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 (마지막5화) 상처가 남긴 선물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다리 부러진 안경의 "나의 하루"(1~5화)

(마지막5화)  상처가 남긴 선물

"부러졌던 곳이 가장 단단해진다. 상처는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강하게 만든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영원한 동행



수리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더 이상 기울지 않았다. 테이프도 없었다. 다리는 용접 부위가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튼튼했다.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부러졌던 곳이 가장 강했다. 하지만 흔적은 남아 있었다. 희미한 용접 자국.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곳에 내 역사가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아침 일곱 시. 주인이 나를 썼다. 이제는 의식하지 않는 동작.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 나는 그가 좋았다. 무심한 듯 당연하게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우리는 다 그렇게 산다. 새것과 오래된 것 사이에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강하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저번에 만났던 지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안경 새로 샀어?""아니, 고쳤어."

"고쳐? 아, 그 테이프 칭칭 감던 거? 고치니까 새것 같네. 근데 왜 안 사고 고쳐?"

주인이 나를 살짝 올려 썼다. 익숙한 제스처. "아껴서. 정 들었거든."

"나도 10년 된 지갑 쓰는데, 알지. 그 마음."

"15년 된 만년필, 오래된 시계도 있고." '오래된 것'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간직하며 살고 있었다. 버리지 못하는 것들. 아니, 버리지 않는 것들.

그러게 이 안경은 "더 튼튼해졌어. 부러졌던 곳이."

지인이 안경을 유심히 봤다.

"관계도 마찬가지야. 부러질 수 있어. 금 갈 수 있고. 근데 중요한 건 그걸 버리느냐, 고치느냐야. 고치고 나면... 그 부분이 가장 강해져."

"근데 고치는 게 힘들잖아요."

"그렇지. 새로 사는 게 쉬워. 그냥 돈 내면 되니까. 근데 있잖아..."

주인이 나를 다시 썼다.

"고친 건 이야기가 있어. 새것은 깨끗하지만, 고친 건 깊이가 있어."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단순한 안경이 아니었다. 나는 은유였다. 주인의 삶의 철학이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물건이 있어. 완벽한 것과 완벽했던 것. 완벽한 건 예쁘지만, 완벽했던 건 특별해. 왜냐면 이야기가 있으니까."

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자연스럽게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분위기는 훈훈하고 따뜻했다.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수리점 앞을 지나갔다. 불이 켜져 있었다. 할아버지가 작업대에서 안경을 고치고 있었다.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 김 선생님! 안경 어때요? 불편한 데 없어요?"

"완벽해요. 감사해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주인이 작은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할아버지가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이럴 필요 없는데..." "제 인생을 바꿔주셨는걸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주인이 나를 가리켰다.

"이 안경 고치면서 배웠어요. 부러진 게 끝이 아니라는 걸. 고치면 더 강해진다는 걸. 그게... 요즘 힘든 제게 큰 위로가 됐어요."

할아버지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자신도 두꺼운 안경 너머로 주인을 봤다.

"고맙네요. 나는 그냥 안경을 고쳤을 뿐인데, 사람의 마음도 고쳐졌네요."

두 사람이 웃었다. 나는 그 웃음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밤. 책상 위에서 나는 창밖을 봤다. 달이 떠 있었다. 한 달 전 그 달. 하지만 조금 더 차 보였다. 달도 매일 변한다. 이지러졌다 차오르길 반복한다.

우리도 그렇다. 부러지고, 고쳐지고, 다시 살아간다.

나는 5년 전 처음 만들어졌을 때로 돌아갈 수 없다. 용접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덜 가치 있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치 있게 만든다. 완벽한 새것이었을 때, 나는 그저 '안경'이었다. 지금은 '이야기가 있는 안경'이다.

주인이 나를 케이스에 넣으려다 말고, 책상 위에 그냥 놓았다. 달빛이 보이는 곳에.

"내일도 잘 부탁해." 그가 속삭였다. 나는 대답했다. 목소리는 없지만. 

'나도. 우리 함께 가자. 앞으로도.'



에필로그: 10년 후

나는 이제 15년이 되었다.

용접 자국은 여전하다. 그 위로 몇 개의 작은 흠집이 더 생겼다. 렌즈는 두 번 교체했다. 코받침도 한 번 바꿨다. 주인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는데도 아직도 열심히 글을 읽고 쓰고 생각하고 독자들과 만난다.

창밖으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받아 주인의 세상을 비췄다. 15년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부러져도, 금이 가도, 흠집이 나도. 고치고, 닦고, 함께 가면 된다. 그것이 삶이고, 사랑이고, 존재의 의미다.

나는 다리가 부러진 안경이었다. 지금은 가장 강한 안경이다. 그리고 영원히, 주인의 곁에 있을 것이다.



나의 생각!

여러분의 인생에도 부러졌던 관계, 좌절했던 꿈, 실패한 도전이 있나요? 그 자국들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상처는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강한 부분이 됩니다. 새것의 완벽함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고쳐진 것의 완성도는 숭고합니다.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 그 자체가 기적입니다.

여러분은 여전히 아름답고,여전히 소중하고,여전히 누군가의 빛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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