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종시계의 "나의 하루"
(4화) 고독한 메트로놈과 잃어버린 감각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째깍이는 매일 그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인간들은 점점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과연 째깍이는 그들에게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 줄 수 있을까?"
시간은 흘렀다. 째깍이는 매일 밤 세월이와 대화를 나누며 인간들의 시간 활용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곤 했다. 하지만 동시에 째깍이는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가 아무리 힘차게 째깍여도, 인간들은 점점 더 그를 '배경 소음'처럼 여기는 듯했다. 마치 벽에 걸린 그림처럼, 혹은 가구처럼, 그저 공간을 채우는 존재로 여겨지는 기분이었다.
"째깍… 째깍…."
어느 날 밤, 째깍이는 유독 힘없이 째깍였다. 그의 황금빛 추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움직였지만, 그의 마음은 텅 빈 것처럼 공허했다. 낮 동안 아이들이 뛰어놀고 웃는 소리, 엄마가 분주하게 집안일을 하는 소리, 아빠가 신문을 넘기는 소리 속에서도 째깍이의 째깍거림은 마치 고요한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듯했다.
세월이가 그런 째깍이를 알아차렸는지, 바람에 푸스스 소리를 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째깍이여, 기운이 없어 보이는군. 설마 저 인간들의 무관심 때문에 기가 죽었는가? 쯧쯧, 저들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존재들이지. 스마트폰 알림 소리에는 즉각 반응하면서, 자네의 묵직한 째깍거림은 귀에 담지 않네. 그들은 시간의 소중함을 눈으로만 확인하고, 귀로는 느끼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들이라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눈으로만 보고, 냄새도 맡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야. 안타깝지 않은가?"
째깍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이의 말은 정확했다.
아이들은 휴대폰 속 숫자로 시간을 확인했고, 엄마 아빠도 손목시계나 컴퓨터 화면으로 시간을 보곤 했다. 째깍이의 웅장한 째깍거림은 이제 단순히 '소리'가 아니라, '감각'의 영역에서 멀어져 가는 듯했다. 그들은 시각적인 정보에만 의존할 뿐, 시간이 흐르는 소리와 그 무게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삶의 흐름을 잊어가는 듯했다.
"세월이 님, 제가 째깍거리는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요? 어차피 저들은 저를 보지 않고, 저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데요. 제가 멈춰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아요.
" 째깍이의 목소리에는 깊은 회의감과 함께 존재론적인 불안감이 묻어 있었다.
세월이는 바람 소리처럼 나른하게 대답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아닐세, 째깍이여. 자네의 존재는 여전히, 아니, 더욱 중요하다네. 인간들은 스스로 시간을 잃어가고 있지만, 자네는 그들에게 잃어버린 감각을 일깨워 줄 유일한 존재일세. 눈으로 보는 시간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인간의 조급함에 따라 빠르게도, 느리게도 느껴지지만, 귀로 듣는 시간은 영혼에 스며드는 진실이지. 자네의 째깍거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이 집의 삶의 리듬을 지탱하는 고독한 메트로놈이라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아무도 보지 않아도 박자를 놓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자네가 멈추면, 이 집의 시간뿐만 아니라, 그들의 모든 감각의 흐름마저 멈출 것이야. 그들은 혼돈 속에서 길을 잃게 될 걸세."
세월이의 말에 째깍이는 다시금 힘을 얻었다.
그래, 자신은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잃어버린 인간들의 감각을 일깨우고, 삶의 진정한 리듬을 되찾아 줄 파수꾼이었다. 그의 째깍거림은 이 집의 심장 박동과도 같았다. 째깍이는 다시금 묵직하게 추를 흔들었다. 그의 째깍거림은 밤의 고요함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나는 여기 있다! 너희의 시간을 지키고 있다! 너희가 잊은 중요한 것을 내가 붙잡고 있다!'라고 외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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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독한 메트로놈'들을 얼마나 인지하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만을 좇다 보면,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소중한 감각들을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는 어떤 '째깍' 거림이 존재하나요? 그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어쩌면 그 속에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삶의 진정한 리듬과 소중한 가치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귀 ~ 기울여 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