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 체중계의 "나의 하루"(1~5화) - (3화) 저녁의 거래자들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3화) 저녁의 거래자

"오늘 500g을 태웠으니, 저녁에 치킨 500g을 먹어도 될까? 그들은 나와 '딜(Deal)'을 하러 온다."



저녁 7시. 헬스클럽은 다시 한번 시장 바닥처럼 붐비기 시작한다. '저녁의 거래자들'이 퇴근 후 몰려드는 시간이다. 아침의 결심자들이 '속죄'를 위해 왔다면, 저녁의 거래자들은 '협상'을 위해 나를 찾는다.

그들의 목적은 명확하다. '오늘 밤, 나는 무엇을 먹을 수 있는가?'

와이셔츠를 막 벗어던진 한 직장인이 내 위에 올라선다. 그는 운동 전 무게를 잰다. "82.5kg. 좋아." 그리고 그는 불타는 의지로 런닝머신과 웨이트 존을 오가며 땀을 쏟아낸다.

한 시간 후, 그는 땀에 흠뻑 젖어 다시 내 앞에 선다. 샤워실로 들어가기 직전,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밟는다.

"82.0kg!"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500g 감량. 그는 승리했다. 나는 안다. 저 500g은 사실 대부분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이라는 것을. 물 한 잔이면 바로 돌아올 허상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그 '숫자 500'을 들고 당당하게 락커로 향한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헬스클럽을 떠나 치킨집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 500g 태웠으니 500g 정도는 먹어도 돼. 이건 등가교환이야.' 그는 스스로에게 관대한 면죄부를 발급한 것이다.

나는 그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완벽한 알리바이가 된다.

또 다른 부류는 '현상 유지파'다. 그들은 퇴근 후 이곳에 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운동을 빡세게 하지 않는다. 설렁설렁 런닝머신을 걷다가, 친구와 잡담을 하다가, 샤워를 하러 온다. 

그리고 나를 밟는다.

숫자가 어제와 같다. "휴, 다행이다. 찌지는 않았네." 숫자가 조금 늘었다. "에이, 모르겠다. 이틀 굶으면 되지."

그들에게 나는 '확인 도장'이다. '오늘도 출석했음. 현상 유지 성공(혹은 실패).' 그들은 나를 통해 하루의 운동을 '정산'한다. 하지만 그 정산은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된다.

저녁의 거래자들. 그들은 나를 통해 오늘의 수고와 내일의 쾌락을 맞바꾸려 한다. 나는 그들의 은밀한 거래를 묵묵히 승인해 주는 '공증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마음 편히 야식을 즐길 '명분'이니까. 

오늘도 나는 수많은 '치킨 영접권'을 발급해 주었다.


나의 생각!

우리는 보상을 원합니다. 노력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숫자)을 원하고, 그 보상을 근거로 또 다른 쾌락(음식)을 탐하죠. 하지만 진정한 보상은 숫자가 아니라, 땀 흘린 뒤의 개운함, 어제보다 가벼워진 몸의 감각 그 자체입니다. 여러분의 노력은 '먹기 위해'가 아니라, '더 나은 여러분이 되기 위해' 쓰여야 하지 않을까요?

어떠셨나요? 땀 흘린 뒤의 '보상 심리', 참 공감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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