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가로등의 마지막 불빛 - 그리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
"내 빛은 사라져도,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됩니다. 나의 마지막 불빛이 비추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다섯 번째 밤은 새벽의 기운이 스며들면서 서서히 그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먼동이 트기 시작하고, 저 멀리 도시의 건물들은 희미한 윤곽을 드러냈다. 내 몸속 전기가 마지막 힘을 짜내듯 깜빡거렸다. 곧 나의 하루가 끝날 시간이다.
폐지 줍는 할머니가 벌써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젯밤 비를 맞아서인지, 그녀의 걸음은 더욱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등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폐지 뭉치가 실려 있었다. 그녀는 내 발밑을 보더니, 젖은 손으로 폐지속 비닐봉지에서 사료를 꺼내 길고양이 밥그릇에 조용히 놓았다.
"아가, 아침 먹고 힘내렴. 이 할미가 밤새 모은 폐지 값 으로 준비 한거야."
할머니의 그 말은 마치 어제 김 씨 아저씨의 유머러스한 고백에 대한 답가처럼 들렸다. 서로의 힘든 삶 속에서 이렇게 작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달동네 사람들의 모습에 나는 깊은 감동을 느꼈다. 어쩌면 이 달동네는, 돈과 물질로 따질 수 없는 인간미와 정(情)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닐까.
잠시 후, 재결합한 배달 청년 용식이 커플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들의 손에는 작은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용식이는 봉투에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꺼내 고양이 밥그릇 옆에 놓았다. "우리 어제 여기서 이별할 뻔했잖아요. 다시 시작하는 기념으로, 가로등 아저씨랑 고양이한테 빵 선물!" 여자는 내 낡은 기둥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가로등아, 고마워. 네 빛이 아니었으면 우리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을 거야."
나는 감격스러웠다. 내 빛이 그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었다니. 그들의 밝은 미소는 새벽 어둠을 뚫고 피어나는 아침 해보다 더 눈부셨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내 몸속의 전기가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내 빛은 점점 희미해졌고, 세상은 아침의 밝은 빛에 자리를 내주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 아래를 비췄다. 고양이는 빵과 사료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이들이 띄웠던 종이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들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내 빛이 완전히 꺼지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세상을 비추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의 빛이 사라져도, 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고단함을 짊어지고,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웃고, 또 다시 희망을 찾아 나설 것이다. 나의 낡은 몸은 그저 하나의 가로등일 뿐이지만, 나는 이 달동네의 모든 삶의 순간들을 기억하는 유일한 증인이다.
어쩌면 나는, 그들의 삶을 묵묵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스펙이나 뛰어난 기능은 없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때로는 길을 밝히고, 때로는 슬픔을 받아주는 그런 존재. 나는 오늘도 그렇게 달동네의 밤을 마무리하고, 다음 밤을 기다린다. 내일 밤에는 또 어떤 웃음과 눈물이, 어떤 해학과 교훈이, 어떤 반전의 드라마가 나를 찾아올지 기대하면서.
------------------------------------------------------------------------------------------------------------------------
여러분의 삶에서 '꺼지는 불빛'처럼 사라져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사라지는 것 뒤에, 당신은 어떤 '영원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