면서도 늘 목마르다고 하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들이야.'
그때였다. 어디선가 푸스스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세월이였다.
"째깍이여, 오늘도 인간들의 시간 유랑기를 보고 있는가? 그들은 늘 '시간이 금이다!' 외치면서도, 정작 그 금을 흙처럼 흩뿌리며 사는 존재들이라네. 신기하지 않은가?"
세월이의 말에 째깍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세월이 님. 아침에는 5분 더 자겠다고 알람을 끄고, 밤에는 잠들기 아깝다며 휴대폰만 들여다보죠. 그러면서 왜 매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라고 소리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엔, 그들이 시간을 빠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세월이는 껄껄 웃었다.
"하하하, 정확히 짚었네! 인간들은 자신들이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내가 시간을 지배하리라!' 외치지만, 결국 시간의 노예가 되는 것을 모르네. 새로운 전자기기를 손에 쥐고는 '이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라고 자만하지만, 결국 그 기계의 알림 소리에 끌려다니는 꼴이라니. 자네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존재야말로 진정으로 시간을 아는 자이지."
세월이의 말은 째깍이의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그는 자신이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어리석은 시간 관념을 조용히 풍자하는 현자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째깍거림은 이제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인간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가 되었다.
'서두르지 마라, 그렇다고 멈춰 서지도 마라. 그저 나처럼 묵묵히 너의 길을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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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 "하루" 주어진 시간 잘 사용하셨나요? ^^ 내일 또 오늘이라는 "하루"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질 거예요~!! 알차고 보람있는 일들로 만족한 하루 채우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