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 잠자리의 " 나의 하루 "(1~5화) - (4화) 사마귀의 두 얼굴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큰 눈 잠자리의 " 나의 하루 "(1~5화)

(4화) 사마귀의 두 얼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등 뒤에선 비웃는다? 연못의 지배자, 사마귀의 두 얼굴!"


연못에는 오랜 시간 동안 암묵적인 지배자로 군림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왕사마귀'였다. 그는 거대한 몸집과 날카로운 앞다리,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압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생물들은 왕사마귀 앞에서는 깍듯이 허리를 숙였고,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나의 3만 개 겹눈은 왕사마귀의 위풍당당한 모습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연못 생물들의 미묘한 시선까지 포착하고 있었다. 그들은 왕사마귀 앞에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등 뒤에서는 그를 비웃거나 조롱하는 말들을 속삭였다. 특히 왕사마귀에게 조금이라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 아첨하는 잠자리 '개자리'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왕사마귀의 옆에 붙어 다른 잠자리들의 사소한 실수까지 고자질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다.

"어이, 왕눈이!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빨리 가서 왕사마귀님께 아침 문안 인사라도 드려야지! 그래야 오늘 좋은 사냥터를 얻을 수 있다고!"

개자리가 날갯짓을 재촉하며 나를 흘겼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첨과 위선으로 얻은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의 겹눈은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연못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황소개구리'가 나타난 것이다. 

황소개구리는 왕사마귀보다 훨씬 강력하고 무자비했다. 그의 울음소리 한 번에 연못 전체가 공포에 질렸고, 그는 거침없이 사냥터를 휘젓고 다니며 연못의 평화를 위협했다.

가장 먼저 황소개구리에게 달려가 아첨한 것은 다름 아닌 왕사마귀였다. 그는 이전까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던 작은 생물들을 제쳐두고, 황소개구리의 주변을 맴돌며 굽신거렸다. 날카롭던 앞다리는 황소개구리의 등을 살살 쓰다듬는 데 사용되었고, 위압적이던 눈빛은 아부로 가득 찼다.

"황소개구리님! 이 연못은 황소개구리님 같은 위대한 분이 다스려야 마땅합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황소개구리님을 모시겠습니다!"

왕사마귀의 낯 뜨거운 아첨에 연못 생물들은 경악했다. 특히 개자리는 충격에 빠진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자신에게는 그렇게 위압적이던 왕사마귀가, 더 강한 존재 앞에서는 비굴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며 연못 생물들은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했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침착하게 지켜보았다. 

왕사마귀는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권력은 진정한 존경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직 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나의 3만 개의 눈은 정확히 읽어냈다.

그때, 황소개구리가 연못의 가장 작은 치어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먹기 시작했다. 왕사마귀는 이를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황소개구리의 행동을 칭찬하며 그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다. 연못은 슬픔과 분노로 술렁거렸다.

나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날아올랐다. 그리고 황소개구리에게 직접 다가가 외쳤다.



"황소개구리님! 연못의 모든 생물은 각자의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무자비한 행동은 연못의 균형을 해칠 뿐입니다!"

나의 외침에 황소개구리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왕사마귀는 경악했고, 개자리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황소개구리는 나를 향해 혀를 날름거렸다. 

나는 죽음을 각오했다. 

하지만 나의 겹눈은 황소개구리의 눈 속에서 아주 미세한 당혹감을 읽어냈다. 감히 자신에게 맞서는 존재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용감한 행동은 다른 잠자리들에게도 작은 용기를 불어넣었다. 몇몇 잠자리들이 나와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황소개구리는 결국, 잠자리들의 저항에 당황하며 자리를 피했다. 

왕사마귀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굳어 있었다. 그의 '두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연못 생물들은 더 이상 왕사마귀에게 두려움만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왕눈이의 작은 날갯짓에서 진정한 용기와 리더십을 보았다.


나의 생각!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권력'과 '계층'을 마주합니다. 때로는 강자에게 아첨하고 약자를 무시하는 '두 얼굴'을 가진 존재들을 만나기도 하죠. 하지만 진정한 용기는 힘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약자를 보호하며, 옳지 않은 것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나옵니다. 여러분의 눈에는 어떤 '두 얼굴'이 보이나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떤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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