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고양이(모카)의 "나의 하루 "
(5화) “야행성 철학자 – 밤이 곧 나의 전성기”
밤은 모든 고양이의 영혼을 깨우는 시간이다.
하루 종일 낮잠을 자느라 잊고 있었던 나의 정체성.
밤 11시,
인간이 침대에 몸을 누이는 순간,
드디어 내가 깨어난다.
고양이는 어둠 속에서 진짜 철학자가 된다.
1. 인간의 낮이 끝나는 순간,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불이 꺼진다.
휴대폰 불빛이 꺼진다.
마지막으로 욕실 문이 닫히고, 침대 스프링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나는 일어난다.
소파에서 천천히, 그리고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몸을 일으킨다.
"좋아, 드디어 조용해졌군. 이제 내 차례야."
이건 단순한 생체리듬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기다려온 건, '방해받지 않는 사색의 시간'이다.
2. 고양이 철학자 모카의 밤 산책
나는 어둠 속을 걷는다.
거실, 주방, 베란다 쪽까지 순찰을 돈다.
물론 아무도 보지 않지만
나는 느릿하게, 마치 영화 속 느와르 주인공처럼 걷는다.
“모든 사물은 말이 없다. 그래서 더 많은 걸 말하지.”
가끔 선풍기 앞에 멈춰서 바람이 남긴 먼지를 본다.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그건 내 식의 서명이다.
“오늘 이 공간을 통과한 존재는 나였다.”
3. 인간의 물건들, 나의 철학 도구
나는 인간의 책상 위에 올라간다.
노트북을 밟고, 키보드 위에 앉는다.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이건 질문이다.
“지식이란, 꼭 타이핑으로만 존재해야 할까?”
“왜 인간은 나를 쓰다듬지 않고, 이 딱딱한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품이 나온다.
철학도 피곤하다.
그래서 다시 소파로 간다.
4. 사색이 졸음으로 바뀌는 순간
밤 2시.
천천히 졸음이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그건 사색이 끝났다는 증거다.
묵직한 질문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저장하고,
나는 다시 조용히 몸을 둥글게 말고 눕는다.
그 순간에도 인간은 모른다.
내가 이 집을 돌보고 있다는 걸.
그들이 자는 동안, 내가 깨어 있었다는 사실을.
5. 인간에게 보내는 마지막 묵언 메시지
아침이 밝아오고, 인간이 일어난다.
나는 그제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책상 위에 남겨진 내 털 한 올,
노트북에 찍힌 발자국,
그리고 어제보다 조금 더 엉클어진 소파 쿠션을 남긴다.
그건 내가 인간에게 남기는 메시지다.
“내가 깨어 있었기에, 너는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눈을 감는다.
낮은, 다시 인간의 시간.
고양이는 잠든다. 그러나 세상을 잊지는 않는다.
🐾 오늘의 철학 노트
낮은 인간의 것, 밤은 고양이의 것이다.
어둠은 고요하지만, 생각은 더욱 명확하다.
인간이 보는 건 없다 해도, 내가 존재했다는 흔적은 남는다.
철학자는 질문을 남기고, 잠든다.
그리고 내일, 또 질문할 것이다.
“게으름은 무의미함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