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와 작대기의 " 나의 하루" (1~5화) - (3화) 마당 한편의 휴식과 사색

 

지게와 작대기의 " 나의 하루"

(3화) 마당 한편의 휴식과 사색


 "온몸으로 짐의 무게를 지탱했던 하루가 저물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지친 몸을 뉘인 자리에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누구이며, '우리의 시간'은 무엇을 향해 흐르는가?"


고갯길을 내려와 마당에 닿는 순간, 나는 온몸으로 해방감을 느꼈다. 쿵! 할아버지의 등에서 내려와 땅에 닿는 묵직한 충격. 그제야 비로소 나의 어깨를 짓누르던 짐의 무게가 사라지는 것을 실감했다. 하루 종일 짊어졌던 솔가지와 나뭇잎은 이미 아궁이 속으로 사라져 따뜻한 온기가 되어 집을 데우고 있으리라. 할아버지의 손은 나를 마당 한편, 볕이 잘 드는 벽에 기대어 놓았다. 작대기는 나의 옆에 기대어 놓였다. 햇볕에 데워진 흙바닥의 온기가 내 몸으로 스며들었다.

"하아, 살겠다!" 내가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 많았다, 지게야. 오늘은 제법 무거운 짐이었지?" 작대기가 나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도 하루의 노곤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응, 정말이지. 그런데 이상해. 고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뿌듯했어." 나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할아버지의 등에 딱 붙어 걸을 때, 우리가 한 몸이 된 것 같았어. 그리고 다른 지게들을 볼 때는, 모두가 다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작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함께’의 의미란다. 지게야. 혼자서는 넘기 힘든 고개도, 함께라면 해낼 수 있지. 짐의 무게를 나누는 것을 넘어,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이지."

우리는 말없이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구수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나는 그제야 온전히 나의 몸, 나의 존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 몸에 새겨진 나뭇결 하나하나, 닳고 닳은 어깨끈, 흙먼지가 묻은 발. 이 모든 것이 오늘 하루 내가 살아온 흔적이었다.

"작대기야, 우리는 왜 태어난 걸까? 이렇게 매일 짐을 나르고, 할아버지의 길을 밝혀주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나는 불현듯 궁금해져 물었다.

작대기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글쎄, 지게야. 어쩌면 모든 존재는 자신만의 쓰임을 가지고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나는 길을 짚어주고, 너는 짐을 나르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우리가 할아버지와 함께 걷는 그 시간들, 그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밤이 깊어지자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할아버지의 집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고, 이따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정겨운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김 서방네 고추밭은 영 시원찮다더구먼." "그러게 말여, 올해는 다들 고생이여."

낮에 고갯길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사람들의 삶은 마치 우리가 넘는 고갯길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짐의 무게도 시시때때로 변하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비바람을 만나기도 할 테다.

"우리가 할아버지의 짐을 덜어주듯이, 할아버지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짐을 덜어주고 있겠지?" 내가 중얼거렸다.

"그렇지. 세상은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돌아가는 거란다. 지게야." 작대기가 말했다. "우리는 그 작은 순환의 일부가 되는 것이고. 때로는 짐을 덜어주고, 때로는 길을 안내하며, 때로는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게지."

나는 작대기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숲에서 잘려 나와 새로운 존재가 된 뒤, 나는 비로소 세상과 연결되었다. 짐을 짊어지고 고갯길을 오르내리며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작대기와의 대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웠다. 마당 한편의 휴식은 단순히 몸을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깊은 사색의 시간이었다.

달이 서서히 중천에 뜨고, 밤공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나는 할아버지의 집에서 새어 나오는 온기와 작대기의 든든한 존재감 속에서 평화로운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은 또 어떤 짐을 짊어지고, 어떤 길을 걷게 될까. 기대감과 함께,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여러분! 여러분에게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휴식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우리는 왜 쉼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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