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 (4화) 서랍 속 이야기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다리가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4화) 기다림의 시간,서랍 속 이야기

"수리점 서랍 속에서 나는 다른 안경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모두 버려지지 않은 것들이었다."

                                           기다림의 시간, 서랍 속 안경들의 밤



첫째 날 밤.

어둠은 생각보다 조용하지 않았다. 서랍 속에는 나 말고도 일곱 개의 안경이 더 있었다. 모두 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안경들은, 놀랍게도, 말을 했다.

"새로 온 친구구나."

목소리는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오래된 금테 안경이었다. 렌즈 한쪽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응... 다리가 부러져서."

나는 대답했다. 처음으로. 평생 침묵 속에 살았던 내가 말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둠 속에서만 안경들은 말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다리 정도면 괜찮아. 나는 렌즈야. 렌즈는 구하기 어려워." 금테 안경이 한숨을 쉬었다. "3주째 기다리는 중이야."

"3주나?"

"할아버지가 전국 부품상을 다 뒤지고 계셔. 이 렌즈, 30년 전 거거든."

30년. 나는 5년이 긴 세월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인은... 오셨어?"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일주일마다 와. 그냥 확인하러. '아직이에요?' 물어보고 가지. 할아버지가 미안해하시는데, 주인은 '괜찮아요, 기다릴게요'래."

기다린다. 30년 된 안경을 3주째 기다린다. 나는 뭔가 뭉클한 것을 느꼈다. 렌즈가 있었다면 김이 서렸을 것이다. 왼쪽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젊은 목소리였다.

"난 코받침이 망가졌어. 간단한 건데 부품이 안 맞아서... 열흘 됐어."

가는 와이어 프레임이었다. 트렌디한 디자인. 아직 1년도 안 된 것처럼 보였다.

"주인이 대학생이야. 아르바이트비로 산 첫 안경이래. 그래서 꼭 고쳐야 한대."

첫 안경. 그 의미를 나는 알았다. 첫사랑처럼, 첫 월급처럼, 첫 안경은 특별하다.

"너희는 다들... 돌아갈 곳이 있구나."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래되고 지친 목소리. 뿔테 안경이었다. 프레임이 여기저기 갈라져 있었다.

"나는... 주인이 돌아가셨어." 서랍 속이 조용해졌다.

"할머니가 가져오셨어. '영감이 50년 쓴 안경인데,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요'라고. 할아버지가 '고쳐드릴게요'라고 하셨지. 근데 찾으러 올 사람이 없어."

"그럼 왜..."

"할아버지가 고치고 계셔. 그냥. 완성하고 싶으신가 봐. 이 안경의 마지막 모습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50년. 반세기를 함께한 안경. 주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둘째 날.

낮이 되면 할아버지의 손길이 우리를 만졌다. 하나씩 꺼내서 작업하고, 다시 넣고. 나는 그의 손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느꼈다. 마치 생명을 다루듯.

"이 친구는... 다리 용접이 필요하겠어."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돋보기 너머로 그의 눈이 보였다. 자신도 두꺼운 안경을 쓴 눈.

"걱정 마. 원래보다 더 튼튼하게 만들어줄 테니."

그는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안경에게. 마치 내가 듣는 것처럼.

셋째 날 밤.

서랍 속 안경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고백의 시간을 가졌다. 침묵의 세월 동안 품고 있던 이야기들.

"난 주인이 첫 프로포즈하던 날 떨어뜨려졌어." 금테 안경이 말했다. "긴장한 나머지 땀이 나서 미끄러졌지. 렌즈가 박살났는데, 주인은 나를 줍더라고. 반지보다 먼저."

"나는 주인이 취업 면접 볼 때 함께였어." 와이어 프레임이 말했다. "12번 떨어지고 13번째에 붙었어. 면접관이 '안경 참 잘 어울리네요'라고 했대. 주인은 나 때문에 붙었다고 믿어."

