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 (2화) 서랍 속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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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2화) 서랍 속의 철학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한쪽 다리로도 세상을 비추니까."

불완전함이 선물이 되는 순간



새벽 다섯 시, 서랍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깼다. 아니, 정확히는 '깨어 있었다'가 맞겠다. 안경에게 잠이란 사치다. 우리는 영원히 눈을 뜨고 있으니까.

"어디 있더라... 아, 여기 있네."

주인의 손이 나를 집어 들었다. 그가 내 부러진 다리를 보며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 한숨 속에는 미안함과 귀찮음이 7대 3쯤 섞여 있었다. 인간의 감정이란 참 정직하게 비율로 나타나는 법이다.

"그래도... 오늘만 써야겠어."

테이프였다. 투명 테이프가 내 부러진 다리를 감싸며 임시 부목이 되어주었다.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이제 '테이프 의존형 안경'이 되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순간 나는 웃었다. 웃을 수 있다면 말이다.

코 위에 안착한 순간, 세상이 다시 선명해졌다. 주인의 아침이 시작되었고, 나는 다시 나의 소명을 다하고 있었다. 부러진 다리로 한쪽이 기울어져도, 조금은 기울게 보여도 여전히 세상을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였다.

오늘은 지인을 만나러 외출중 지하철에서였다. 반대편에 앉은 여학생이 나를 보고 킥킥댔다. 그녀의 시선이 내 테이프 칭칭 감긴 다리에 꽂혀 있었다. 주인은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그의 수치심이 체온으로 전해지는 걸 느꼈다.

'미안해.' 나는 속으로 주인에게 말했다. '내가 더 튼튼했더라면, 나를 육중한 몸으로 뭉게지만 않았더라면...'

하지만 그 여학생은 곧 자신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금이 가고 테이프로 붙인 케이스였다. 그녀도 웃고 있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아니, 내 렌즈와 그녀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다.

'우리 모두 조금씩 부서지며 살아가는구나.'

점심시간, 주인은 지인과 식당에 갔다. 나는 김치찌개 김에 뿌옇게 흐려졌다. 주인이 나를 벗어 닦는 동안, 나는 잠시나마 내 존재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웠다.

"야, 안경 좀 새로 사지 그래?" 지인이 말했다.

"응... 이번 주는 좀 빠듯해서."

거짓말이었다. 나는 알고 있다. 주머니 속에는 새 안경을 살 돈이 있다는 것을. 그는 그 돈으로 지난주 조카의 생일 선물을 샀다. 나는 그것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선택해준 그의 우선순위가 마음에 들었다.

지인과 이야기중이었다. 주인의 안경, 그러니까 나의 테이프가 풀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는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접착력이란 영원하지 않은 법이다.

결국 나는 기울었다. 한쪽으로 완전히 축 늘어진 채로. 서로에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그 웃음은 악의가 없었다. 오히려 친근했고, 따뜻했다.

"그래도 끝까지 버티려는 그 근성은 인정한다."

주인이 나를 벗어 다리를 다시 고쳐 테이프를 감았다. 그의 손길이 예전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완벽한 것들은 사랑받지만, 불완전한 것들은 사랑을 '만든다'는 것을.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석양이 내 렌즈를 통과하며 주황빛으로 세상을 물들였다. 나는 기울어진 채로도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기울어졌기에 더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인은 안경점을 지나쳤다. 그리고 문구점에 들어가 강력 접착제를 샀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친구." 그가 속삭였다.

친구. 그가 나를 친구라고 불렀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우리는 함께 부서지고, 함께 고쳐지며,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였다.

달빛 밝은 밤, 서랍은 열려 있었다. 주인은 나를 서랍에 넣지 않고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창밖의 달빛이 내 렌즈에 반사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가치가 있다고. 하나는 '쓸모'의 가치. 새것이고, 완벽하고, 기능적인 것들의 가치.

다른 하나는 '함께함'의 가치. 상처 입고, 기워지고, 그럼에도 곁에 있는 것들의 가치.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아니, 후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부러진 다리는 여전히 불편하다. 테이프는 내일이면 또 풀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주인이 다시 나를 고쳐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루를 더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한쪽 다리로도 세상을 비추니까.



나의 생각!

우리는 모두 완전하지 않습니다. 어딘가 부서진 채로 살아갑니다.
완벽하지 않은 몸, 채워지지 않는 마음, 이루지 못한 꿈들.

하지만 기억하세요.
부서진 곳에 테이프를 감고, 금간 곳에 풀칠을 하며,
그렇게 서로를 고쳐주고 의지하며 사는 것.
그것이 바로 '함께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입니다.

여러분의 불완전함은 결점이 아닙니다.
누군가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는 통로입니다.

오늘도 기울어진 채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세상은 여전히 선명하고 눈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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