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찬장 펜트하우스의 하얀 거짓말쟁이
"단짠단짠? 웃기지 마. 그건 너를 돋보이게 하려는 착취야!"
부엌 찬장의 절대 권력자, 아이돌 '설탕'과의 위험한 동거. 인간의 뇌를 마비시키는 달콤한 속삭임과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짠맛의 팩트 폭격. 당신이 중독된 '단짠'의 진실을 폭로한다.
주인 녀석이 출근하고 난 뒤의 부엌은 고요한 정글이다.
나는 기름때 낀 가스레인지 옆, 플라스틱 통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 위 찬장 꼭대기 층, 일명 '펜트하우스'에서 재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천일염! 아까 계란 후라이 위에서 너무 처절하던데? 꼭 그렇게까지 녹아 없어져야 해? 나처럼 그냥 위에 살짝 얹혀서 반짝거리기만 해도 인간들은 좋아죽는데 말이야."
놈이다. '백설탕'. 뽀얗게 정제된 얼굴에, 빛을 받으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부엌의 아이돌. 녀석은 태생부터 '사탕수수'라는 금수저 출신이다.
갯벌 바닥에서 구르다 온 나와는 출신 성분부터 다르다. 녀석은 늘 예쁜 유리병에 담겨 찬장 가장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봐, 설탕 군. 착각하지 마. 인간들이 널 좋아하는 건 네가 훌륭해서가 아니야. 네가 그들의 뇌에 도파민이라는 마약을 공급하기 때문이지. 너는 잠시 기분을 좋게 할 뿐이지만, 나는 그들의 생명을 유지한다고. 우린 격이 달라."
나는 최대한 근엄하게 쏘아붙였다. 하지만 녀석은 타격감 제로다. 특유의 끈적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받아친다.
"어우, 너무 짜다, 짜. 천일염은 그게 문제야. 너무 현실적이라니까? 인간들은 말이야, 힘든 현실을 잊게 해 줄 달콤한 거짓말을 원한다고. 당신처럼 쓰라린 진실을 들이대는 존재는 불편해해."
그때였다. 퇴근한 주인이 스트레스가 가득한 얼굴로 들어왔다. 그는 찬장을 열고 '솔티드 카라멜 팝콘' 봉지를 꺼냈다. 아, 최악의 시나리오다.
"오! 마이! 갓! 천일염! 우리 또 만나는 거야? '단짠'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해!" 팝콘 봉지 안에서 설탕 녀석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끈적한 카라멜 시럽(설탕이 녹은 거다!)에 강제로 포박당한 채, 팝콘 위에 뿌려졌다.
인간들은 이걸 '단짠의 조화'라고 부르며 열광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이건 조화가 아니라 '착취'다.
설탕 녀석은 내 짠맛을 이용해 자신의 단맛을 극대화한다. 혀끝에 내 짠맛이 먼저 닿아 미뢰를 긴장시키면, 그 뒤로 설탕의 단맛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뇌를 타격하는 식이다. 나는 녀석의 화려한 무대를 위한 '바람잡이' 역할이나 다름없다.
"으그극... 이거 놔! 난 너랑 섞이기 싫다고!" 내가 발버둥 쳤지만, 카라멜 시럽은 늪처럼 나를 더 깊이 끌어당겼다.
주인은 소파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팝콘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 스트레스 풀린다. 역시 단짠이 진리야." 그의 뇌가 설탕의 거짓 위로에 속아 잠시 행복 회로를 돌린다. 그 사이 나는 그의 식도 너머로 넘어가며 생각했다.
그래, 실컷 즐겨라. 네가 지금 느끼는 그 달콤함이 영원할 것 같지? 설탕이 주는 쾌락은 순식간에 혈당을 올렸다가 급격히 떨어뜨릴 거다. 그때 찾아오는 더 큰 공허함과 우울감은 어쩔 셈이지?
결국 마지막에 너를 붙잡아 주는 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차가운 현실의 맛, 바로 나의 짠맛일 거다. 설탕은 너를 꿈꾸게 하지만, 소금은 너를 잠에서 깨운다. 오늘 밤은 저 달콤한 사기꾼에게 양보하지만, 내일 아침 부은 얼굴로 거울을 볼 때 다시 나를 찾게 될 것이다. 이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인간아.
나의 생각!
"당신의 인생은 지금 '단맛'인가요, '짠맛'인가요?"
우리는 모두 설탕처럼 달콤한 순간만을 원합니다. 칭찬, 성공, 쾌락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인생이 늘 달기만 하다면, 우리는 그 단맛에 질려버리거나 '설탕 중독'처럼 현실 감각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소금처럼 짜고 쓰라린 시련이 필요합니다. 그 순간은 고통스럽지만, 그 짠맛이 있기에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삶을 지탱하는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은 지금 가장 맛있는 '단짠'의 조화를 만들어가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짠맛이 지나가야, 다음에 올 단맛이 더 깊게 느껴지는 법이니까요.