"나는..." 뿔테 안경이 천천히 말했다. "매일 아침 신문을 함께 읽었어. 50년 동안. 주인은 나를 쓰고 세상을 읽었지. 전쟁도, 평화도, 희망도, 절망도. 그리고 마지막 날, 주인은 나를 쓰고 손자의 얼굴을 봤어. '참 예쁘다'고 했어. 그게 마지막 말이었어."

나는 내 이야기를 했다.

"나는... 평범해. 특별한 날도 없었어. 그냥 매일 책 읽고,글쓰고 생각하고. 김치찌개 김에 뿌옇게 흐려지고, 책상위에서 테이프 풀리고. 근데 있잖아..."

나는 잠시 멈췄다.

"그 평범함이 좋았어. 매일이 특별할 필요는 없더라고.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

서랍 속이 따뜻해졌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다. 우리는 버려지지 않은 것들이었다. 수리되기를 기다리는 것들. 다시 선택받은 것들.

넷째 날.

할아버지가 나를 꺼냈다. 작업대 위에서 나는 빛을 봤다. 그의 손이 내 부러진 다리를 세심하게 용접하고 있었다.

"아프지? 조금만 참아."

그는 계속 말을 걸었다. 할머니가 차를 가져오며 웃었다.

"여보, 안경한테 말 걸면 어떡해요." "안경도 듣고 있어. 안 그래?"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알았다. 이 사람은 안다는 것을. 우리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다섯째 날 밤.

"내일이면 나 나가." 와이어 프레임이 말했다. "주인이 찾으러 온대." "축하해." 우리가 함께 말했다.

"너희들도 곧 나갈 거야. 금테는 렌즈 도착했고, 넌..." 그가 나를 보았다. "할아버지가 거의 다 하셨어." "뿔테는?"

침묵.

"나는... 괜찮아." 뿔테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이미 내 역할을 다했어. 이제는 쉬고 있는 거야. 할아버지가 고쳐주시면, 그것만으로 충분해."

여섯째 날.

와이어 프레임이 나갔다. 대학생 주인이 왔다. "와, 새것 같아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랍이 열렸을 때 빛이 들어왔고, 우리는 와이어 프레임이 나가는 걸 봤다. 주인의 코 위로. 행복해 보였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일곱째 날.

토요일 아침. 할아버지가 나를 꺼냈다. 마지막 점검. 다리는 완벽했다. 테이프의 흔적은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다리는 새것처럼 튼튼했다.

"잘 됐어. 주인이 오시면 놀라시겠네."

할머니가 나를 예쁜 천으로 닦아주었다. 렌즈가 반짝였다. 나는 준비됐다.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주인의 목소리. 일주일 만에 듣는 목소리. 나는 설렜다. 안경이 설렐 수 있다면. 할아버지가 나를 건넸다. 주인이 나를 받아들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와..."

주인이 나를 쓰고 거울을 봤다. 세상이 다시 선명해졌다. 주인을 통해서. 나를 통해서.

"정말 새것 같아요. 아니, 더 좋아요." "원래보다 더 튼튼하게 만들었어요. 이제 안 부러질 거예요."

주인이 할아버지께 고개를 깊이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좋은 안경이에요. 오래 쓰세요."

밖으로 나왔다. 햇살이 따뜻했다. 일주일 만의 바깥 공기. 주인이 걸으며 중얼거렸다. "보고 싶었어." 나도. 나도 보고 싶었어. 그날 밤, 나는 서랍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였다. 주인 곁에.

나는 생각했다. 서랍 속 친구들을. 금테는 다음 주에 나갈 것이다. 뿔테는... 언젠가 할아버지의 선반 위에 조용히 놓일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마지막이다. 우리는 모두 기다렸다. 수리를. 재회를. 그리고 깨달았다.

기다림은 버려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나의 생각!

기다림은 외로운 시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이것입니다.

기다림은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누군가 당신을 버리지 않고 기다린다면, 당신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다면,그 시간은 낭비가 아닙니다.

당신이 지금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여전히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