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 (3화) 쇼윈도의 유혹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다리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3화) 쇼윈도의 유혹


"안경점 쇼윈도 앞에서 나는 생각했다. 새로운 것이 항상 더 나은 건 아니야."

교체와 수리 사이, 존재의 의미를 묻다


토요일 오전 열한 시. 주인은 나를 쓴 채 안경점 앞을 지나갔다. 아니, '지나치려고' 했다. 하지만 발걸음이 멈췄다.

쇼윈도 안에는 신상 안경들이 즐비했다. 깔끔한 티타늄 프레임, 세련된 뿔테,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 모두 양쪽 다리가 멀쩡했고, 테이프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들은 완벽했다.

나는 주인의 코 위에서 그들을 바라봤다. 묘한 감정이었다. 질투? 아니, 그보다는... 경외. 저들은 아직 세상의 무게를 모른다. 김치찌개 김도, 회의실 웃음도, 지하철 공감의 시선도 모른다.

"어서 오세요!"

점원의 목소리에 주인은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점원은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자동문처럼 빠른 영업의 세계.

"안경 새로 맞추러 오셨어요? 지금 쓰고 계신 거... 좀 많이 낡으셨네요."

낡았다. 점원의 말에 나는 움찔했다. 나는 '낡은' 것이 아니라 '경험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늘 새것을 편애한다.

주인이 나를 벗었다. 점원의 손에 들린 나는 처음으로 주인의 얼굴을 선명하게 봤다. 흐릿한 눈동자, 피곤한 눈가, 그래도 여전히 따뜻한 미소. 나 없이는 세상이 뿌옇게 보이는 얼굴.

"시력 검사부터 해드릴게요."

검안기 앞에 앉은 주인. 나는 점원의 손에 들려 카운터 위에 놓였다. 거기서 나는 봤다. 쇼윈도 안의 안경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내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건 곧 폐기될 거야.' 검은 뿔테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새것이니까. 선택받을 자격이 있지.' 티타늄 프레임이 반짝였다.

나는 대꾸하고 싶었다. '너희는 아직 사랑받아본 적이 없잖아.' 하지만 안경은 말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보여줄 뿐이다.

"지금 안경은... 언제 맞추셨어요?" "한 5년 됐나요."

5년. 나는 5년 동안 주인과 함께였다. 1,825일. 매일 아침 코 위에 안착하고, 매일 밤 서랍에 들어가고. 가종 행사, 첫 조카 돌잔치, 부모님 회갑연, 책을 읽다, 쓰다, 책상에서 같이 조는 밤들.

"와, 오래 쓰셨네요. 요즘 안경은 2년에 한 번씩 바꾸는 게 좋은데..."

2년에 한 번. 그렇다면 나는 이미 두 번 반 죽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테이프 칭칭 감고 있지만.

주인이 새 안경을 써봤다. 점원이 건넨 가벼운 티타늄 프레임. 거울 앞에서 주인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멋있었다. 정말 멋있었다. 나보다 훨씬.

나는 인정했다. 저 안경이 나보다 낫다는 것을. 가볍고, 튼튼하고, 유행에도 맞고. 무엇보다 부러지지 않았다.

"어때요? 잘 어울리시죠?"

점원이 웃으며 말했다. 주인도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어딘가 어색했다. 새 옷을 입었을 때의 그 불편한 완벽함.

"가격이..." 그냥 주인은 나를 집어 들었다. 테이프 감긴 나를.

"이거... 다리만 새로 달 수 있나요?"

점원이 나를 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이 모델은 단종된 지 오래되서 부품이 없을 텐데요. 그냥 새로 맞추시는 게..."

"수리점에서는 가능할까요?"

"음... 가능은 하겠지만, 수리비 생각하면 차라리 새로..."

경제성. 효율성. 합리성. 모두 새것을 가리키는 화살표였다. 나는 폐기되는 게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일단 알아볼게요."

