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 잠자리의 " 나의 하루 "(1~5화) - (1화) 나는 '보는' 것이 아니라 '꿰뚫는 것'

큰 눈 잠자리의 " 나의 하루 "(1~5화)

(프롤로그: 3만 개의 눈으로 세상을 여는 법)

여러분,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말을 거는 끄적이 '독거놀인'입니다.

혹시 길을 걷다 발밑의 작은 연못을 무심히 지나치신 적 없으신가요?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허영, 오해와 갈등이 소용돌이치는 그곳은, 어쩌면 우리 인간 세상의 완벽한 축소판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을 그 작은 우주의 안내자로, 아주 특별한 친구를 초대하려 합니다. 그의 이름은 '왕눈이'. 이름처럼 유달리 큰 눈을 가졌지만, 그의 진짜 특별함은 그 눈의 개수에 있습니다. 무려 3만 개에 달하는 겹눈. 그는 세상을 3만 개의 조각으로 쪼개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조각들을 하나로 합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이면의 진실을 꿰뚫어 보기도 하는, 날개 달린 철학자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서, 혹은 너무나 바빠서 세상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작은 잠자리의 눈을 빌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매일 아침의 속도 경쟁이, 화려한 겉모습을 향한 맹목적인 찬양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또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곧 '왕눈이'가 아침 이슬을 털며 깨어날 시간입니다. 그의 경이로운 겹눈이 열리는 순간, 우리도 함께 눈을 뜨고 그의 하루를 따라가 봅시다. 그 작은 날갯짓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동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작은 위안과 지혜를 발견하시길 바라며, 이야기의 첫 장을 엽니다.


(1화) 나는 '보는' 것이 아니라 '꿰뚫는 것' .

"당신의 눈은 몇 개입니까? 3만 개의 눈으로 본 세상, 당신이 아는 세상과 완전히 다릅니다."


새벽이슬이 연못 전체를 촉촉하게 적시는 시간. 나, '왕눈이'는 갓 잠에서 깨어났다. 밤사이 내 3만 개의 낱눈에 내려앉은 물방울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내자, 세상이 경이로운 모자이크처럼 펼쳐졌다. 인간들은 눈이 두 개뿐이라는데, 그 답답함을 어찌 견딜까? 

그들은 세상을 '본다'고 하지만, 나는 '꿰뚫어본다'고 자부한다.

오늘 아침 연못은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어젯밤 새로 태어난 암컷 잠자리 '크리스탈' 때문이었다. 그녀의 날개는 전설 속 오로라처럼 영롱한 빛을 뿜어냈고, 몸매는 바람의 저항을 단 1%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매끈했다. 수컷 잠자리들은 그녀 주위를 맴돌며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구애 비행을 선보였다.

"보아라! 나의 황금빛 몸통을! 연못 최고의 스펙이지!" "나의 날갯짓 속도를 측정해 보았나? 시속 80km! 연못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고!"

나는 조금 떨어진 갈대 줄기 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마다 자신의 '스펙'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황금색 몸통, 투명한 날개, 빠른 속도… 마치 인간 세상의 '좋은 차', '명품 옷', '높은 연봉'을 보는 것 같았다. 

크리스탈은 우아한 날갯짓으로 화답했지만, 그녀의 겹눈 속 깊은 곳에서 스치는 미세한 떨림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저 화려함 속에 감춰진 공허함.


그때, 연못의 터줏대감이자 '꼰대'로 소문난 소금쟁이 할아버지가 혀를 차며 내 옆으로 미끄러져 왔다.

"ㅉㅉㅉ 저 한심한 것들. 겉모습이 전부인 줄 아니 큰일 날 소리야. 진짜 사냥꾼은 색깔로 위장하고, 진짜 사랑은 날갯짓 소리의 진동으로 느끼는 법인데 말이지."

소금쟁이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3만 개 겹눈은 크리스탈의 화려한 날개뿐만 아니라, 그 아래 가늘게 떨리는 다리 근육과 불안하게 흔들리는 더듬이까지 포착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구애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보였다.

나는 요란한 구애 비행에 동참하는 대신, 조용히 날아올라 하늘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가장 싱싱한 하루살이를 한 마리 낚아채 크리스탈에게 조용히 건넸다. 화려한 말이나 현란한 비행은 없었다. 

그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일지 모른다’는 나의 작은 진심이었다. 

크리스탈의 겹눈이 처음으로 나를 향해 고정되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3만 개의 내 모습 속에서, 나는 비로소 진짜 ‘나’를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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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며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을지 모릅니다. 화려한 겉모습과 포장된 스펙의 홍수 속에서, 여러분은 상대방의 어떤 '진심'을 보고 있나요? 오늘 하루, 눈을 감고 마음으로 '꿰뚫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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