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고양이(모카)의 "나의 하루 "
(4화). “소파는 나의 왕좌, 낮잠은 나의 정치”
“통치란 무엇인가.”
오늘 아침,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소파 위에 앉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파 중앙, 가장 쿠션이 푹신한 바로 그 지점.
인간은 이 자리를 ‘가운데’라 부르지만,
고양이인 나에겐 여긴 '왕좌', 세상의 중심이자 권력의 핵심이지.
1. 내 왕국, 소파 공화국
이 집에는 침대, 식탁, 작업용 의자 등 다양한 가구가 있지만
내가 선택한 건 언제나 소파다.
왜냐고?
“부드럽되 단단하고, 넓으면서도 좁은 척할 수 있기 때문이지.”
무슨 말이냐고?
소파에 내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인간은 그 옆에 '눈치껏' 살짝 앉는다.
소파가 아무리 커도, 내 꼬리 옆 5cm 이내로는 못 온다.
그건 내가 만든 법. 인간은 따르지.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무혈입성, 그리고 완전한 지배.
2. 낮잠은 나의 정치, 침묵은 나의 통치
인간은 뉴스를 보며 나라 걱정을 하고,
핸드폰을 보며 친구 걱정을 하지.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눈을 감고 잔다.
그것만으로도 이 집의 공기를 통제하지.
내 숨소리 하나,
내 꼬리의 미세한 떨림 하나로
이 집은 ‘쉿’ 모드에 돌입한다.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심지어 택배 기사도 문을 조용히 닫는다.
“정치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존재감으로 하는 거야.”
3. 고요 속에서도 나를 방해하는 것들
물론 방해도 있다.
가령, 인간이 리모컨을 찾는다며 내 몸 아래 손을 넣는다거나,
내가 자고 있는 소파 구역에 “잠깐 앉을게~” 하며 눌러앉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느리게 고개를 들고,
잠결에도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인간을 본다.
“진짜? 너 지금 그걸 하고 있는 거야?”
이 말 없는 꾸짖음이 바로 왕의 품격.
그러면 인간은 꼭 이래.
“아이고 미안 미안 모카야~ 네가 주인이시지~”
응. 그래도 되는 걸, 내가 허락한 거니까.
4. 쿠션은 나의 외교 전략
가끔은 내 왕국을 확장할 필요가 있어.
그럴 땐 쿠션을 옮겨 앉는다.
인간이 쿠션을 정성껏 다듬어놨을 때
내가 그 위에 앉아주는 건, 말하자면 "너의 노력은 봐줬다"는 외교적 메시지다.
쿠션을 무시하면?
그날 인간은 자존감이 무너진다.
그리고 쿠팡을 열고 더 비싼 쿠션을 검색하지.
“이 세계는 나의 앉음으로 돌아간다.”
5. 고양이 정치학: 조용한 존재감의 철학
사람들은 종종 정치인을 보고 말이 많다고 욕하지만,
나는 말이 없을수록 더 많은 걸 가진다.
나는 울지 않는다.
소리지르지 않는다.
그저 존재한다.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이 집을 지배한다.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게 산다면
세상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평화롭지 않을까?
🐾 오늘의 철학 노트
권력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존재로 말한다.
낮잠은 아무 때나 자는 게 아니라, 통치의 일부다.
쿠션 하나에도 외교와 감정이 실려 있다.
인간은 불안하지만, 고양이는 확신으로 움직인다.
🔜 다음화 예고
5화: “야행성 철학자, 밤이 곧 나의 전성기”
고요한 밤,
철학이 깨어나고, 사료 그릇이 다시 반짝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