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와 작대기의 " 나의 하루" (1~5화) - (마지막5화) 영원한 동반자, 삶의 미학

 

지게와 작대기의 " 나의 하루 "

(마지막 5화) 영원한 동반자 - 삶의 미학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지지 않아도 괜찮다. 더 이상 길을 짚지 않아도 좋다. 그저 이 자리에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였다."


시간은 쉼 없이 흘렀다. 나의 몸에는 세월의 흔적이 더욱 깊게 새겨졌고, 닳아버린 어깨끈은 이제 아무런 짐도 짊어지지 않았다. 작대기의 끝은 닳고 닳아 뭉툭해졌지만, 할아버지의 손에 쥐여질 때만큼은 여전히 굳건했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험난한 고갯길을 오르지 않으셨다. 그저 햇볕 좋은 오후, 마당 평상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그 곁에 있었다.

나는 마당 한편에 조용히 기대어 있었다. 예전처럼 몸에 짐을 싣는 대신, 이제는 하루하루의 풍경을 몸에 담는 것이 나의 새로운 역할이었다. 아침이면 흙 냄새와 풀 내음을 맡고, 낮이면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았다. 저녁이면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작대기는 할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 할아버지와 함께 마당을 거닐고, 마을 어귀를 산책했다.

"지게야, 봐라. 저게 바로 세월이란다."

어느 날 오후, 작대기가 내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마당 한쪽에 쌓여 있는 우리들의 흔적을 보았다. 예전에 내가 짊어졌던 땔감들, 작대기가 짚었던 흙바닥의 발자국들. 그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닳아 없어진 나의 어깨끈도, 뭉툭해진 작대기의 끝도, 그저 쓸모없는 흔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걸어온 시간의 훈장이었다.

그때였다. 할아버지의 어린 손주들이 마당으로 달려 나왔다. 맑은 웃음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나를 만져보고, 작대기를 잡고 휘둘러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셨다.

"얘들아, 이 지게는 할아버지의 젊은 날을 함께한 친구란다. 저 작대기는 할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벗이었지."

할아버지의 말에 아이들은 더욱 신기해하며 우리의 몸을 쓰다듬었다. 아이들의 작은 손길이 닿는 순간, 나는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낡고 빛바랜 나의 몸뚱이가 다시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추억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나무와 나뭇가지가 아닌, 할아버지의 삶의 역사를 증언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나는 이제 안다. 존재의 가치는 짐을 짊어지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길을 짚어주는 데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진정한 가치는 함께한 시간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쌓인 먼지는 고단함의 흔적이 아닌, 아름다운 삶의 한 페이지였다.

밤이 깊어지자, 나는 할아버지의 집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불빛과 작대기의 든든한 존재감 속에서 조용히 잠에 들었다. 나의 몸은 낡아버렸지만, 나의 존재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곁에서, 그리고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우리는 영원한 동반자로, 이 마당 한편에서 삶의 아름다운 미학을 완성하고 있었다.


여러분!"여러분에게 '영원'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여러분의 삶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여 영원히 기억될 만한 것은 무엇인가요? 낡아가도 변치 않는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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