점원이 아쉬운 표정으로 명함을 건넸다. "그럼 마음 바뀌시면 연락 주세요. 이 프로모션은 이번 달까지만이에요."

밖으로 나왔다. 나는 다시 주인의 코 위에 안착했다. 익숙한 무게, 익숙한 각도. 테이프로 기울어진 그 불완전한 균형.

"미안해." 주인이 속삭였다. "조금만 더 버텨줘."

주인은 미안해할 일이 없었다. 나는 버티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 차이를 주인은 몰랐다.

길을 걷다 카페 유리창에 비친 우리를 봤다. 테이프 칭칭 감긴 안경을 쓴 남자.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봤다. 그 눈빛을.

저 눈빛은 5년 전 새 안경을 샀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세상을 선명하게 보고 싶어 하는 눈빛. 나를 통해서.

주인이 작은 수리점에 들어갔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할아버지가 나를 받아 들더니 돋보기로 들여다봤다.

"오래 쓰셨네요. 요즘은 이렇게 오래 쓰는 사람이 없어요."

"고칠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가 웃었다. "고치지 못할 안경은 없지요. 다만 시간이 좀 걸려요. 비슷한 부품 찾아서 맞춰야 하니까."

"얼마나요?"

"일주일쯤? 대신 임시로 쓸 안경 하나 빌려드릴게요."

할아버지가 서랍에서 오래된 안경 하나를 꺼냈다. 먼지 쌓인 검은 뿔테. "우리 아들이 쓰던 건데, 도수 맞으면 쓰세요."

주인이 그 안경을 써봤다. "딱 맞네요."

"다음 주 토요일에 찾으러 오세요. 새것처럼 만들어드릴게요."

새것처럼. 아니, 나는 새것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5년의 무게를 지닌 나로.

주인이 나를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그의 손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혼자가 되었다. 아니, 혼자였던 적은 있었다. 서랍 속에서. 하지만 이건 달랐다. 주인 없는 일주일.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이 고개를 숙였다. 안경에게 하는 인사 같았다. 할아버지가 나를 조심스럽게 작업대 위에 놓았다. 문이 닫혔다. 주인이 임시 안경을 쓰고 멀어졌다. 나는 처음으로 주인의 뒷모습을 봤다. 조금 쓸쓸해 보였다. 아니, 내가 쓸쓸했다. 

작업대 위에서 나는 생각했다. 쇼윈도의 새 안경들은 선택받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나는 이미 선택받았다. 5년 전에. 그리고 오늘, 다시.

수리는 새로 사는 것보다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사랑은 원래 비합리적인 것이다. 나는 고쳐질 것이다. 테이프가 아닌, 진짜 다리로. 하지만 나는 안다. 테이프의 흔적은 남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나의 훈장이라는 것을.

일주일 뒤, 나는 다시 주인을 만날 것이다. 그때 나는 말할 것이다. 목소리가 있다면.

'기다려줘서 고마워. 나도 널 기다렸어.'

저녁 무렵, 할아버지가 나를 작업대 아래 서랍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다른 안경들을 느꼈다. 고쳐지기를 기다리는 안경들.

우리는 쇼윈도의 안경들과 달랐다. 우리는 이미 살아본 안경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안경들이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웃었다. 웃을 수 있다면. 새로운 것이 항상 더 나은 건 아니다. 때로는 수리된 것이, 기다린 것이, 다시 선택된 것이 더 아름답다.



나의 생각!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것'을 권합니다. 새 차, 새 폰, 새 옷, 새 관계. 조금만 낡으면, 조금만 고장 나면, 버리고 새로 사라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수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관계도, 물건도, 꿈도. 포기하는 대신 고쳐가며 함께 성장하는 것.

"새것"이 주는 것은 완벽함이지만, "수리된 것"이 주는 것은 의미입니다.

오늘 당신이 버리려던 것을 한 번 더 들여다보세요. 정말 버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고쳐서 함께 갈 수 있는 것인지. 당신의 삶에서 '일주일 기다릴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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