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와 작대기의 " 나의 하루" (1~5화) - (4화) 변화의 바람, 그리고 새로운 쓰임

 

지게와 작대기의 " 나의 하루 "

(4화) 변화의 바람, 그리고 새로운 쓰임

"세상은 변했다. 더 이상 묵직한 짐을 짊어질 일이 줄어들고, 나는 마당 한편에 놓인 날이 많아졌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낡고 빛을 잃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존재 가치까지 사라지는 걸까?"



어느새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내 몸을 감쌌던 햇볕은 더욱 따가워졌다가, 어느새 뼈까지 시린 차가운 바람으로 변했다. 나의 어깨끈은 닳고 닳아 예전의 빳빳함을 잃었고, 작대기의 끝은 흙과 돌에 부딪혀 뭉툭해졌다. 할아버지의 등도 예전 같지 않았다. 거친 숨소리는 여전했지만, 그 속에는 고단함보다는 가끔씩 얕은 기침 소리가 섞여 들렸다.

마을에는 눈에 띄는 변화들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우리처럼 지게를 짊어진 이웃들이 고갯길을 오갔지만, 이제는 밭을 갈고 짐을 나르는 경운기나 트럭 소리가 더 자주 들렸다. 쿵, 쿵, 쿵. 경쾌한 망치 소리와 함께 지어지는 새로운 집들, 도시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의 활기찬 목소리. 세상은 바쁘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는 마당 한편에 놓여있는 날이 많아졌다. 할아버지의 손길은 여전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매일 아침 새벽 이슬을 맞았지만, 이제는 하루 종일 햇볕 아래서 조용히 서 있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었다. 쓸쓸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 존재의 이유가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작대기야, 이제 우리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걸까?"

나는 풀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작대기는 고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게야, 너는 아직도 너의 존재를 짐의 무게로만 재는구나."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우리가 할아버지의 곁을 떠난 것은 아니잖니. 쓰임이 변했을 뿐이지, 우리의 존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야. 경운기가 밭을 갈 수는 있어도, 이 좁은 산길을 함께 걸어줄 수는 없지. 트럭이 무거운 짐을 옮길 수는 있어도, 할아버지의 손을 짚어줄 수는 없단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는 여전히 매일 아침 나를 쓰다듬고, 작대기를 손에 쥐고 마을 산책을 나서셨다. 이제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할아버지는 작대기를 지팡이 삼아 짚고 다니셨다. 작대기는 더 이상 험한 길을 안내하는 역할보다는, 할아버지의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 할아버지는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할아버지의 손길에 설렘과 동시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등에는 짐이 없었다. 대신, 할아버지는 나의 짐칸에 작은 화분들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 화분들. 그리고 할아버지는 나를 짊어지고 마을 어귀의 벤치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을의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화분을 벤치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사람들은 예쁜 꽃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고, 할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나는 그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새로운 희열을 느꼈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과는 다른,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쁨이었다.

"봐라, 지게야. 이게 바로 새로운 쓰임이란다." 작대기가 나직이 속삭였다. "삶은 흐르고 변하는 법. 중요한 건 그 흐름 속에서 너만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거야.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란다."

그날 이후, 나는 마당 한편의 낡은 지게가 아닌, 할아버지의 '작은 정원'을 옮기는 존재가 되었다. 작대기는 할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주었다. 시대는 변하고 새로운 문물들이 우리 자리를 대신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우리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낡아가는 것은 몸뚱이뿐,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여러분! "여려분은 언제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나요? 혹시 지금, 여러분의 삶에도 새로운 '쓰임'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당신만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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